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무도 큰 나무만큼 돌봄이 필요하다

학교혁신 국제심포지엄을 통해 본 우리교육

등록 2011.06.02 18:58수정 2011.06.0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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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6일 전북 도교육청 강당에서 ‘교육 선진국의 학교혁신 동향과 전북교육혁신의 과제’를 주제로 학교혁신 국제심포지엄이 교사와 학부모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학교 혁신 사례발표가 있었다. ⓒ 김현

5월 16일 전북 도교육청 강당에서 ‘교육 선진국의 학교혁신 동향과 전북교육혁신의 과제’를 주제로 학교혁신 국제심포지엄이 교사와 학부모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학교 혁신 사례발표가 있었다. ⓒ 김현

진보교육감이 들어선 서울, 경기, 전북, 강원, 광주 지역에서 혁신학교 바람이 불고 있다. 진보교육감이 들어서지 않은 다른 지역에서도 혁신학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어 앞으로 전국 일선학교에 혁신학교에 대한 바람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런 혁신학교에 대한 열망은 제1회 학교혁신 국제심포지엄을 통해서 그대로 드러난다. 학교혁신 국제심포지엄은 5월11일 서울을 시작으로, 12일 경남와 대구, 13일 부산, 14일 경기 및 인천, 16일 광주·전남과 전북, 17일 충남과 울산, 제주에서 개최되었다. 진보교육감과 관계없이 대부분 지역에서 학교 혁신에 관심을 두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지금 학교에 혁신바람이 불고 있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과 같은 경쟁 위주의 교육으론 아이들의 행복은 물론 미래의 교육도 불행해질 거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렇다면 혁신학교라 무엇인가. 한마디로 정의를 내리긴 어렵다. 다만 경쟁이나 성적매기기가 아닌 자율적 환경 속에서 즐거운 배움이 있는 살아있는 학교를 지향하는 게 혁신학교의 출
발이고 취지이다.

 

혁신학교선진국이 말하는 학교의 모습은?

 

가장 이상적인 학교, 행복한 학교, 일요일이면 빨리 월요일이 되기를 기다리며 학교에 가고싶어 하는 마음을 주는 학교, 어느 학교일까? 물론 우리나라 학교의 모습은 아니다. 교육선진국이라 하는 핀란드나 스웨덴의 학교 모습이다.

 

이번에 강의를 하러 온 대부분의 강사들은 스웨덴, 핀란드, 독일 등의 교사와 교장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지역에서 학교에서 실행했던 학교혁신의 사례들을 중심으로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인천・부산・울산 교육청 등 일부 교육청에선 장소를 빌려주지 않거나 교사들에게 안내 공문 발송을 거부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학생들을 위해 학교 혁신을 주도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흐름을 거부하려는 인상을 주는 모습이 썩 유쾌하지 않다.

 

우리나라 대부분 학생들에게 학교는 벗어나고 싶은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섯 시, 여섯 시에 일어나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등교해서 종일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는 아이들은 늘 지쳐있는 표정이다. 고등학생이 되면 학교에 있는 시간은 더욱 길어진다. 보통 밤 10시 또는 11시까지 학교에 머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아이들에게 기껏 해주는 말이 미래의 인생 타령이다. 지금 이 고생을 참고 견뎌야 낙오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위로 아닌 위로의 말로 다독이지만 귀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학교는 행복한 삶을 만들기 위해 거치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래서 학생은 배우는 일이 기쁨이 되어야 하고, 교사는 가르치는 일이 보람이 되어야 한다. 헌데 실상은 모두 아니다. 아이들은 배우는 기쁨보단 어쩔 수 없이(낙오되지 않기 위해) 공부한다. 교사들 또한 좋은 인성을 가지고 미래를 꿈꾸는 아이가 아닌 성적 올림과 성적 매김에 급급하다. 그러다보니 학교란 공간이 즐거움의 공간이 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책상에 앉아 있어야 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일부 지역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게 학교 혁신이다. 그렇다면 학교 혁신에 성공한 나라에선 어떤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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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혁신 사례를 듣고 있는 모습 ⓒ 전교조 전북지부

학교 혁신 사례를 듣고 있는 모습 ⓒ 전교조 전북지부

핀란드의 교육은 어떤 것?

