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당은 되는데 민주당은 안 된다고?

민주노동당의 참여당 참여 결정, 속내 들여다보기

등록 2011.07.21 17:35수정 2011.07.2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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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이 진보대통합정당 건설을 위한 수임기관 회의에서 격론 끝에 국민참여당의 참여문제에 대해 '진보신당과의 통합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우위영 대변인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국민참여당이 5·31 연석회의 최종합의문과 부속합의서에 동의하고 참여정부의 오류와 한계를 일정하게 성찰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참여 문제"는 "진보신당과의 통합 문제가 일단락 된 후, 최종 결정한다"는 것이다.

 

액면 그대로를 받아들이자면 민주노동당 당권파가 당 안팎의 반발을 수용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고, '참여당 끼면 판 깬다!'를 분명히 하기로 한 진보신당의 옷소매를 잡아끄는 형국이겠다. 그럼, 이제 유시민 대표만 애먼 사과와 성찰의 시간을 보내고 냉수만 들이킨 것이고 진보양당의 통합은 예정대로 가게 될까?

 

아마 사람들의 관심은 이런 것으로 흐르게 될지도 모른다. 오리무중의 상태로 접어든 진보정당 통합 논의의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결론은 아마 여름이 끝날 때까지 지켜봐야 할 듯하다. 필자의 관심은 오히려 다른 곳에 있는데, 민주노동당 수임기관의 결정이 뜻밖의 곳에서 역사적 물꼬를 트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의 7월 19일 결정은 앞서 16일 열린 진보신당 수임기관이 전체회의를 통해 결정한 내용과 확연히 다르다.

 

진보신당의 결론은 "국민참여당을 새로운 진보정당의 참여 대상으로 포함시키자는 주장은 진보대통합의 근본정신을 훼손하는 것으로 진보대통합 자체를 좌초시키는 중대 변수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같이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일 뿐 아니라, "자유주의 정치세력과 어떻게 당을 같이 하느냐!"는 오래된 진보정치세력의 혐오감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반면, 민주노동당의 결론은 그동안 풍문으로만 떠돌던 '국민참여당과의 통합문제'를 공식의제로 올려 '긍정적 평가'와 함께 함께할 '시기문제'를 결정한 것으로, "자유주의정치세력과 당을 함께할 수는 없다"는 진보정치의 성역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논의의 장을 연 것이다.

 

결론만 놓고 보면 진보신당 등 "자유주의 정치세력과 절대 같이 못한다!"는 세력의 압력이 "통합대상의 문제"이라는 절대적 문제를 "시간과 순서의 문제"라는 상대적 문제로 전환시키는 힘을 발휘한 것이다. 풍선효과라고나 할까? 진보정당간 통합을 두고 벌인 지루한 샅바싸움 와중에 뜻밖으로 역사적 결정을 내린 셈이다.

 

역사적 결정, 정치공학으로 전락시킬 건가?

 

민주노동당의 결정은 신자유주의 정치세력으로 규정했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세력을 분립과 경쟁의 대상이 아닌 통합의 대상으로 재규정한 것으로 해석해도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안에서 이런 인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곳은 필자가 공동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복지국가진보정치연대'라는 진보신당의 의견그룹이 유일했다. 그만큼 진보정치세력 안에서 '자유주의 정치세력'에 대한 불신과 분노는 크고 깊다.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의 결정을 "역사적 결정"이라고까지 말하는 것이다.

 

필자와 '복지국가진보정치연대'는 민주노동당의 이런 인식 전환을 대환영한다. 말로야 뭐라하든 '역사적 과제'를 앞에 놓고 통크게 단결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환영만 하기에는 좀 찜찜한 구석이 있다. 민주노동당의 역사적 결정이 '복지국가 건설, 노동존중의 사회,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략적인 선택'으로 의심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묻는다. '민노당이 참여당이랑 같이 할 수 있다면, 왜 민주당하고는 안 한다는 거지?' 참여당과 달리 민주당은 연석회의 합의문과 정책합의를 담은 부속합의문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공개적인 성찰과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말할 건가? 최근의 민주당이 보이고 있는 좌클릭행보에 대한 이야기는 빼자. 그냥 드라이 하게 묻자.

 

'그럼 민주당이 유시민 대표 수준의 사과와 성찰 행보를 하고, 조직적 반성을 바탕으로 연석회의 합의문에 동의하고 부속합의문의 정채적 내용에 함께하겠다면 민주당도 두세달 뒤에 받아들일건가?'

 

합리적이라면, 동일하게 받아들이겠다는 대답이 나와야 맞다. 참여당과는 통합하고, 민주당과는 후보단일화만 하겠다는 총선전술에 따른 속좁은 정략적 접근이 아니라면, 민주노동당은 통합의 기준을 명확하게 하고 일관되게 세워야 하는 것이 맞다.

 

"역사없는 지혜는 잔꾀로 흐르고, 민심없는 정치는 술수로 흐른다."

 

벽초 홍명희 선생의 말씀이다. 필자는 진보정치세력에게 지금 정치적 속셈만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역사적 과제'를 실현시킬 방도를 우선으로 고민할 것을 제안하다. 진보정치도 키우고, 한나라당 집권도 막아내고, 복지국가 건설과 노동존중의 사회로의 전환도 이뤄낼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 길로 가야 한다.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과 통합의 문을 열겠다면, 민주당과의 통합의 문도 열어야 하는 것이 맞다. 진보신당도 국민참여당과 함께 하겠다는 민주노동당을 통합의 대상으로 올려놓았고, 통합대상을 합의문 중심으로 놓고 보겠다면 그 상대가 국민참여당이든 민주당이든 마음의 문을 좀 열어놓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민들이 진보정치에 바라는 새로운 희망이다.

덧붙이는 글 | 제 페이스북에도 올립니다. 

2011.07.21 17:35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제 페이스북에도 올립니다.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통합정당 #진보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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