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교체 반드시 이룰 수 있다"

<문재인의 운명> 북콘서트에 참가한 어느 20대의 후기

등록 2011.07.30 15:16수정 2011.07.3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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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운명> 북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29일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진행된 이 콘서트는 언제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림자였던, 문재인(전 대통령비서실장)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중심이 된 첫 대중적 행사라고 합니다. 이 북콘서트를 기획하고 진행한 탁현민 교수는 몇 번이나 이 공연이 얼마나 힘들게 이뤄졌는지를 이야기 했습니다.

그만큼 신중한 첫 걸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그의 책 <문재인의 운명>도 그의 이름으로 낸 첫 번째 책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의 첫 행보에 많은 정치적 관심이 몰렸습니다. 앞자리는 기자들로 빼곡했습니다. 고재열 시사인 기자는 "문화공연장인데 정치부 기자들이 더 많네요"라는 트윗을 남기기도 할 정도였습니다.

 <문재인의 운명>북콘서트는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 화암홀에서 약 400여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진행됐습니다.
<문재인의 운명>북콘서트는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 화암홀에서 약 400여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진행됐습니다. 김민지

제 눈에 띈 것은 참가자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제 또래인 20대들은 그렇게 많이 보이지 않았고, 대부분 30~50대의 분들로 보였습니다. 아이를 안고, 데리고 온 젊은 부부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그제서야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어떤 새로운 대통령을 그리는 사람들이 이 자리에 많이 온 것이겠구나.

콘서트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됐습니다. 1부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함께했습니다. 오대표가 묻고 곤란한 질문은 양 전 비서관이 적절하게 막아주는 방식이었는데, 수비보다 공격이 더 강했던 것 같고 문 이사장이 최대한 답변을 하고자 노력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가벼운 개인사부터 다소 민감한 이야기들까지, 이야기는 쉴 새 없이 진행됐습니다. 기록한 대화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오연호(이하 오)
책을 읽으면서 '참 재밌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2부 개인사가 재밌었는데 빠질 뻔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양정철(이하 양)
이사장님께서 그 부분을 극구 빼고 싶어하셨다. 특히 가족사, 사모님과 부모님 이야기. 참여정부의 기록을 위해 작성하는 책인데 그게 들어가는 것이 적절한가를 고민하셨다. 설득 드린 제 느낌은 문재인과 노무현, 어린 시절의 경험이 많은 부분에서 일치한다. 30년 동행의 과정이 성장부터 맞닿아 있는 것 아닌가.


문재인(이하 문)
노대통령을 만나기 위한, 살아온 과정들을 어느 정도 쓰지 않을 순 없었지만 개인사를 쓰는 것이 굉장히 민망스러운 느낌이었다.


저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연탄 배달을 했고 아직도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는 것,(너무 가난해서 자전거를 배우지 못했다) 그리고 공수부대를 나오셨고, 군대체질이라는 것이다. 사모님과는 7년간 연애를 하셨다는데 대체 어디가 좋아서 고무신을 갈아신지 않고?(웃음)



제가 구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해줄 것 같아서 좋아했다고 이야기 하는데, 제 생각엔 세상 물정을 몰랐던 것 같다.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한 감각이 없던 것이 아닐까.


157쪽에 군대 가서 군인체질이라는 것을 깨달으셨다고, 처음 해보는 것인데도 이렇게 잘하다니 신기해 하셨다. 그렇다면 정치도 안 해본 영역이지만 해보면 잘할 수 있구나, 신기하다. 이럴 날이 오지 않을까.

오대표의 질문에 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양 전 비서관이 나서서 질문의 방향을 바꾸려고 했지만 질문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군대는 맞는데 검찰은 안 맞았다고 적혀있다.


군인으로서의 역량은 개인적이지만 검찰은 사회적인 관계다. 다른 사람을 조사하고 기소하고 벌하고. 관계 속의 일이라 좀 다른 듯하다. 정치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노무현 재단 일도 노대통령의 정신, 가치를 계승하고자 하는 일종의 정치적 시민운동이다. 통합을 통해 내년 총선과 대선에 기여하고자 한다. 이런 것도 정치다. 시민정치. 그런 것을 피하는 것은 아니고, 필요한 제 역할을 최대한 하겠다. 다만 직업으로서 정치를 할 것인가. 그 부분은 많은 고민과 결단이 필요하다.


결정적 시기에 인생의 항로를 바꾼 결단을 많이 했다. 예컨대, 1차 사법시험에 합격하고도 2차 시험 전에 박정희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 시기 유신 정권 독재라는 것이 지금 세대들은 정말 그런 시대가 우리나라에 있었다는 것을 실감 못할 것이다. 인권유린. 그런 상황에서 특히 젊은이들, 대학생들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는 그러면서도 사법시험을 준비해서 합격도 하고, 그래서 말하자면 제 전부를 민주화 운동에 바친 것도 아니다. 그 시절 많은 분들이 자기 전부를 투신한 분도 많다.


