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내도 KBS 못보는데 인상까지?

KBS 수신료 인상하려면 수신료만으로 KBS 시청가능하게 해 주는게 우선 아닐까

등록 2011.06.27 14:52수정 2011.07.2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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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29일 오후 7시 45분]


나는 KBS에 내는 수신료가 아깝다. TV를 시청하지 않거나 KBS를 시청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꼬박꼬박 수신료를 내고 있지만 정작 나는 KBS에 내는 수신료만으로 KBS를 수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KBS에 수신료를 내고 있지만 KBS는 내게 선명한 방송을 보여주지 않기에 나는 KBS를 보기 위해 매월 3300원씩 케이블TV 수신료를 또 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는 당당하게 전기료에 합산해 내게 수신료를 받아간다. 

 

우리집에는 TV가 1대 있고 매월 전기료와 함께 2500원의 수신료를 내고 있다. 내 상식으로는 매월 수신료를 내기 때문에 나에게는 KBS로부터 품질 좋은 방송을 수신 받을 권리가 있다. 그리고 KBS는 내게 질좋은 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질좋은 방송'이라는 것은 프로그램의 수준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눈으로 보여지고 귀로 들려지는 화면을 말하는 것이다.

 

혹시 우리집이 첩첩산중에 있는 난시청지역이냐고? 아니다. 우리집은 인구 150만 명의 광주광역시 경계에서 자가용으로 10분이면 달려올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도농복합지역이다. 아파트도 1만여 호 되고 내가 사는 읍지역 인구만 4만5000여 명이다. 농촌지역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도시에 가까운 지역이다.

  

1996년 지금의 아파트에 입주할 때 14층 옥상 꼭대기에 커다란 안테나가 버젓이 달려있음에도 불구하고 TV 화면이 온통 찌지직거리고 위아래로 흔들리면서 TV시청이 어려운 데 대해 황당했다. 안테나가 높은 곳에 있으니 잘 나오려니 했던 TV 화면이 제대로 나오지 않음이 이해가 안 갔다.

 

당시 몇 가구 입주가 안 되어 있던 터라 즉각 수신료를 내고 있는 KBS에 항의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그런데 내가 사는 화순은 난시청지역이 아니란다. 난시청지역은 방송이 전혀 수신되지 않는 지역을 의미하는 것인데 내가 사는 지역이 방송이 잘 송출되고 있단다. KBS에서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했다. 

 

결국 나는 KBS를 수신하기 위해 별도의 수신료를 내고 유선방송이나 케이블TV를 봐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는 내게 방송을 잘 보내주고 있으니 꼬박꼬박 수신료를 내라고 한다. 게다가 수신료를 못 내겠다고 하니 전기료에 합산해 어쩔 수 없이 내도록 만들어 버렸다.

 

물론 하루에 한 프로그램을 시청하더라도 KBS를 시청하기 때문에 수신료를 받아야겠다는 것이 KBS의 방침이라면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민영방송사는 수신료를 받지 않는다.

 

예전에는 KBS에서는 광고를 하지 않았기에 그럴 수도 있다고 수긍했지만 지금은 KBS도 여느 민영방송사와 마찬가지로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영방송사'라고 하면서 민영방송사도 받지 않는 수신료를 내라고 한다. 얄밉다.

 

KBS가 정말 시청자들에게 수신료를 받아야겠다면 KBS는 시청자들이 KBS에 내는 수신료만으로도 KBS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수신료를 받겠다는 것은 염치없는 짓이다. 게다가 인상까지 하겠다는 것은 더욱 더 염치없다.

 

수신료를 올리겠다고? 좋다. 예전에 비해 프로그램 제작비도 많이 올랐을 테니 나도 수신료를 더 내줄 의사가 있다. 하지만 수신료를 올리기에 앞서 정말 수신료를 받고 싶다면 수신료만으로도 KBS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해 달라.

 

유선방송을 시청하지 않아도 케이블TV나 위성방송을 시청하지 않아도 KBS를 깨끗하게 시청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놓고 수신료 운운해야 수신료를 내는 입장에서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지 않겠는가.

 

만약 지금의 상황에서 더 이상의 깨끗한 화면을 기대할 수 없다면 나는 그러려니 생각하고 찌지직 거리는 화면에 만족하며 KBS에 수신료를 내는 데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KBS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세할 것 같은 유선방송사나 케이블방송사에서는 약간의 설비만으로 KBS 수신이 가능토록 해 준다. 그로 인해 KBS를 시청하는 국민들은 KBS를 시청하기 위해 KBS에 내는 수신료 외에 유선방송수신료며 케이블TV수신료를 내고 있다.

  

그러면서 이제는 수신료를 올려받겠다고 한다. 수신료를 올리고 싶다면 이제부터라도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화면부터 제공하길 바란다. 그러고 나서 당당하게 수신료를 받아야겠다고 요구해라.

 

[반론문] '수신료 내도 KBS 못 보는데 인상까지' 기사 관련

KBS는 지난 6월 29일 KBS 측이 해당 시민기자가 거주하는 아파트를 직접 방문하여 해당 기자와 아파트 관리소장, 아파트 자치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아파트의 지상파 수신 상태가 양호함을 확인하였다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KBS는 아파트의 경우 개별 세대마다 지상파 TV 수신용 안테나를 달 수 없기 때문에 <방송 공동수신설비의 설치기준(방통위 고시 제2009-27호, 2009. 11.5 개정)에서 공동수신설비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아파트의 공동수신설비는 아파트 주민의 재산이므로 최초 설치부터 운용, 보수 책임이 아파트 주민들에게 있는 바, 지상파 공시청 시설의 노후나 케이블 등 유료방송사업자의 지상파 공시청 시설 훼손 사례가 많아 개별가구의 TV 수신 상태가 불량하다는 이유만으로 난시청으로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혀왔습니다.

KBS는 민영방송사와 달리 수신료를 받는 것은 KBS에 국가기간방송의 지위와 함께 난시청 해소 등 다양한 공적 책무가 부여되어 있기 때문이며, KBS는 2012년 디지털 전환에 맞추어 난시청 디지털 시청 100% 재단 설립 등 난시청 해소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위 보도문은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라 보도하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06.27 14:52ⓒ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화순 #KBS #수신료 #수신료 인상 #난시청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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