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을 향한 희망의 도보행진, 낙생고등학교 휴식 후 출발합니다.
새로운노동자정당추진위원회
120여 년 전 주간 8시간 노동의 요구가 아직 한국에선
노동절의 효시가 되었고 120여 년 전 미국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쟁취하려 했던 8시간 일하고 8시간 휴식하고 8시간 잠자는 노동기본권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요원한 실정이다. 국민 모두를 위한 행복추구권은 이렇게 고난의 행군이다.
7월 1일 도보행진을 출발하는 현대기아 본사 앞 기자회견은 시작부터 현대기아 경비들의 방해 속에서 진행되었다. 인도 상에서 합법적으로 진행되는 기자회견에 대해 시비를 걸고 불법 채증을 자행했다. 근처에 경찰이 있었지만 이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유성기업의 주간2교대 실시 요구지만 역시 현대기아차에 대한 압박이 되고 있기에 그들의 보인 반응은 당연한 일이다.
전 날까지 장맛비가 내렸지만 이틀 동안은 도보행진을 돕기라도 하듯이 비가 그쳤다. 그러나 무더운 7월의 날씨다. 양재동을 지나 성남, 분당, 수지를 거쳐 수원까지 도로를 따라 걸었다. 인도가 있기는 했지만 사람들이 다니기에는 매우 불편하고 어려웠다. 원래 사람이 다니던 길이 이제는 차가 주인이 되었다.
노동자가 주인인 사회가 아니라 자본가가 주인인 사회처럼 걷는 걸음마다 방해물이다.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한 도보행진 출발이었지만 공장에서 쫓겨난 채 모판을 키워 낸 들판 비닐하우스에서 농성중인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만나러 간다는 마음에 모두를 열심이었다.
첫날 오후 행진 대표단은 거쳐 가는 길에 아주대학교 청소여성노동자들을 만나 연대의 시간을 가졌다. 노동법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근로조건조차 보장받지 못하던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조합 결성을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홍익대에서 보여준 대학의 전근대적이고 반노동자적인 인식과 태도를 바꿔내는 길은 고매한 학문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권리의식과 투쟁이라는 점을 그 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기흥 근처 숙소에서 잠을 자고 이튿날 새벽 5시 반 삼성반도체 후문에서 출발했다. 토요일인데도 공장은 밤낮없이 돌아가고 여전히 교대근무로 출퇴근이 이어지고 있다. 공장 문으로는 반도체용 과산화수소 등 '독극물'이 표시된 탱크로리 트럭이 끊임없이 공장을 드나들고 있다.
얼마 전 서울행정법원에서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의 유족이 반도체를 만드는 공정과정에서 삼성의 책임을 물은 일부 승소를 얻어냈다. 그러나 다국적기업, 초일류기업 삼성은 여전히 산업안전의 사각지대에 있고 돈을 벌어야 살아가는 노동자들은 밤낮없이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공장 앞에서 출발하는 데 삼성반도체 관리자가 사진을 찍으며 따라온다. 잠 좀 자자는 주장이 이렇게 감시의 대상이 되는 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