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에 발끈한 박근혜 "당 위해 최선 다할 것"

MB·박근혜 10개월 만에 단독 회동... 당 쇄신, 국정운영 의견 교환

등록 2011.06.03 17:54수정 2011.06.0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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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회동한 결과에 대해 취재진들에게 설명하며 땀을 닦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회동한 결과에 대해 취재진들에게 설명하며 땀을 닦고 있다.남소연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3일 청와대에서 회동했다.

이날 회동은 이 대통령 특사로 최근 네덜란드와 포르투갈, 그리스 유럽 3개국을 다녀온 박 전 대표로부터 순방 결과를 보고 받는 자리였지만, 4.27 재보선 이후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의 쇄신 방향,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의견도 교환됐다.

10개월 만의 단독회동... 당 쇄신·국정운영 방향 의견 교환

박 전 대표는 이날 단독 회동에서 "한나라당이 정치 논리보다는 민생에 초점을 둬야 하고 분열보다 통합으로 가야 한다"며 "당과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당이 무엇보다 국민 앞에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꼭 그렇게 힘 써달라"고 당부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이 대통령에게 양극화 해결을 위해 정부가 노력해 달라는 건의도 내놨다. 박 전 대표는 "경제 지표는 괜찮은데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문제가 심각하다, 가구 소득은 늘지 않았는데 전셋값이 몇천만 원씩 오르는 등 물가는 상승하고 청년 실업 문제도 심각하다"며 "국정의 중심을 민생에 둬서 성장의 온기가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와 닿을 수 있도록 국정을 이끌어 달라고 대통령에게 말씀 드렸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또 "민생문제 해결에 대해 당이 국민에게 진정성을 인정 받아야 신뢰 회복의 길도 열리고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저소득층 등의 민생 고통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국정의 중심을 서민과 저소득층의 민생에 두고 가겠다"고 화답했다. 또 "내수 경제 활성화에 관심을 가지고 잘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이례적으로 직접 나선 박근혜... 이재오 언급에는 '발끈'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이 3일 낮 청와대에서 오찬을 겸한 회동을 하기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이 3일 낮 청와대에서 오찬을 겸한 회동을 하기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박 전 대표는 이날 이 대통령과 회동 후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직접 회동 결과를 전했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두 사람의 회동은 모두 7차례 있었지만 박 전 대표 홀로 회동 결과를 브리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으로부터 구체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느냐'는 질문을 받자 "큰 틀에서 당이 하나가 돼서 국민 앞에 우리가 할 도리를 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각자) 그렇게 노력해야 한다"며 "저도 당직을 맡지 않더라도 제 나름대로 해 나가면 된다"고 밝혔다.

7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새 지도부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이야기한 민생 문제 해결을 실천하는 지도부를 (대통령이) 바라고 있을 것"이라며 "저도 그런 지도부가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이재오 특임장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장관은 이날 회동에 대해 "유럽 특사 활동 보고 이외의 다른 정치적 의미를 낳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당에 더 큰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회동을 불과 몇시간 앞둔 이날 오전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은 1964년 6월3일 군이 계엄령을 내려서 학생운동을 탄압한 그날"이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박 전 대표는 "(특사 보고 외에) 당이 민생을 해결하고 신뢰 회복을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해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는 당연히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그래야 우리가 국민들께도 면목이 있는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두 사람은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북한 비밀접촉 파문을 비롯한 대북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지만 박 전 대표는 "정부가 조만간 (그 문제에 대해) 설명을 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55분 독대... 대북 문제도 의견 나눠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이날 정오께 만나 1시간 25분 정도 점심 식사를 함께했고 이후 별실로 이동해 1시간 가까이 단독 회동을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좋은 분위기에서 특사활동 전반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며 "대통령이 주로 박 전 대표의 특사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 회동에는 박 전 대표의 유럽 순방을 수행했던 한나라당 권영세 권경석 이학재 이정현 의원이 함께했고, 청와대에서는 임태희 대통령실장, 정진석 정무수석, 천영우 외교안보수석, 홍상표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만난 것은 지난해 8월 21일 청와대 비공개 오찬 회동 이후 10월  만이다.
#이명박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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