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트루먼쇼>에서 착안했다.
트루먼쇼
영화를 지켜보면 돈을 좇아 돌고 도는 이 사회의 모습이 참담하다. 공영이라는 허울 뒤에 숨은 방송 권력의 힘이 새삼 두렵고 거대한 것임도 깨닫게 된다. 교양의 가면을 쓴 광고, 그 자체다. 그 선한 얼굴의 괴물에게 서민들은 멍하니 주머니를 털린다.
물론 모든 맛집과 모든 프로그램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에도 진정으로 맛을 지켜가는 식당과 그 주인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제와 그걸 따져 무얼하나 싶을 만큼 영화가 제시한 현실은 암담하다.
영화에 출연한 음식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시청자들이 그만한 수준의 프로그램을 원하고 허용하기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진단한다. 씁쓸하지만 동의할 수밖에 없다. 흔히 한 나라의 지도자로 선출된 이는 딱 국민 수준에 맞는 그 정도의 사람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똑똑한 미디어 소비자가 되길 바라며영화 <트루맛쇼>는 우여곡절 끝에 개봉했다. MBC에서 방송금치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된 것. 김재환 감독은 예상했던 일이라고 한다. KBS와 SBS도 벌집을 쑤셔 놓은 상태인 것은 빤한 일.
그렇다면 전직 MBC PD였던 김재환 감독은 왜 논란을 무릅쓰고 이런 영화를 만든 것일까. 영화 상영 후 따로 기자간담회를 갖지 않았지만 그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면 관객을 향한 심정이 잘 표현되어 있다.
"다큐를 만드는 사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성냥을 긋는 것까지다. 큰 불로 번져서 뭔가 큰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지만 방송 3사가 불어서 바로 꺼지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건 정말 관객들의 몫이다. 조그만 변화라도 일어난다면 그게 전파돼서 미디어 전체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영화는 맛집을 소재로 했지만, 미디어의 오만한 권력에 대한 비판이다. 지금 이 순간도 TV를 통해 수많은 여행지와 관광지, 의사와 병원, 가구나 가전업체 등이 협찬을 하지만, 정보와 교양의 이름으로 시청자들을 대하고 있다.
시청자들이 깨어나 똑똑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혹시 그렇지 못할까 봐 김 감독은 다음 작품에서도 미디어의 위선과 진실을 다루려 한단다. 고마운 일이다. 우리나라 국민 5000만 중 이런 사람 하나 정도는 꼭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영화, 재미있다.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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