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값 등록금 촛불 집회
권우성
20년 동안 등록금 '괴물'이 자라고 있었다저 역시 발등의 불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렇게 '등록금 괴물'이 자라고 있었지만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엊그제 젊은 후배 활동가들 만난 자리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 이야기가 나와 그들의 경험담을 듣고 마음이 아팠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정말 힘들었다. 대학을 다니는 건지, 알바를 다니고 건지 구분이 안 될 때도 많았다.""온갖 알바 다 해봤지만, 결국 3,4학년 때는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했다. 아직도 그 빚을 갚고 있다.""형제가 동시에 대학을 다니는 바람에 결국 집을 팔고, 전세로 옮겼다."이런 삶을 살았던 후배들에게 '좀 더 치열하게 살라'고 말했던 것이 참 무심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취직자리를 구하기 위한 스펙쌓기, 학부제가 만들어낸 더 치열한 경쟁, 이런 것들 때문에 후배 대학생들이 사회와 이웃의 문제를 돌아보지 않는다고만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름 치열하게 대학시절을 보냈던 동년배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요즘 대학생 녀석들...."로 시작하는 비난도 적지 않게 하였습니다. 돌아켜보니 자신의 힘으로, 그리고 가난한 부모들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등록금 때문에 거리로 나온 후배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국민소득이 높아졌기 때문에, 옛날보다 더 좋고 예쁜 옷을 입고 다니고, 심지어 자가용을 타고 학교 다니는 녀석들도 있다고 하고, 우리 시절에는 상상도 못했던 휴대전화에 노트북에 PMP를 들고 다니는 겉 모습만 보았던 것을 사과합니다.
젊은 후배들의 삶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여서,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우석훈이 쓴 책 <88만원 세대>를 읽고서야 우리 세대보다 지금 대학생이 훨씬 치열하고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래도 우리시대엔 어영부영 공부해도 대학만 졸업하면 일자리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어떤 면에서는 화염병들 들고 뛰어 다니던 우리 세대보다 지금 20대들이 훨씬 더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지요.
좀 더 치열하게 살아보라고 다그쳤던 후배들에게 사과합니다. 대신 치열하게 알바하던 그 에너지를 모아서 이번 여름은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기 위해 힘을 합쳐 열심히 한 번 싸워봅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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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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