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를 잊지 마세요. 후쿠시마는 지금 정말 힘들어요"

'6·11 세계 동시 탈원전 100만인 행동' 일본 후쿠오카시 집회 현장

등록 2011.06.12 14:52수정 2011.06.1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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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부 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 원전 사고가 일어나기 시작한 3월 11일로부터 3개월이 되는 6월 11일 오후 1시. 도쿄, 후쿠시마, 히로시마, 나고야, 오사카, 오카야마, 고치, 후쿠오카, 구마모토 등 일본 전국 130개 지역과 프랑스, 호주 등 각국에서 '6·11 세계 동시 탈원전 100만인 행동' 집회가 열렸다.

규슈지역은 전날부터 당일 아침까지 내내 폭우가 내렸지만 점차 비가 잦아들었다. 후쿠오카시의 번화가이자 한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 텐진역 뒤편의 케이고 공원에서 열린 '6·11 세계 동시 100만인 액션-탈! 원전 사운드 데모 in 후쿠오카' 집회에는 규슈 각지에서 1천 명 가까운 시민들이 다양한 피켓과 코스프레, 장식을 하고 각자 연주할 악기를 준비해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젊은 부부와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엄마들도 있었다.

 6월11일 일본 각지에서 열린 탈원전 '6.11 세계 동시 100만인 행동' 집회. 사진은 후쿠오카 집회 모습.
6월11일 일본 각지에서 열린 탈원전 '6.11 세계 동시 100만인 행동' 집회. 사진은 후쿠오카 집회 모습.전은옥

 참가자들이 준비해온 다양한 악기를 동시에 연주하며 시내를 행진하는 일본식 젊은이들의 시위 문화 '사운드 데모'.
참가자들이 준비해온 다양한 악기를 동시에 연주하며 시내를 행진하는 일본식 젊은이들의 시위 문화 '사운드 데모'. 전은옥

이날 집회에는 후쿠시마현에서 사고가 발생한 3월 11일 이후 엿새가 지난 17일, 세 명의 아이를 데리고 연고도 없는 후쿠오카까지 피난을 온 여성 아베 씨를 비롯한 피난민 가족과 잠시 후쿠시마를 떠나 온 이와키시의 청년 등이 참여해 현지의 분위기와 절박함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여러분, 부디 후쿠시마를 잊지 말아 주세요. 후쿠시마를 도와주세요. 후쿠시마는 지금 정말 힘듭니다. 여러분 모두의 힘을 모아 제발 후쿠시마를 구해 주세요."

어린 아들을 품에 안고 발언대에 나선 아베 씨는 후쿠오카에 친척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후쿠시마에서 가능한 한 멀리 떨어져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후쿠오카까지 왔다. 그리고 후쿠오카현이 관리하는 현영 아파트에 머물면서 시민들과 다른 피난민 가족들과 교류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남편은 일 때문에 같이 피난오지 못하고 아직 후쿠시마에 남아 있지만 가끔씩 가족을 만나러 후쿠오카시에 온다고 했다.

 사고 발생지역 후쿠시마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후쿠오카로 피난을 온 아베씨(마이크를 든 왼쪽 여성)
사고 발생지역 후쿠시마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후쿠오카로 피난을 온 아베씨(마이크를 든 왼쪽 여성)전은옥

역시 후쿠시마 현내에서 온 28세의 청년 누노마키 씨는 피난민은 아니고 잠시 후쿠시마를 떠나왔다. 가족들을 아무리 설득하려 해도 아버지가 현지에서 일을 하고 있고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피난이 어렵다고 했다.

