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명문 충암고? 창피한 줄 알아라

사학비리와 인권침해 '충암학원', 비리 역사 훑어보니

등록 2011.06.23 21:12수정 2011.06.23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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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충암학원이 연달아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22일 <경향신문>은 학생들의 성적을 실명과 함께 학교 외벽에 붙여 학생들로부터 "인생이 성적순이냐?"는 빈축과 함께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고, 이런 사실을 확인한 서울교육청은 즉시 이를 떼도록 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한겨레> 등 보도에 따르면, 이 학교는 지난 5월 "서울대, 연고대를 많이 보내야 한다"면서 소위 성적 우수자들만 특별 수업을 배치하여 출결 관리도 허위로 하고, 독서실도 성적순으로 배치하여 차별하는 등 "성적 카스트"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 6월 8일 서울교육청(교육감 곽노현)은 충암학원에 대한 특별감사를 통해 허위 공사에 의한 교비 횡령과 신규 교원 채용 서류 무단 폐기, 교사 동원하여 교비로 설립자 묘소 참배 등 무려 32건의 비위를 확인하고 이아무개 이사장(설립자 아들) 등 충암학원 이사 전원에 대한 승인취소와 교장 등에 대한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바둑명문, 야구명문으로 잘 알려진 학교지만, 이 학교가 이렇게 언론의 구설수에 오르내렸던 것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1억1천 교비 횡령 스포츠센터 건립, 회원권 강매 사건<199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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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암고의 이 아무개 이사장이 학교 소유 땅에 자신 소유의 스포츠센터를 세우고, 350만원에 이르는 회원권을 교사와 학부모들을 동원하여 강매하였다는 MBC 기사. 서울교육청 감사 결과 이 건물을 짓는데 학교 돈 1억 1천만원의 공금을 사용한 것이 적발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해 서울교육청은 이사장을 비롯한 7명이 경고 또는 주의만 내리고 덮었다. ⓒ 김행수


1996년 11월 MBC, 연합뉴스 등의 보도에 의하면, 이아무개 이사장은 학교 땅에다가 자신 소유의 스포츠센터를 짓고 교사들을 세일즈맨으로 앞세워 학부모에게 회원권을 강매하다가 물의를 일으켰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이 이사장은 당시 돈으로 350만 원에 이르는 회원권을 교사와 반장 어머니 등 학부모들을 통하여 강매하게 했는데, 이 과정에서 좁은 운동장은 스포츠센터의 주차장으로 변했고 차량의 학교진입을 위한 후문도 새로 생겼다고 한다.

당시 이 학교는 같은 해 2월 서울교육청의 정기감사에서 이 스포츠센터 공사비로 학교비 1억 1천만 원을 부당하게 빼내 사용한 사실이 적발되어 주의 조치를 받은 상태였다. 서울교육청은 감사를 벌여서 사실을 확인하고 이 이사장 등 7명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다. 주의와 경고라는 솜방망이 처분만하고 넘어간 것이다.

#학교 난방시설비 3억5천만 원 횡령 구속 사건<199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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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암학원 이사장이 공사업자와 짜고 세금으로 지원된 난방공사비 3억 5천만원을 횡령하여 구속되었다는 <동아일보> 기사. 총 공사비 6억 1천만원 중 3억 5천을 떼어 먹은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이 일로 "비리를 폭로하겠다."는 공사업체 사장에게 약점이 잡혀서 6천만원을 뜯겨 망신을 당했다. ⓒ 김행수


얼마 뒤인 1999년 12월 충암학원은 또 언론의 구설수에 올랐다. 당시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언론 보도에 의하면, 충암학원 이사장은 충암중고의 난방시설 보수비 명목으로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교육환경개선금 5억5천여만 원을 받아 설비업자와 짜고 공사비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무려 3억5천여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당시 이 이사장은 서로 짜고 공사비를 빼돌렸던 공사업체 사장의 "비리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무마하기 위하여 6천만 원을 뜯기기도 했는데, 이 난방설비업자도도 함께 구속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 당시 이 학교는 스팀 설비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친인척 병역비리로 이사장 또 구속<20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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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이사장으로 있던 학교의 교장을 통하여 자신의 조카 병역 면제를 부탁하며 병무청 관료에게 4천만원을 제공하였다가 뇌물교부죄로 구속되었다는 <연합뉴스> 기사. 이사장의 청탁으로 병역면제를 받았던 조카도 재신검을 받게 되고, 중간에서 돈 심부름을 하고 청탁을 한 교장은 현직 교장이라는 이유로 불구속 입건되었다. ⓒ 김행수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이사장은 또 언론에 등장했다. 2000년 당시 <한국일보> <연합뉴스> 등 각종 언론에 친인척의 병역 면제를 부탁하며 뇌물을 건넨 혐의로 이 이사장은 또 구속되었다.

