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서민 생각한다면 쟁점 극복 못할 이유 없다"

[편지] 통합진보정당을 위한 민주노총 위원장의 마지막 호소

등록 2011.05.31 13:40수정 2011.05.3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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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연석회의)'가 31일 오후 2시 다시 열립니다. 연석회의에 참가 중인 민주노동당·진보신당·사회당·민주노총 등 13개 진보정당·사회단체 대표자들은 지난 26, 27일 15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에도 최종 매듭을 짓지 못하고 헤어졌습니다. 특히 다음 회의 날짜도 잡지 못해 진보진영의 통합 논의가 이대로 어그러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쟁점은 3년 전 민노당 분당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북한 문제·당 운영방안에 대한 진보정당의 입장 차는 여전했고 2012년 총·대선 야권연대를 맞이하는 자세에서도 약간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편지를 띄웠습니다. "새로운 진보정당의 주인은 이 땅의 수많은 노동자·농민·서민임을 잊지 말아달라"는 호소입니다. 편지 전문을 <오마이뉴스> 독자에게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a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자료 사진)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자료 사진) ⓒ 권우성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자료 사진) ⓒ 권우성

한 일간지를 읽다가 오늘(31일)이 1778년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가 사망한 날이라는 기사가 눈에 들어옵니다.

 

"나는 당신이 하는 말에 찬성하지는 않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할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서라면 내 목숨이라도 기꺼이 내놓겠다."

 

볼테르의 관용에 대한 사상을 집약적으로 나타내는 문장입니다(그런데 실제로 그가 이렇게 말한 적은 없다고 합니다).

 

31일, '진보정치 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가 국민들과 약속했던 최종합의문을 발표하기 위한 마지막 회의를 하게 됩니다. 5월 26일 오전 8시부터 진행된 5차 연석회의는 자정을 훌쩍 넘긴 27일 새벽까지 마라톤협상을 하고도 최종합의문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이를 두고 각종 언론에서는 '사실상 결렬'이니 '애초부터 안 될 줄 알았다'는 등 별별 기사와 이야기들이 많았지요.

 

하지만 나는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연석회의에 참가하면서 단 한순간도 '결렬'을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왜냐구요?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은 몇몇 당 간부들이나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이해가 걸린 문제가 아닌 민중들의 한결같은 염원이며 시대적 요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어떤 거부의 명분도 민중의 염원과 시대적 요구보다 앞설 수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를 거부했던 세력이 역사의 주인이 된 적이 없다는 엄연한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새로운 진보정당의 진짜 주인 생각한다면 지금의 쟁점, 극복 가능하다"

 

물론 남아 있는 쟁점들이 결코 쉬운 문제들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바꾸어 생각해 보면 '쉬운 문제였다면 분당이라는 아픔이 있었겠는가!', '아니 어려운 일이니까 우리가 반드시 해결하자'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운동'하는 자로서 '영광'입니다. '운동'이라는 것이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일. 그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지요.

 

또한 협상은 어렵습니다. 저는 단위노조위원장을 마치면서 "쉬웠던 것은 파업이고, 어려운 것은 협상, 그 중 제일 어려운 것은 투쟁과 협상과정을 조합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것이다"라고 반성한 적이 있습니다. 노사협상. 어렵습니다. 조합원의 요구와 자본의 요구가 본래 적대적 모순관계라는 한계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진행되는 협상의 대표들은 결코 적대적인 관계의 당사자들이 아닌 고통 받는 민중들을 대표한 동지들입니다.

 

이번 협상의 모든 이익은 오로지 노동자, 민중들에게 돌아갑니다. 그런 점에 비춰볼 때 승자는 우리 모두가 돼야 합니다. 지금은 비록 각 당의 대표, 제 단체의 대표로서 연석회의에 참여하고 있지만 우리는 모두 민중의 이익을 위해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지도자들입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지금 참여하고 있는 단체의 구성원보다 훨씬 많은 수의 민중들이 새로운 진보정당의 주인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 점을 명심한다면 현재의 조건에서 제출되는 몇 가지 쟁점이 과연 우리가 극복하지 못할 이유가 될 수 있을까요?

 

"개량이 필요할 시기에 개량을 하지 못한다면 혁명의 시기가 도래해도 혁명을 지도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진보정치 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과제 앞에 탄압받는 민중들을 대신하여 드리는 노동자들의 마지막 호소입니다.

2011.05.31 13:40ⓒ 2011 OhmyNews
#진보대통합 #민주노총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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