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요란했던 '물가잡기'... 효과는 없었다

MB물가지수, 소비자물가보다 더 올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전셋값 인상 우려

등록 2011.07.28 14:30수정 2011.07.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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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오전 물가관계 장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오전 물가관계 장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27일 삼겹살 500g 가격은 1만 1635원이다. 2008년 3월 17일(6730원)에 비해 72.8% 비싸진 것이다. '금겹살'이라 할 만하다. 마늘과 고등어도 만만치 않다. 깐마늘(중품) 1kg은 같은 기간 3520원에서 5800원으로 가격이 64.7% 상승했고, 고등어 생선 1마리 가격은 2543원에서 4060원으로 59.6% 올랐다.

이 3가지 품목은 이명박 정부가 집중 관리하는 생활필수품인 'MB 물가지수'에 포함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2008년 3월(108.2)부터 2011년 6월(120.6)까지 11.4% 오른 것을 감안하면, MB물가지수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의 물가 대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폭등하는 'MB물가지수'... "쇼와 강압으로는 물가 안정 안돼"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3월 17일 지식경제부 업무보고에서 "물량의 수급을 통해 생활필수품에 해당하는 품목 50개에 대해 우리가 집중 관리하면, 전체적 물가는 상승해도 50개 품목은 그에 비례해 올라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생필품 52개로 이뤄진 MB물가지수 탄생의 순간이다.

하지만 MB물가지수는 물가 안정이 아닌 물가 폭등을 나타내는 지표로 쓰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MB물가지수는 3년 동안 20.42%가 상승해 소비자물가상승률(11.75%)의 2배에 달했다. 52개 품목 중 절반에 가까운 25개는 15% 이상 올랐다.

당시 경실련은 "실패로 드러난 가격 통제방식 등 단기적 처방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MB물가지수를 포기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48개 요주의 품목에 대해 외국과의 가격 비교를 통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로 했다. 제2의 MB물가지수였던 셈이다. 이 지수는 원조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급기야 제3의 MB물가지수도 탄생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물가관계 장관회의에서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버스, 지하철, 채소 등 서민 생활과 직결된 주요 생활물가 10가지를 집중적으로 선정해서 16개 시도별이나 대도시 중심으로 물가비교표를 만들어 매달 공개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정부는 26일 김치찌개와 삼겹살 등 10개 생활밀접품목의 가격을 공개하겠다는 물가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기름값이 싼 대안주유소도 만들기로 했다. 이에 앞서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삼겹살, 냉면, 칼국수, 김치찌개, 자장면, 설렁탕 등 6개 외식업과 이·미용업 분야에 대해 매월 주기적으로 가격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정부의 물가 대책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기름값은 대책 발표 이후 오히려 올랐다. 27일 1ℓ당 전국 평균 휘발유값은 1947.91원으로 전날보다 0.53원 올랐다. 서울지역 휘발유값은 2026.17원으로 사상 최고치(2008년 7월 13일 2027.79원) 경신을 눈앞에 뒀다.


박영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물가 안정을 위한다면서 행정적인 쇼를 했다, 하지만 강압적인 물가 안정 노력으로는 더 이상 물가가 안정되지 않는다"며 "이명박 정부는 물가 안정을 포함한 경제 안정 기조로 하반기의 경제정책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불가항력적이다", "소비를 줄여야한다"... 요원한 물가 안정

 지난 2008년 3월 8월 하나로마트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라면진열대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 2008년 3월 8월 하나로마트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라면진열대를 바라보고 있다. ⓒ 청와대 제공


정부의 노력으로 물가 안정이 이뤄질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가 고환율·저금리를 포기하고 경제정책 기조를 성장에서 물가 안정으로 바꾸는 것이 가장 큰 변수지만, 지금까지의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전환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10일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물가에 더 심각하게 관심을 갖고 국정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됐다"고 했지만, 앞선 8일 국무회의에서는 "물가 문제는 기후변화,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4월 7일에는 "(물가를) 가장 현명하게 극복하는 길은 소비를 줄이는 길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0일 각 부처 장관들에게 "물가 문제는 세계적인 현상인 만큼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현장에 많이 나가서 말씀을 듣고 이해를 구하라"고 당부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대외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물가상승을 정부의 정책실패로 과도하게 비판하는 것은 지성적이지 못한 태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치 상한선인 4%을 넘어섰는데도, 금리정상화는 요원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한국의 적정 금리 수준은 4.0% 내외지만, 현재 기준금리는 3.25%에 머무르고 있다. 금리 인상 시기를 놓친 한국은행은 가계 부채 문제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탓에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택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 안정에 역행하거나 서민 부담 해소와 거리가 먼 정책이 나온다. 지식경제부는 26일 전기요금을 내달부터 평균 4.9% 올린다고 발표했다. 서민 부담과 물가 영향을 고려했다지만 산업용보다 비싼 주택용 전기요금을 쓰는 일반 가정의 부담은 그만큼 커진 셈이다.

정부는 또한 서민에게 가장 큰 부담인 전월세 값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전월세 값 안정은커녕 오히려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다주택 양도세 중과 폐지가 시장에 주는 메시지는 '값이 더 오를 것이며, 그때 이익을 더 많이 보장하겠다'는 것"이라며 "집이 많아도 정책이 잘못되면 집값은 오르고, (집 주인은) 그 집값에 맞춰 전월세 값을 올리려 하기 마련이다"라고 지적했다.
#물가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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