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아버지의 무릎교육에서 싹튼 역사인식

[서평] <박병선 박사가 찾아낸 외규장각 도서의 귀환>

등록 2011.07.21 09:17수정 2011.07.2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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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폈다고 해서 저절로 열매가 맺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꽃들은 벌이나 나비가 수정을 해 주어야 하고, 어떤 꽃들은 바람결에라도 수정이 돼야만 열매가 맺히고 영글어 갑니다.

지난 6월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과 경복궁에서는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해 간 외규장각 도서가 145년 만에 귀환한 것을 환영하는 행사가 성대하게 치러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슴 울렁거리도록 기뻐하고 자축하던 이날의 행사가 국가적 잔치였다면 이 잔치의 주인공은 바로 145년 만에 귀환하는 외규장각도서입니다.

외규장각도서의 반환이 잔치의 주인공이고 오랜 노력이 맺은 노력의 결실이라고 한다면 그 결실을 맺는데 벌이나 나비 역할을 한 사람은 누가 뭐래도 박병선 박사님을 꼽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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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선 박사가 찾아낸 외규장각 도서의 귀환>| 조재은 지음 · 김윤정 그림 |펴낸곳 스코프|2011.7.20 |값: 12,000원 ⓒ 임윤수

박병선 박사님은 어떤 분일까요? 어디서 태어났고, 성장과정은 어땠으며, 어떤 학교를 다녔고, 프랑스에는 어떻게 갔으며, 외규장각도서는 어떻게 발견했으며, 반환을 위해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

조은재 지음, 김윤정 그림, <스코프> 출판의 <박병선 박사가 찾아낸 외규장각 도서의 귀환>이라면 박병선 박사님에 대한 이런 궁금증은 물론 외규장각 도서에 대한 일반적 상식도 채워줄 것입니다.

책방아저씨의 눈으로 본 아이 박병선, 은사의 입장에서 본 대학생 박병선, 프랑스 도서관 사서들의 눈으로 본 한국인 박병선의 모든 것이 입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외할아버지의 무릎교육

'책벌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책을 좋아하던 아이, 프랑스에 가고 싶다는 꿈을 간직하고 있던 야무진 아이였지만 박병선 박사님이 훗날 커다란 여왕벌로 자랄 수 있게 한 로열 젤리는 뭐니 뭐니 해도 외할아버지의 무릎팍 교육이 아니었을 까 생각됩니다.

무릎에 올려놓고 들려주는 외할아버지의 역사이야기는 어린 박병선에게 역사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씨앗이 되었고, 역사가 갖는 가치를 여물게 해주는 자양분이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학시절, 6개월 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을 정도로 죽을 고비도 맞지만 병마와 싸워 이기고 프랑스로 유학을 가는 박병선에게 은사인 이병도 교수님이 화두와도 같은 당부를 하나 남기니 바로 '병인양요 때 프랑스 군인들이 약탈해 간 우리문화재'를 찾으라는 것이었습니다.

프랑스로 유학을 가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로 알려진 쿠텐베르크 보다 8년이나 앞선 직지를 찾아내고 이를 입증해 나가는 과정,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외규장각도서를 찾아내고 국내로 반환하는 과정까지의 여정은 인고의 세월이며 화두를 깨우쳐 가는 수행자의 삶입니다. 

외규장각도서로 인해 직장을 잃고, 뼈를 깎는 10년간의 연구과정과 반환 운동이야말로 박병선 박사님이 실천으로 보여주는 가슴 절절한 애국이며, 살신성인과 같은 조국 사랑을 실감하게 됩니다. 

초등학생 수준의 눈높이에서 가질 수 있는 이런 저런 궁금증을 해소 시켜주고, 박병선 박사님의 외할아버지가 하셨던 무릎교육을 대신해 청소년들에게 역사와 가치, 꿈과 희망을 심어줄 것이로 기대되는 내용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거나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은 없애야

활자 몇 개를 흙으로 만들어서 굽기를 반복했더니 갑자기 흙이 '꽝'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아 올랐습니다. 오븐 속에 있는 점토(진흙)가 뜨거운 온도를 견디지 못하고 그만 폭발한 것입니다. - 58p.

박병선 박사님이 직지가 금속활자로 만들어진 것임을 증명하기 위해 이런저런 실험을 하다 발생한 사고 과정을 묘사한 내용입니다. 사고의 원인을 별다른 설명 없이 '점토(진흙)가 온도를 견디지 못하고 그만 폭발'하였다는 설명은 독자들이 알고 있는 일반상식과 충돌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도자기나 옹기, 도가니, 점토화분 등이 진흙을 불에 구워서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는 독자(초등학생)들에게 '점토가 온도를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였다'고 하고 있으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사고의 원인이나 과정이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근거가 제시되는 설명이 아니라면 단순하게 '폭발사고가 있었다'는 정도로 단순화 시키는 것이 타당하리라 생각됩니다.

<박병선 박사가 찾아낸 외규장각 도서의 귀환>, 할아버지나 외할아버지의 무릎교육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역사를 들려주고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또다른 형태의 무릎교육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박병선 박사가 찾아낸 외규장각 도서의 귀환>| 조재은 지음 · 김윤정 그림 |펴낸곳 스코프|2011.7.20 |값: 12,000원


덧붙이는 글 <박병선 박사가 찾아낸 외규장각 도서의 귀환>| 조재은 지음 · 김윤정 그림 |펴낸곳 스코프|2011.7.20 |값: 12,000원

박병선 박사가 찾아낸 외규장각 도서의 귀환

조은재 지음, 김윤정 그림,
스코프, 2011


#외규장각도서 #박병선박사 #프랑스국립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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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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