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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공사엔 없고, 황룡사 복원엔 있는 것은? ⓒ 최인성
▲ 4대강 공사엔 없고, 황룡사 복원엔 있는 것은?
ⓒ 최인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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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근정전의 박석은 울퉁불퉁 제 멋대로이지만 알고 보면 큰 비가 와도 사이사이 물이 흘러 잘 빠지게 만든 조선시대 사람들의 지혜가 담겨있습니다. 이 지혜의 아름다움을 보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명지대학교 교수는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라고 감탄을 내뱉었습니다.
삶의 도처에 숨어있는 고수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는 의미인 유홍준 교수의 감탄사. 이 감탄사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권 부제이기도 합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권 출간기념 저자와의 대화에서 유 교수는 문화유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풀어냈습니다.
황룡사의 복원이 어려운 이유는 선조들만큼의 기술력이 현재 있는지도 의심스러울뿐만 아니라 존경심이나 진정성도 부족하다며 4대강 사업 공사와 비교하며 비판했습니다.
"4대강 사업 하는데도 강 하나에 4조 원, 5조 원 드는데 굴착기 몇 개 오면 이거(황룡사) 서는 거지 뭐. 이게 돈이 없어서 못하는 건 아닙니다. 존경하는 마음으로 짓거나 아니면 진실로 후손에게 넘겨줄 것을 국가가 얼마가 들어가든지 하겠다는 자세면 할 수 있지만 우리에게 그런 문화, 능력은 없습니다."
유 교수는 또 삶속에서 문화의 의미를 키우는 민(民)의 힘을 강조했습니다. 나라가 덜컹거리고 다사다난해도 민은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나간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소녀시대 등 아이돌 가수가 파리에서 성황리에 콘서트를 열어 주목받고 있는 파리의 K-pop 붐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K-pop이 프랑스 가서 루브르 박물관 앞에 데모까지 일으키는 민의 힘이라는 게 대단한 거잖아요. 나라는 뭐 덜컹거리고 매일 사건사고 이상한 것만 나도 민은 하여튼 자기 일을 해가는데...."
이어 유 교수는 다른 나라의 영향을 받아 문화가 더 풍성해질 수 있다며 우리나라가 '오리지널리티'만 중요시하기 때문에 갖는 자격지심이나 열등의식을 이젠 버려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네덜란드와 독일의 르네상스가 이탈리아를 모방했다고해서 깎아 내리는 것을 난 단 한 번도 본 일이 없습니다. 이탈리아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 그들의 문화에 대해서 오리지널리티를 깎아내리는 것도 본 일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들이 르네상스 문화에 동참을 함으로써 유럽의 문화가 풍성해졌다고 얘기를 합니다."
유 교수는 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권 거창·합천 편에 실린 종갓집 맏며느리들과의 간담회 이야기를 전하며 전통은 이어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하는 것도 의미 있는 특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 할배는 전을 없애 버렸어예' 그러는 거예요. 먹지도 않는 전 하느라고 얼마나 복잡합니까. 그랬더니 또 명문집에서 나왔는데 '그래서예, 우리 제사상에는 피자를 올려예' 피자를 올리니까 손자들이 가자고 그런다는 거예요. 끝나면 그걸 먹으려고 딱 서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권 출간기념 유홍준 저자와의 대화는 오마이뉴스, 인터파크, 창비 주최로 16일 오후 서울 대치문화센터에서 열렸습니다.
두 번째 시즌을 선언하며 10년 만에 돌아온 인문서 최초의 밀리언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이 책에는 서울의 상징인 '경복궁'과 '광화문'에 얽힌 숨은 이야기, 고도 '부여'에서 발견하는 백제 미학의 정수 등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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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갓집 제사상에 피자가... 변화도 전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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