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교육감 본교섭 불참에 지역교육계 다시 파행

전교조 울산 "사과하고 본교섭 참석하라" vs 교육청 "행사 많아서"

등록 2011.06.28 14:19수정 2011.06.28 14:19
0
원고료로 응원
a  전교조 울산지부가 28일 오전 11시 울산시교육청에서 성실 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교조는 이곳에서 27일 저녁부터 농성을 하고 있다

전교조 울산지부가 28일 오전 11시 울산시교육청에서 성실 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교조는 이곳에서 27일 저녁부터 농성을 하고 있다 ⓒ 박석철


지난 2008년 12월 25일 울산시교육청이 전교조울산지부에 일방적으로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한 후 2년 6개월만에 성사된 노사 단체교섭 본교섭이 다시 파행의 길을 걷고 있다.

전교조 울산지부가 지난해 8월 30일 단체교섭 요구서를 발송한 이후 7차례의 사전협의회 끝에 27일 열린 본교섭(관련기사 '울산, 드디어 전교조-교육청 본교섭 성사')에 울산교육감이 참석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전교조 울산지부는 27일 오후 6시부터 교육청 1층 휴게실 앞에서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농성을 전개하고 있고, 28일 오전 11시 이곳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청을 성토하며 교육감의 사과와 본교섭 참석을 요구했다.

본교섭 파행 과정은...

지난 6월 23일 울산시교육청이 전교조 울산지부과의 본교섭 진행을 통보한 후, 그날 공문에서 본교섭 참석자 명단에 교육감을 넣지 않아 사실상 교육감은 불참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 울산지부 박정호 정책실장은 "27일 오후 4시 기대를 갖고 본교섭에 참석했으나 끝내 교육감은 나타나지 않았다"며 "교과부-전교조본부, 지역교육청-지역전교조지부 간 본교섭에 교과부장관과 교육감이 참석하지 않은 채 본교섭이 개최된 적이 없다"고 농성 이유를 설명했다.

전교조 울산지부에 따르면 조용식 지부장을 포함한 전교조측 교섭위원 7명은 오후 6시까지 교육감을 기다렸으나 끝내 참석하지 않았고, 교육청 교섭팀은 "업무 관계로 바쁘니까 교섭할 생각이 있으면 연락해라"고 한 후 사실상 퇴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는 "노사 양측의 대표가 참석하는 것은 본교섭의 성실한 진행을 약속하는 신뢰의 상징이며 이를 잘 알고 있는 교육청이 교육감 불출석 카드를 제시한 것은 '본교섭 개최 의지가 과연 있는가'라는 의구심을 자아낸다"고 밝혔다.

전교조 기자회견 "타 교원단체 때는 참석하더니..."


전교조 울산지부는 기자회견에서 "조합원의 복리 후생과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이라는 노동조합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27일)본교섭위원회에서 교육감의 출석을 강력히 요구했다"며 "그러나 교육청은 끝내 교육감 불참 상태에서 교섭을 진행할 것을 요구하는 상식이하의 태도를 보였다"고 성토했다. 

이어 "이러한 교육청의 불성실한 교섭태도를 규탄하며 본교섭 파행의 책임은 전적으로 교육청에 있음을 밝히면서 농성을 시작한다"며 "아울러 여러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교조는 형평성의 문제, 교육청 교섭 실무팀의 불성실한 교섭태도, 교육감의 교섭의지 부족 등을 들었다.

타 교원단체와의 교섭에는 참석한 교육감이 왜 유독 전교조와의 교섭에서는 불참하는가 하는 것. 전교조는 "이는 전교조를 노사간의 대등한 대화(교섭) 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편견을 드러낸 것"이라며 "과거 전교조를 무시하고 대화를 거부한 전임 교육감의 잘못으로 많은 갈등과 대립이 있었음을 현 교육감은 알아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울산전교조는 "그간 본교섭 성사를 위해서 교육청 교섭 실무팀과 숱하게 대화를 시도했지만 중요한 시기마다 대화를 회피한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7차례의 사전협의회를 거치면서 교섭을 지연시킨다는 비판을 숱하게 받았던 터라 어렵게 성사된 본교섭에 교육감이 불참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전교조는 "교육감은 전시성 행사에는 대부분 빠짐없이 참석하고 언론을 통해 홍보하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며 "교원의 복리 증진과 잡무 경감을 비롯한 현안 문제 해결을 다루는 단체교섭은 그 어떤 전시성 행사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이에 따라 ▲교육감의 솔직한 사과와 재발방지 ▲빠른 시간 안에 교육감의 참석하에 정상적인 본교섭 개최를 요구했다.

울산교육청 "교육국장에 위임"

이에 대해 울산시교육청 교직단체팀 장학사는 "교육감이 행사 참석이 많은 등의 이유로 교육국장에게 교섭권을 위임했다"며 "위임을 해도 노동법에 저촉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3일 공문을 통해 위임 사실과 본교섭 참석자 명단에 교육감을 넣지 않았다"며 "아마 이후에도 교육감이 본교섭에 참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교조 울산지부는 7월 1일 오후 6시 30분부터 울산교육청의 성실 교섭을 촉구하고 일제고사, 차등성과급, 초빙교사 폐지를 촉구하는 울산교사대회를 열기로 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울산교육청 #전교조 울산지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3. 3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