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이를 안고 있는 박아무개 할머니초롱이와 단 둘이 살고 있는 할머니는 초롱이가 식구같고 자식같다고 한다. 그리고 외로울 때 많은 위안이 받는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초롱이를 키우는 것은 아니다.
박종무
내가 운영하고 있는 동물병원엔 가끔 아픈 개를 데리고 오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신다. 초롱이라는 이름의 개를 키우는
박아무개(70) 할머니는 옥수동에 17년째 홀로 살고 있다. 젊었을 때 옥수동에 살다가 딸과 함께 중계동 임대 아파트로 이사를 갔지만 딸이 초등학교 6학년 때 백혈병에 걸려 11년간 고생을 하다 세상을 떠났다. 그 후로 아파트에 혼자 사는 것이 너무 외로워 예전에 살던 동네로 이사를 왔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친구 삼아서 계속 개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할머니는 얼마 전까지만해도 식당일을 하는 등 용돈 벌이를 했지만 그것마저도 몸이 아파 그만 두고 지금은 정부에서 나오는 생활보조금 43만 원이 수입의 전부다. 이 돈으로 가스와 전기요금 등 관리비를 내고 알뜰살뜰 생활을 한다. 할머니는 생활보조금으로 초롱이 사료도 사서 먹이고 예방접종도 하고 가끔 피부병 치료도 한다. 주변 사람들은 혼자서 먹고 살기도 힘든데 개까지 먹여 살린다고 미쳤다며 흉을 본단다.
하지만 할머니에겐 개를 키우는 것이 살면서 큰 힘이 되었다. 딸을 잃은 뒤로 20여 년간 혼자 살면서 개가 항상 말동무가 되어 주었고 어두운 밤을 외롭지 않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또 밖에서 돌아올 때면 초롱이가 집에서 반겨주었기 때문에 집에 들어오는 것이 쓸쓸하지 않았다.
혼자서 힘겨운 삶을 살다보니 우울증 증세도 있었는데 명랑하게 뛰어노는 개를 보고 마음도 즐거워지고 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우울증 증세도 많이 좋아졌단다. 하지만 7월 1일부터 정부가 반려동물 진료비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한다는 얘기에 걱정이 늘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진료비가 인상되면 초롱이를 키우는 데 이전보다 더 큰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7월 1일부터 반려동물 부가세 시행... 경제적 부담으로 '유기견' 늘 수도기획재정부는 EU 국가를 포함해 미국 등 세계적으로 반려동물 진료비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한다며 2010년 12월 20일 부가세법 시행령 개정 예고안을 공고하고 다가오는 7월 1일부터 반려동물 진료비 부가가치세를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와 수의사단체들은 미국에서도 단지 하와이, 뉴멕시코, 사우스다코타 3개의 주에서만 부과하고 있을 뿐이고, 무엇보다도 그들 나라에서는 동물의 복지에 대한 기본적인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너무나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말하는 선진국의 경우 오래 전부터 동물보호법이 정착되어 동물을 학대하거나 유기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많은 사람들이 즉흥적으로 반려동물을 구입한 후 사정이 생기면 쉽게 버린다. 이렇게 버려진 개들 중 많은 개들이 며칠 만에 안락사 되거나 보신탕이 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료비에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면 보호자의 금전적인 부담감이 커져서 반려동물이 아픈 경우 유기하는 동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금도 동물병원에는 치료를 위해 입원을 시킨 후 유기하는 동물들이 흔히 있다. 기본적인 여건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소위 선진국들과 단순 비교하는 것에 무리가 따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