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크 확산 최대 걸림돌은 '눈도장'"

[기획-스마트워크②] 정부 활성화 대책 1년, 국내 기업엔 '불통'인 까닭

등록 2011.07.26 17:20수정 2011.07.28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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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분당 본사 스마트워크센터. 칸막이 좌석들이 기자실 부스를 연상시킨다.
KT 분당 본사 스마트워크센터. 칸막이 좌석들이 기자실 부스를 연상시킨다. 김시연

"기자 직군이 바로 대표적인 스마트워크(원격근무)죠. 어디서든 그날 기사만 잘 마감하면 되니까, 성과 중심 체계가 잘 갖춰져 있잖아요."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스마트워크 '전도'에 나선 권기재 KT STO추진실 스마트워킹사업기획팀장이 기자에게 대뜸 던진 말이다. 굳이 사무실에 얼굴 도장 찍을 필요 없이 노트북 들고 다니며 취재하는 일이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고 보면 주요 출입처마다 기자들이 모여 있는 기자실은 훌륭한 '스마트워크센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권 팀장은 "지금까지는 '어디서' 일하느냐가 보편적이었다면 스마트워크는 무엇을 위해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사무실에서 떨어져 있더라도 일을 당당히 할 수 있어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업무 성과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업무 방식이 바뀌는 게 먼저"라고 밝혔다.

요즘 많이 얘기되는 '스마트워크'란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협업까지 가능한 근무 형태로 크게 재택 근무, 스마트워크센터 근무, 모바일 이동 근무(모바일 워크)로 나뉜다. 미국, 일본, 네덜란드 등이 스마트워크가 활성화된 나라로 꼽히고 BT(브리티시텔레콤), IBM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먼저 적극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7월 20일 스마트워크 활성화 대책 발표 이후 정부 차원에서 확산에 나섰지만 공무원들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워낙 적은 데다 스마트워크를 둘러싼 찬반 논란 때문에 1년이 되도록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그나마 KT가 정부를 대신해 민간 스마트워크 확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스마트워크 노동자 비율을 내년 말까지 10%, 2015년까지 30%로 늘리겠다는 목표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에서는 스마트워크 제도가 유연 근무제와 맞물려 자칫 비정규직이나 값싼 노동력을 양산하는 수단으로 변질될까 우려하고 있다.

"원격근무하면 시간 절약? 업무 부담 늘어날 수도"


이런 가운데 홍효진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정보화전략기획부 선임연구원이 지난 5월 31일 발표한 '스마트 워크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제언'이란 보고서가 눈에 띈다. 홍 연구원은 "스마트워크란 말 그대로 '똑똑하게 일하는 것'으로 업무 수행 장소는 똑똑하게 일하기 위한 도구 중 하나일 뿐 스마트워크의 전부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 예로 "자율 출근제도, 집중 근무제, 결재 프로세스 단순화, 회의시간 단축, 상명하달 문화 개선, 1쪽 보고서 작성 등"을 꼽았다.

아울러 스마트워크가 출퇴근 시간 감소, 자기계발, 육아 등 근로자들 시간 활용에 도움을 주는 측면만 강조되는 것과 달리 "근로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스마트워크 환경에서는 24시간 365일 업무 대기 상태 유지 가능"해 "오히려 업무 부담 증가, 사생활 침해, 여가 시간 감소 등 문제 발생 가능하다"며 부정적인 요인도 짚었다.


또 "근로자 개인의 업무 스타일과 일과 가정의 양립에 대한 가치관에 따라서도 스마트워크의 효과는 상이하다"면서 "모든 직원에 대한 일방적이며 천편일률적인 스마트워크 강요는 오히려 생산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9월부터 스마트워크 제도를 도입한 KT의 경우 직원들에게 원격 근무를 적극 권유하면서 일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어떤 기관에서는 한 달 단위로 전 직원 20%씩 돌아가며 의무적으로 원격 근무를 시키는 곳도 있다고 한다. 업무 성과 측정이 쉽지 않은 부서에도 원격 근무를 적용하다 보니 직원의 근태 상황을 시스템 접속 여부로 체크한다든지, 막연히 상급자와 직원 간에 '신뢰'에 의존한다든지 하는 한계가 있다.

또 업무 중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업무 마감 시간에 업무 보고가 몰리다보니 중간 관리자가 부하 직원들이 한꺼번에 올린 보고서를 처리하느라 서로 퇴근이 늦어지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특히 재택 근무의 경우 출퇴근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정해진 업무 시간 외에도 업무 지시를 받아 처리하는 경우도 있어 오히려 업무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점도 있었다. 

홍효진 연구원은 "스마트워크가 실제로 많은 기업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CEO와 직원 모두 스마트워크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면서 "사무실 이외의 장소에서 한 일도 성과를 인정하는 문화 조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눈도장을 못 받으면 승진을 못한다'는 식의 대면 중심 문화는 스마트워크 확산의 최대 걸림돌"이라면서 "양적 성과보다는 질적 성과에 초점을 둔 평가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마트워크 #원격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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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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