시위도 열심히 하시고 사법시험도 붙고, 얄미운데요? (웃음)


그 시절에 사법시험 준비 자체는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운동에 대한 포기, 혹은 현실영합 아니냐, 그런 시각도 없지 않았다. 실제로 전부를 바치는 분들을 볼 때 늘 부채의식이 있다. 제가 인권변호사 길을 걸은 것도 부채의식 작용 때문이다.


책의 제일 마지막 문단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당신은 이제 당신의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노 대통령이 남긴 숙제는 무엇일까.


퇴임 후 봉하마을로 귀향하시고 평생 하시려고 한 일이 있었다. 근데 그 일을 재대로 못한 채 끝을 맺었다. 그 분은 진보적 민주주의를 가장 하고 싶어 하셨다. 그것을 연구하고 우리사회 퍼뜨리고 발전시켜 나가고 싶어 하셨다. 우리가 다들 복지국가 이야기 하는데, OECD 국가 평균 정도만 하려고 해도 우리 국민들이 보다 많은 재정, 조세를 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가 복지를 위해 보다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인식은 작은정부가 선이고, 복지는 좋지만 세금을 더 내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보수 심리가 워낙 강하다. 그래서 복지국가로 나가려면 우리 국민들 인식을 보다 더 진보적 민주주의를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풍토로 바꾸는데 당신의 평생을 바치려고 했다. 그런 것이 숙제라고 생각한다.

이어서 참여정부 시절 신자유주의의 확대와 양극화 심화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참여정부가 적극적으로 신자유주의를 지향했던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참여정부 시절 비정규직이 확대되고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상에 보다 잘 해결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것의 아쉬움을 지적하는 것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이후에는 본격적인 행보에 대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문 이사장님 미래에 대해 많은 분들이 작심하신 건가, 궁금해 하신다. 가족 내부에서는 입장정리가 되셨나?


어머니를 비롯 가족, 오래된 친구들, 제 성격이나 성품을 아는 사람들은 제가 정치를 하는데 반대한다. 저를 잘 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상황이 내년 총선, 대선을 통한 정권교체가 너무나 절박한 과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힘을 보태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 안에서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범위가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다.


201쪽 노 대통령에게 "정치하라고 하지 마십시오. 민정수석으로 끝내겠습니다"는 말을 했다고 하셨다. 문재인의 미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괜찮다고 하면서도 정치를 잘 하실까 걱정한다. 책을 읽어보면 본인 스스로가 부족한 것을 잘 아시는 듯 하다. 부족하면서도 모르면 문제인데, 부족한걸 아신다면…. 사법고시도 합격하시고, 노대통령도 만들었는데(웃음)


저도 하나의 대안으로 그렇게 기대를 받으면서 여론조사에 끼기도 하고…. 왜 그런가 생각해보면 내년 총선 대선을 통한 정권교체가 절실한데, 이대로 나가면 질 것 같으니까 저까지 들어가게 된 것 같다. 현실정치에 대해 불신이 많기 때문에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가 있는 듯하다. 그런 기대는 잘 알지만 과연 제가 기대에 부응할 능력이 되느냐. 자신이 없다. 그 뿐 아니라 여론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제가 나서면 이길 수 있다, 그런 것은 아니지 않느냐.


바뀔 수는 있다.


격차가 있지만 통합이 돼서 일대일 구도가 된다면, 단일화된 야권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한다. 따라서 내가 나서는 것보다 범야권이 힘을 모아 한나라당과 일대일 구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저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고 우선 통합 운동을 하겠다.

오 대표는 가까이서 지켜본 양 전 비서관에게도 문 이사장이 정치를 하는 것이 좋을지 개인 의견을 물었습니다. 그는 "반반이다. 개인적인 마음으로는 농부처럼 살아가시는 모습을 보며 그를 험한 세상에 끌어내는 것이 잔인하다고 생각하지만, 책 곳곳에 있는 운명적인 변곡점을 놓고 보면 반드시 범민주개혁진보진영의 승리를 위해 상황이 온다면 감당하실 것이다. 앞서 말씀하신 일대일 구도를 만드는 통합 역할에 매진하는 일이 가장 문재인 답다고 생각한다"고 그의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부산, 경남 총선이 2012대선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부산, 경남에서 함께 뛰면 좋겠다는 라인업을 구상하고 있나?


