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유력한 대권 주자인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27일 울산에서 의미심장한 행보를 했다. 내년 대선에서 또 다른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정몽준 의원의 정치적 고향이자 텃밭인 동구에서 민심을 살피는 한편 이곳 주민들과 잇따라 토론회와 간담회를 가진 것.
그의 이날 울산 행보를 두고 민주당 내 그의 지지자나 토론 참석자, 지역민들은 대권 행보라는 것을 의심치 않았다. 동행한 임동호 민주당 울산시당위원장이 "함께 인사를 다니니 주민들이 손 대표에게 '내년 대통령 오셨네'라고 하더라"고 한 인사말도 이를 방증한다.
특히 손 대표는 정몽준 의원의 아성이자 그가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를 의식한 듯 비정규직 문제를 직접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손 대표는 "현재 심각한 양극화는 특권과 반칙 때문"이라며 "동일한 노동에는 동일한 임금을 받도록하고 불법 파견을 없애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야권연대에 감사 뜻도 전해
27일 오후 3시 30분부터 울산 동구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손학규 대표와 함께하는 울산시민 토론회'에서 손 대표는 울산시민에게 감사의 말부터 꺼냈다. 이번 4.27 울산 중구청장 재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민주당 임동호 후보가 근소한 차로 따라 붙은 것을 두고서다. 그는 이번 재선거 기간 여러차례 울산으로 와서 임 후보 지원 유세를 했었다.
또한 이날 토론회 장소를 민주노동당 김종훈 동구청장이 적극 주선했다는 점도 인상깊다. 김 구청장은 이번 재선거에서 민주당 등 야4당 후보단일화로 정몽준 의원의 측근 한나라당 후보를 이겼다.
손 대표의 이번 행보는 울산 중구에서의 민주당 선전, 야권연대에 대한 고마움을 전달한다는 두 가지 뜻이 담겼다고 민주당은 전했다. 손 대표는 특히 비정규직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그는 "경제성장 수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자리가 안정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규직을 확대하고 비정규직의 차별을 시정하는 한편 최저 임금 상향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상시적으로 같은 현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도록 하고 이를 법으로 보장받도록 하겠다"며 "특히 집권시 공공부분 비정규직은 반드시 정규직화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공무원노조에서 부터 노인관련 단체, 장애인학부모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에서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각자 처한 입장을 손 대표에게 토로하고 이를 당론으로 삼아 해결해 줄 것을 당부했다.
공무원노조는 전공노 투쟁 관련 해직자 140명의 복직 특별법 재정과 노사관계 안정을, 울산환경운동연합은 고리1호기 폐쇄를, 노인나눔회는 독거노인 일자리 창출을, 장애인단체는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장애인부모회는 장애아동복지법 제정을 당론화 해줄 것 등을 각각 요구한 것.
한 단체는 자신들의 요구를 당론화하면 손 대표 대선 지지운동을 펴겠다는 말도 했다. 그만큼 참가자들은 손 대표에게 거는 기대가 큰 듯했다. 손 대표와 민주당 당직자들은 답변을 통해 이들의 요구를 대부분 당론화하거나 적극적으로 개선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지자들, 손 대표 대권 행보로 여겨
울산지역의 손학규 대표 지지자들은 이날 손 대표의 행보를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섰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와 연관짓기도 했다.
울산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하는 시발점이 됐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시작된 제주의 2002년 3월 9일 경선 투표에 이어 3월 10일 육지에서는 처음 실시된 울산 경선 투표를 두고서다. 노무현 당시 민주당 고문은 울산선거인단 투표자 1017명 중 298표(29.3%)를 얻어 7명의 경선 주자 중 종합 1위로 나선 것.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인제 고문이 줄곧 1위를 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큰 이변이었다. 울산 경선은 이후 거세게 불어닥친 노풍의 출발점이 됐다. 손 대표 지지자들은 이 점을 상기했다. 한 지지자는 "이날 민생 활동이 2002년처럼 손풍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에서는 곤혹스런 질문도 나왔다. 언론노조는 손 대표를 향해 "손 대표가 아주 희망적인 말씀을 하셨는데, 말과는 달리 반노동, 반언론 행보를 해오 전주방송 김택곤씨를 왜 방송통신심의위원으로 선정했냐"고 물었다.
언론노조는 그러면서 "이런 모순을 납득할 수 없다. 대권을 잡아도 이런 인사나 정책을 펼 것이 아닌가"라며 직격탄을 날려 손 대표를 곤혹스럽게 했다. 한편 손 대표와 민주당은 토론회 후 동구의 경로당에서 좌담회를 여는 등 민생행보를 이어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05.27 19:49 | ⓒ 2011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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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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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정몽준 텃밭에서 민생 행보... 대권 전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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