당시 병역비리를 수사한 검군합동수사반은 이씨가 1996년 이 학교의 교장에게 '조카(여동생의 아들)가 병역면제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하면서 4천만 원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당시 조카는 병역 면제를 받았지만 사건이 알려지자 다시 재신검을 받았고, 돈을 건넨 이 이사장과 돈을 받은 병무청 직원은 구속되고, 돈을 전달하며 병역 면제를 청탁한 교장은 불구속 입건됐다.

결국 병역비리와 공사비 횡령 등으로 재판을 받은 이 이사장은 유죄 선고를 받고 이사장에서 쫓겨났다.

# 열악한 교육환경, 문제제기 교사는 강제 전보<2007~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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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학생이 떨어지는 유리창에 맞아 30바늘을 꿰메고, 700명 학생이 다니는 학교에 화장실이 하나밖에 없고, 이사장실로 출입구를 막아 학생들이 위험한 철제계단으로 출입을 하고 있는 등 열악한 교육환경을 고발한 <한겨레신문>기사. 당시 이사장을 유죄선고를 받고 쫓겨난 상태였고 그의 아내, 아들, 딸이 이어서 이사장을 하고 있었지만 그는 "명예이사장"이라는 직책으로 사실상 이사장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학교의 비리척결과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한 교사를 다른 학교로 일방적으로 전보를 보내기도 했다. ⓒ 김행수


이 이사장이 비리로 물러난 후 그의 뒤를 이어 그의 아내와 딸, 그리고 아들이 이사장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는 뒤에서 "명예이사장" 또는 "학원장"이라는 이름으로 실제 이사장 직을 수행하고 있었는데, 다시 충암이 언론에 등장한 것은 2007년경 부터이다.

고등학교 1학년 건물 5층에서 창문틀이 떨어져 지나던 학생이 30바늘을 꿰매야할 정도로 머리를 다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와 비슷한 사고가 그 전에도 있었다고 한다. 학교 건물은 여기 저기 금이 가서 물이 새고, 전선은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중학교 학생 전체가 700명인데 화장실이 하나 밖에 없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교사, 학생, 지역주민 들이 모여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때 등장한 구호가 "똥 쌀 권리 보장하라, 요강 들고 등교하자!", "떨어지는 창문에 머리통이 깨진다. 헬멧 쓰고 등교하자"였다. 더 황당한 것은 이런 교육환경 개선과 비리 척결을 요구하던 교사를 일방적으로 다른 학교로 전보시켜 버린 것이다("똥 쌀 권리 보장하라, 요강 들고 등교하자!" 08.04.14 기사 참조)

이 당시에도 국회국정감사에서는 쫓겨난 전 이사장이 학교 직원들을 비서로 쓰면서 학교의 외제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문제, 친척이 운영하는 학교 매점의 임대료 문제 등이 지적되었는데 서울교육청(당시 공정택 교육감)은 특별감사를 약속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 지적되었던 대부분의 문제들이 이번 2011년 서울교육청(현 곽노현 교육감) 감사에서 다시 사실로 확인되어 이사 승인 취소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청산되지 않는 사학비리는 재발한다

충암학원의 사학비리가 언론에 오르내린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사학비리가 계속 되는 이유는 충암학원이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로 이어지는 공고한 족벌체제로 운영되어 내부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탓이다. 

그리고 이 학교가 국민 세금과 학생 등록금으로 운영되는데도 서울교육청이 제대로 감사를 하지 않고 봐주기를 해 왔기 때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실제로 국회 국정감사 자료 등에 의하면 충암초, 충암중, 충암고는 법정전입금이 거의 매년 "0원"이다.

청산되지 않는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처럼 청산되지 않은 사학비리 역시 반복된다는 것을 충암학원은 증명하고 있다. 이전에도 수없이 제기되고 사실로 확인된 비리에 대해 서울교육청은 솜방망이 처분으로 일관했고, 충암학원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비리를 반복적으로 벌이고 있었다. 공정택 전 교육감 당시의 교육비리를 척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곽노현 교육감에게 충암학원의 반복되는 비리에 대한 철퇴는 당연해 보인다.

교육에서 진정 중요한 것은 비리 사학의 자율성이 아니라 학생의 학습권이다. 충암학원 이 모 이사장을 중심으로 한 족벌운영이 이번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서울교육청의 최종 처분이 기다려진다.
#충암고 #사학비리 #횡령 #병역비리 #곽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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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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