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 온 '블랙스완'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나

춘천마임축제에서 공연된 <미친 백조의 호수>

등록 2011.05.25 14:17수정 2011.05.2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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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백조의 호수> 제1막 미친 백조의 광기를 표현하는 배우 김남진.
<미친 백조의 호수> 제1막미친 백조의 광기를 표현하는 배우 김남진. 홍경윤

24일 오후 9시 <미친 백조의 호수>가 강원도 춘천시 축제극장 몸짓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23번째 춘천마임축제의 국내 공식 초청작인 <미친 백조의 호수>는 '환경과 오염 그리고 인간'이라는 주제로 관객들에게 감동과 메시지를 전달했다. 클래식 음악과 한국 전통음악 그리고 영상과 무용수의 신체가 서로 교차된 이 공연은 안무가 김남진과 장애인 행위예술가 강성국이 1, 2부로 나누어 서로 다른 몸으로 표현했다.

[제1막] 공연자 : 김남진
1막에서는 미친 백조가 호수에서 나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불안감에 싸여 있는 자신의 모습을 격정적인 몸짓으로 표현한다. 무용수는 알을 낳은 후 벌거벗은 죽은 오리를 머리에 쓰고 관객을 향해 조롱의 눈빛을 보낸다. 관객을 노려보던 그는 '결국 인간도 백조의 탈을 쓴 닭이 아니냐'고 외치며 사람들에게 삿대질을 한다. 강렬하게 노려보는 그의 눈빛에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미친 백조의 몸짓에 몰입하기 시작한다.


이어 백조는 닭발이 가득 든 노란 통을 뒤집어쓰고 본격적인 날개 짓을 시작한다. 무대 오른쪽에 위치한 국악 연주자들의 연주와 백조의 몸짓이 어우러져 어두운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백조는 길고 긴 장막이 되어버린 옷을 찢어버리고 자유를 향한 몸짓으로 환경오염에 대한 인간의 무자비함에 대해 울부짓는다. 강렬한 몸짓 후, 호수로 다시 돌아가 지칠 대로 지쳐 있는 백조의 머리 위로 검은 액체가 쏟아진다.

[제2막] 공연자 : 강성국
2막에서는 검정 옷을 입은 백조가 지구본을 끌고 어색한 몸짓으로 등장한다. 1부의 미친 백조가 낳은 미친 아기 백조이다. 호숫가에 홀로 앉아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흥얼거리는 백조의 모습은 처량하기 그지없다. 그는 무대 천장에 설치된 줄을 지구본에 매달고 자유의 몸짓을 시도한다.

날고 싶은 아기 백조는 토슈즈를 신고 날개를 펼쳐 나는 행위도 해보지만 마음처럼 몸이 움직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부자연스러운 그의 몸짓은 결코 어색하지도 단조롭지도 않다. 오히려 자유를 향한 그의 손짓, 몸짓 하나하나가 경이로울 지경이다. 그는 무대 중앙에 떠 있는 지구를 마구 때리기 시작한다. 지구는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하고 아기 백조는 어눌한 말투로 '지구가 아프다'고 말한다.

이어 아기 백조의 등에 심오한 영상이 비춰진다. 희망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그 공간에서 미친 아기 백조는 검은 액체가 쏟아져 있는 호수로 들어간다. 그 후 호수 안에서 절망적으로 뒹굴고 있는 아기 백조 위로 순백의 깃털이 흩날리며 이 무대는 막을 내린다.

<미친 백조의 호수> 제2막 오염된 호수에서 순백의 깃털을 맞는 배우 강성국.
<미친 백조의 호수> 제2막오염된 호수에서 순백의 깃털을 맞는 배우 강성국.홍경윤
공연이 끝난 후 제1막의 배우 김남진씨는 관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 <미친 백조의 호수>를 기획하게 되신 계기와 의도는 무엇입니까?
"2007년 말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건 때 기름에 뒤덮인 새의 사진에서 모티브를 얻어 (공연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새>라는 야외공연으로 시작해서 무대공연으로 발전시키며 <미친 백조의 호수>가 되었습니다. 이 공연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환경오염에 관한 것입니다. 마지막 강성국씨의 등에 비춰진 영상은 오염으로 인해 아픈 지구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 공연에 등장하는 광기의 의미는?
"현재의 세상이 깨끗한 세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경제적이나 정치적인 측면에서 많이 부패되어 있다고 보는데요. 마지막에 강성국씨가 광기의 눈으로 관객을 조롱하는 듯 째려보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동물을 통해 인간성의 상실과 세상의 부패를 비난하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 실제 닭발과 오리를 사용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저는 추상적인 것보다 직접적이고 실제적인 소품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진실된 연기를 할 때 관객은 두 배 이상의 감동을 느낀다고 생각을 합니다. 가짜를 가져다 두고 '척'하는 것은 저의 컨셉과 맞지 않습니다. 인간이 다리가 잘리면 걸을 수 없듯이 백조도 다리나 날개가 잘리면 날아갈 수 없잖아요. 어딘가를 가고 싶은데도 가지 못하는 상황, 단절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백조 다리는 비싸서 대신 닭발을 사용했습니다."(웃음) 

- 마지막에 등장한 깃털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1막에서는 죽어가는 백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2막에서는 강성국씨를 통해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깃털은 희망적인 요소입니다. 강성국씨가 깃털을 달고 날아다니기를 바람으로써 희망적인 부분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 이 작품을 통해 의도했던 결론은 무엇입니까?
"예술가는 정답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의 작품에 대해 객석에서 관객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저의 의도를 100% 따라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관객 정미정(31)씨는 "마임공연을 본 게 처음이었는데요, 말 없이 하는 공연이라 과연 내용을 잘 알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배우의 몸짓을 바로 눈앞에서 보니 더욱더 가슴에 와닿는 느낌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만약에 이 공연이 일반 연극이었다면 과연 관객에게 얼마나 와닿았을까? 이 작품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관객에게 마임을 통해서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주었다는 것이다. 이는 환경오염의 심각성이라는 주제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하였다.

배우들의 '미친' 연기력이 돋보인 <미친 백조의 호수>는 오염된 지구의 모습을 대변하고자 함을 알 수 있었다. 한편 김남진씨는 오는 10월 개최되는 춘천국제연극제에서 <똥개>라는 작품으로 다시 만나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인터넷 웹진 <뉴스토피아>와 <강원일보>에 함께 게재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인터넷 웹진 <뉴스토피아>와 <강원일보>에 함께 게재됩니다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춘천마임축제 #미친 백조의 호수 #김남진 #강성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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