이와키시에서는 방사능의 위험 때문에 바깥에 빨래를 걸어두지 않고 가능한 한 창문을 열어두지 않으며, 외출시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비는 조금이라도 맞지 않는 등의 원칙을 세우고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어렵지만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방사능 피폭을 피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또 지역으로부터 가능한 떨어지는 것이 좋다는 것을 설득하고 있으며, 현 외의 사람들을 만나면 후쿠시마현의 사정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후쿠시마현 지사는 인구 유출을 억제하는 데만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컴퓨터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지역의 어디에서 피난민을 받고 있다든가 하는 중요한 정보를 얻기가 어렵습니다. 현내에서는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고 있지 못합니다. 물론 현민들도 행정의 말을 신뢰하는 것은 아닙니다. 안전하다거나 주민을 보호하지 않고 정확한 정보 전달을 하지 않는 행정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했지만, 이제는 피로감이 너무 극도에 달해서 체념하는 분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 마을을 지옥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온 누노마키 코헤이씨.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온 누노마키 코헤이씨. 전은옥

이밖에도 시위 참가자들은 "원자력 발전을 멈춰도 전기는 모자라지 않는다", "정부는 거짓말을 해도 되나요?", "선생님, 우리 학교 급식은 안전한가요?", "원전은 필요없다", "언론은 진짜 정보를 공개하라", "아이들을 지키자, 미래를 지키자", "지금 바로 자연 에너지로 전환을", "죽고 싶지 않다. 전기보다 생명", "수고 많았습니다, 원전. 이젠 잘가요~" 등을 외쳤다. 이날 집회에는 부산에서 온 시민들도 참석해 "원전에 반대합니다"라며 연대발언에 나섰다.


 "전기를 바꾸면 미래가 바뀐다"는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후쿠오카시 텐진 거리를 행진하는 시민들.
"전기를 바꾸면 미래가 바뀐다"는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후쿠오카시 텐진 거리를 행진하는 시민들.전은옥

 "선생님, 급식은 안전한가요?"라는 메시지를 붙인 책가방을 매고 걷고 있는 아동. 그 뒤를 따라 걷는 엄마 "히로시마, 나가사키여. 편안히 잠드소서. 두번 다시 잘못은 반복하지 않을테니"라는 메시지를 등에 내걸었다.
"선생님, 급식은 안전한가요?"라는 메시지를 붙인 책가방을 매고 걷고 있는 아동. 그 뒤를 따라 걷는 엄마 "히로시마, 나가사키여. 편안히 잠드소서. 두번 다시 잘못은 반복하지 않을테니"라는 메시지를 등에 내걸었다. 전은옥

후쿠오카시는 사가현 겐카이 원전으로부터 약 5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총 4기 중 3호기는 2009년부터 플루서멀(사용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해 우라늄용 원자로에서 우라늄과 섞어 MOX연료로 만들어 태움) 가동을 시작했다가 최근 정기 검사를 위해서 잠시 멈추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초기부터 주민들이 나서 MOX 연료 사용중지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재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부터 시작되었다.

또 4월부터 규슈전력 앞에서 히로시마 원폭피해자 만화가인 니시야마 스스무씨를 비롯하여 연대하는 시민들이 천막을 치고 "원전을 멈춰라"를 외치며 농성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젊은이들이 '즐거운 절전 생활 선언'을 하고 캠페인 중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집회뿐 아니라, 원자력문제를 제대로 공부하고자 하는 학습회와 상영회, 전문가를 초청하여 듣는 특별강연회 등이 활발하게 열리고 있으며 특히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어 수많은 시민이 희생된 것을 추모하는 '국민적' 기념일이 있는 8월에는 큰 규모의 집회와 모임들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일본 규슈 최남단 미야자키에서 온 단체참가자들이 노래를 부르며 후쿠오카 시민들과 함께 탈원전의 목소리를 외치고 있다.
일본 규슈 최남단 미야자키에서 온 단체참가자들이 노래를 부르며 후쿠오카 시민들과 함께 탈원전의 목소리를 외치고 있다.전은옥


 삐에로 복장을 하고 춤을 추며 퍼포먼스를 하는 청년.
삐에로 복장을 하고 춤을 추며 퍼포먼스를 하는 청년. 전은옥


 괴물인 원자력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코스프레.
괴물인 원자력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코스프레.전은옥
#후쿠시마 원전 사고 #탈원전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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