내년 총선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이기지 못하면 그대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가장 중요한 지역이 부산, 경남 지역이다. 부산, 경남 지역은 한나라당 일당 구조가 20년 가량 지배했다. 내년 총선에서 부산, 경남 지역에서 의미 있는 승리를 이룬다면 전체 총선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지역주의를 허문 것이 이어서 대선에도 크게 영향 미칠 것이다. 부산, 경남지역에 이미 좋은 분들이 많이 있다. 김정길 전 장관. 새로운 인물을 든다면 조국 교수. 조국 교수는 부산 출신이다. 고등학교도 부산에서 나왔다. 아마 분위기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전 조국교수가 강남에서 나왔으면 좋겠는데.(웃음)


안철수 교수도 부산이다. 앞으로 통합운동을 하게 되면 자연히 힘을 모으는 세력들을 규합할 것이고 거기에 참여한다고 선수로 나갈 필요는 없다.


조국교수, 안철수교수 같은 분을 모시려면 문 이사장님도 한 지역에서 뛰셔야 할 듯하다.


그런 분들이 선수로 뛴다면 바랄나위 없다. 선수로 뛰는 것 외에도 역할이 많기 때문에 괜찮다.


부산, 경남 통틀어서 몇 석 정도는 되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나?


절반 정도 가량?

이때 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진심으로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박수임을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공유했습니다. 오대표는 "부산, 경남, 울산 전체가 총 41석인데 의석 절반을 범야권이 됐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럼 선두에서 뛰시겠다는 거죠? 오늘 제 역할은 다했다"며 문 이사장에게 마무리 발언을 요청했습니다.


어쨌든 일대일 구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체들은 우선 정당들이다. 정당들에 맡겨놓고 우리가 통합해야 한다. 연대해야 한다고 해서는 잘 안 된다. 보다 많은 국민들이 통합을 촉구하는 세력으로 힘을 모아 전국적으로 통합 과정에 합류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그 힘을 가지고 다음 총선과 대선을 맞이한다면 반드시 내년도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한다.

오 대표는 문 이사장의 이야기를 정리하며 "야권이 하나의 통합된 대오로 하여 부산, 경남이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야 총선과 대선에 의미있는 변화가 생긴다"고 하셨다. "선거는 여러분이 하는 것이다. 오늘 우리 전체가 공동운명체"라며 이야기를 맺었습니다.

 탁현민교수가 묻고 문재인이사장이 답변하는 짧은 토크가 가볍게 진행됐습니다.
탁현민교수가 묻고 문재인이사장이 답변하는 짧은 토크가 가볍게 진행됐습니다.김민지

이로써 본격적인 토크가 끝이 났습니다. 초대가수의 공연이 이어진 후 탁교수와 문이사장의 가벼운 토크도 진행됐습니다. 인터넷 카페나 트위터를 통해 받은 질문과 당일 행사장에서 받은 질문들을 모아 문 이사장에게 묻는 방식이었습니다. 문 이사장의 출마에 대한 질문은 그곳에서도 이어졌습니다.

문 이사장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잘 모르겠다"며 "그 기대를 감당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고, 제가 잘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있다. 요즘 하는 생각은 잘 모르니까 생각을 앞질러 할 필요는 없지 않나, 당장은 통합에 전념하고 그 이후는 총선에 전념하겠다"라고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잘 모른다는 그의 답변이 진정성 있게 느껴졌습니다. 이후에는 북콘서트를 전국순회를 할지 말지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갔고 2부는 가볍게 끝이 났습니다.

1부 토크가 끝나고 다시 무대에 등장한 탁 교수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누군가 트위터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 '문재인은 권력의지가 없어서 안 된다' 저도 동의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권력의지가 너무 많은 대통령들을 만난 것은 아닐까? 다음 지도자는 권력의지보다 의로운 사람이면 좋겠지 않나?"

 북콘서트가 끝나고 문재인이사장에게 싸인을 받기 위해 많은 참가자들이 몰렸습니다.
북콘서트가 끝나고 문재인이사장에게 싸인을 받기 위해 많은 참가자들이 몰렸습니다. 김민지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공감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여러 의문과 고민들은 남아있습니다. 함께 콘서트에 참여한 지인은 이번 북콘서트가 "불편했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오늘의 진행이 너무 "폭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는 굉장히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의 행보이기도 하겠지만 '우리의 행보'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고등학생 때 대통령 노무현을 맞이한 저는 대학시절, 내 손으로 뽑지 않은 대통령의 무능함을 탓했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했으되 내 손으로 뽑지 않은 또 다른 대통령을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대통령의 한계는 그의 한계만이 아니고 우리 모두의 한계, 곧 나의 한계라는 것을요. 그래서 이 자리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의 운명은 또한 나의 운명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고민하는 자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의 운명> 북콘서트는 바로 다음 날인 30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진행되고,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가 함께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 달엔 부산에서도 이어진다고 합니다. 탁 교수의 바람대로라면 광주를 지나 전국순회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 그리고 <문재인의 운명> 북콘서트의 또 다른 타이틀은 <우리들의 운명 OUR destiny>입니다. 우리들의 운명, 많은 분들이 함께 고민해보는 자리가 되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문재인 #운명 #북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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