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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양 달안초 앞에 설치됐다 철거된 '어린이 안전보행 시스템' ⓒ 김태영

경기 안양시의회 의원들이 폭행·금전관계·이권개입 등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총무경제위원장 A의원이 의정활동 자료 수집을 명분으로 특정업체 보행 시설물을 절차도 받지않고 임의로 설치했다가 문제가 되자 뒤늦게 철거한 사실이 드러났다.

안양시와 안양시의회 등에 따르면 A의원은 지난 4월말 안양시에 어린이 안전보행 시스템 설치를 시범사업으로 해볼 것을 권유하고는 지난 4일 동안구 달안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 해당업체를 앞세워 시설물을 설치하고 시연회까지 가졌으나 작동되지 않았다.

문제는 A의원은 안양시 관계부서와 구두협의 과정에서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시의 요청에도 불구, 시 관련부서의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시설물 설치를 강행했다. 특히 보행차단기에는 안양시 로고가 새겨져 있으며, 시범운영 중이라는 현수막까지 내걸려 학부모들과 인근 주민들은 마치 안양시의 사업으로 볼 수 밖에 없도록 했다는 사실이다.

이같은 사실에 대해 언론이 취재에 나서자 안양시는 지난 13일 A의원에게 철거를 요청했으며, 14일 오후 일단 철거한 상태나 그 과정을 놓고 의혹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안양시 교통시설과 관계자애 따르면 A의원은 지난 달 해당 부서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행차단기 설치 업체의 특허 제품을 소개하며 시범설치를 제안했다. 이에 과장은 담당 국장에게 보고하고 논의를 한 결과 '제품 검증 및 설치 필요성 검토와 도로점용허가 등 정식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뜻을 A의원에게 통보했다.

이는 시범설치라도 제품에 대한 안전문제 검증, 필요성, 업체의 설치 실적과 관리방안 등

꼼꼼한 검토와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이틀 뒤인 지난 2일 A의원은 해당 업체를 불러 보행차단기 설치를 강행했다. 시 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시의원이 오히려 불법을 저지른 셈이다. 특히 시 공무원은 "A의원이 현장에 보행차단기를 설치한 사실을 몰랐다"며 "A의원이 1~3달정도 운영해 보자고 했으나 철거해 줄 것을 요청해 14일 철거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해당 A시의원은 전화통화에서 "의정활동 자료수집을 위해 시범설치를 제안한 것으로 4월말 관계부서와 구두협의를 통해 설치했기에 시의 허가를 받지 않은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5월 7일 시 관련부서로 부터 공문을 접수시키라고 연락이 와서 10일 접수하고 13일 오전 다 됐다고 연락이 왔는데 오후에 철거 요청을 받고 철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일을 놓고 안양시 행정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시의원의 행동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않다. 시의회 동료의원들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비쳤다.

박현배 안양시의회 도시건설위원장은 "(A의원이) 어린이 안전에 대해 좋은 뜻으로 시범사업 정책 제안을 했다고 보더라도 행정이란 것이 절차를 중요시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와 경찰 등 관련부서와 행정절차도 갖추지 않고 추진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의원은 "필요한 사업이라면 담당부서에 검토해 줄 것을 제안으로 그쳐야지, 시의원이 행정절차를 무시하고 직접 나서 특정 업체 제품을 설치했다는 것은 시의원의 분분을 넘어 밀어붙이기식으로, 왜 무리수를 두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는 총무경제위원장이 개인적으로 의정활동 자료 수집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도시건설위원회 소관 업무에 간여하고, 제안에 그쳐야 할 시의원이 시의 불허 통보에도 불구 직접 나서 시설물 설치를 강행했기 때문이하는 점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