 

근래 들어 핀란드 교육에 한 번쯤 안 들어본 이가 없을 것이다. 특히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교육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핀란드와 스웨덴을 다녀온 후 여러 교육관련 발언을 한 후 핀란드 교육이 대체 뭔가 하는 궁금증을 더 불러일으키고 이들 나라의 교육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6일 전북도청 대회의실에서 만난 페이비스리스똘라이낸 핀란드 스트룀베리 초등학교 교장은 핀란드교육의 핵심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과 실천을 통해 다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기르는데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핀란드 교육이 지금처럼 모든 교육의 로망이 된 것은 부단한 학교의 혁신과 정책의 목표를 바꾸었기 때문이다. 똘라이낸 교장은 80년대 핀란드 교육의 상황은 지금 한국의 교육 상황과 비슷했다며 이젠 한국도 경쟁이 아니라 자발적 협력과 실천을 통해 서로를 배려하는 공동체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작은 나무도 큰 나무만큼 똑같은 돌봄이 필요하다."

 

똘라이낸 교장은 교육은 한 마디로 똑같은 돌봄이라고 말한다. 공부 잘 놈, 똑똑한 놈만 인정받고 잘사는 잘 사는 나라가 아닌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선 똑같은 돌봄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경쟁위주의 미국식 교육에 젖어있는 우리의 교육을 바라볼 때 똑 같은 돌봄의 교육은 어쩌면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교육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표적인 교육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나라선서 경쟁이 아닌 협력과 실천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시험은 없다. 평가는 있지만 아이들의 실력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은 없다."고 말한다. 실력을 향상시킨다는 명목으로 시험지상주의에 빠진 우리가 한 번쯤 곱씹을 만한 말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혁신학교가 성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시사하는 말이기도 하다.

 

스웨덴과 독일의 교육은 어떤 것?

 

핀란드 못지않게 학교 혁신에 성공한 나라가 스웨덴이나 독일이다. 핀란드의 교육이나 스웨덴의 교육의 철학은 유사하다. 이들 나라의 교육목표는 다함께 잘 살자이다. 협력을 통해 우리라는 공동체의 일원임을 인식하게 하고 너도 나도 함께 살아가는 교육을 배운다.

 

스웬덴 푸투룸 학교 교사인 한스 알레니스는 발표를 통해 즐거운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에 욕구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수학 문제 하나를 푸는 것보다 학생들이 팀을 이루어 공부하고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혁신학교가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전제 조건으로 교육 모델 형성을 위한 충분한 토론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어떤 정책을 실시할 때 우리는 충분한 토론이나 공감대 없이 위에서 밀어붙여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열린교실이 그렇다. 알레니스의 말은 혁신학교의 성공여부 또한 교사들의 충분한 토론이 일선 현장에서 논의되어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

 

독일의 헬레네랑 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알베르트 마이어 교사 또한 비슷하다. 대부분의 혁신 학교가 그렇듯이 헬레네랑 학교도 프로젝트나, 연극, 체험 위주의 감성 교육을 중시하고 있다 한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혁신학교에 성공하기 위해선 20년 정도 걸릴 거라며 장기적인 관점에 나아가야 한다고 주문한다.

 

"학교혁신은 혼자서는 힘들다. 함께 할 수 있는 동료를 만들어야 한다. 동료와 함께 싸우고 나아가면 이길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

 

이 말은 한국의 교육 관련자들에게 주는 말이다. 그리고 학교혁신의 길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거라는 메시지다.

 

학교 혁신을 말하기는 쉬워도 실행하고 성공하기는 어렵다. 입시에 휘둘리는 한국 교육의 현실 속에서 학교 혁신은 더더욱 어렵다. 일단 학교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선 교육과정 편성이 자유로워야 하고 평가라는 괴물이 없어야 한다.

 

학교 혁신에 성공한 유럽의 나라들은 거의 평가가 없다. 그래도 학업성취율은 으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상신중학교 손지희 교사의 "현재의 입시 제도를 그대로 두고 혁신학교는 성공할 수 없다. 평가를 그대로 둔 채 수업혁신만을 주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는 말은 한 번 새겨볼 만하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우리에 맞는 학교 혁신을 해야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학교 혁신, 혁신 학교에 대한 절실함은 없는 듯 하다. 이는 혁신 학교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서지 않는 것도 한 이유다. 따라서 혁신 학교가 우리 미래 교육을 진정 책임질 수 있으려면 좀 더 많은 토론과 공감대 형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2011.06.02 18:58 ⓒ 2011 OhmyNews
#학교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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