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의 아킬레스 건, 독도

자민당의 이중성, '실질적 동맹관계 구축'과 독도문제는 별개

등록 2011.08.02 17:59수정 2011.08.0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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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의원 세 명의 울릉도 방문계획은 공항에서 우리 정부가 입국을 금지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이들 의원들이 김포공항에 발이 묶여있을 때 일본 정부 대변인 격인 에다노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일한 우호협력관계에 비춰 대단히 유감"이라며 입국을 허가하도록 재고할 것을 요구했으며, 마쓰모토 외상도 이날 저녁 신각수 주일대사를 불러 한국 정부가 취한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나아가 마쓰모토 외상은 이재오 특임장관의 독도방문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함과 동시에 국회 독도영토수호대책특별위원회가 독도에서 개최하기로 한 회의의 중지를 요청했다.

한국 언론은 독도를 영토분쟁화하려는 자민당 극우파 의원의 돌출행동으로 보려는 경향이 강하지만, 자민당의 속내를 드려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으며 독도문제가 당분간 한일 간 외교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오늘(2일) 일본 방위성은 매년 발행해온 <방위백서>를 통해 한일 간 독도 영토문제가 미해결상태라는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또한 8월 1일부터 두 달 간 예정으로 도쿄의 관광지인 오다이바의 선박과학관에서는 <일본의 바다 - 지켜야 할 섬들>이란 기획전시회도 열리고 있다.

특히, 이 전시회는 종합적인 해양 정책의 추진을 목적으로 2007년 해양기본법에 입각해 만들어진 총합해양정책본부(본부장은 내각총리대신)와 해상보안청 등의 중앙정부 기관, 홋카이도와 도쿄도, 시마네현, 오키나와현 이시가키시 등 영토문제를 안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등의 협력을 얻어 개최되는 것이다. 전시회는 북방영토, 센카쿠열도,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 등 영토분쟁 대상의 섬들에 더해 본토에서 약 1800km나 떨어져 있는 미나미도리시마와 오키노도리시마 등 일본이 배타적경제수역(EEZ)의 기점으로 설정하고 있는 섬들의 모형을 전시하고 일본의 해양권익이 미치는 범위에 대한 역사와 현상(現狀)을 소개함으로써 영토와 해양권익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려는 취지에서 기획된 것이다.

총합해양정책본부는 자민당의 아베 정권 때 만들어진 것으로 2008년 3월에는 '해양기본계획'이라는 것을 각의에서 결정한 바 있다. 해양기본계획에는 정부가 종합적이고 계획적으로 강구해야 할 시책으로 생물다양성의 확보와 수산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해양보호구역의 설정, 대륙붕 연장을 위한 대책 수립, 외국선박의 과학적 조사와 자원탐사에의 대응, 배타적경제수역 등에서의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조사 등 12개가 담겨져 있었다.

한일 간 독도문제가 부상할 때마다 국내에서는 김대중 정부 때 체결한 신한일어업협정의 폐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신한일어업협정 체결 당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독도가 한일 간 중간수역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어업협정은 어업문제만을 다루기 때문에 우리 영토인 독도와 그 영해 주변 12해리가 시각적으로 중간수역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일본 정부가 이에 동의한 것은 물론 아니다. 독도를 기점으로 독도와 오키도 사이의 중간선을 한일 간 배타적경제수역의 중간선으로 하고 이를 신한일어업협정에 명기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지만, 일본이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부정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은 없었다.

2010년 9월 센카쿠열도 주변 수역에서 발생한 중국 어선과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의 충돌사건은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일 간의 영유권 분쟁이라는 측면 이외에도 동중국해에 매장된 해저자원을 둘러싼 양국의 이익 충돌이라는 성격도 띠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한일 간의 독도문제도 단순한 영토문제만이 아니라 독도주변의 해양자원이나 배타적경제수역, 대륙붕 등 해양권익과도 복잡하게 관련되어 있다. 일본의 해양기본계획은 자민당 정권 하에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현 민주당 정권도 이를 바탕으로 해양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영토나 해양권익에 관한 주장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다.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현저하게 정권 기반이 약화되고 있는 간 나오토 총리는 2013년 참의원 선거와의 동시 선거를 주장하면서 자민당과 공명당이 주장하는 중의원의 조기 해산과 총선거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2011년도 예산집행을 위해 필요한 공채발행특례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불가결한데, 자민당은 법안성립 조건으로 민주당의 선거공약이었던 아동수당뿐 아니라 고교수업료 무상화, 고속도로요금의 무료화, 농업자 호별 소득보상제도 등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7월 2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간 총리는 2009년 총선거에서 제시한 공약(메니페스토)을 이행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사과해, 야당과의 타협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에 대한 당내의 반발도 강해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민주당 정권이 붕괴하고 정권이 다시 자민당으로 넘어갈 경우 독도문제를 비롯한 한일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지난 7월 19일 자민당 국가전략본부는 중장기 정책의 방향성을 담은 <일본재흥(日本再興)>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성장전략, 사회보장․재정․고용, 지역활성화, 국토보전․교통, 외교․안전보장, 교육 등 6개의 국가전략본부 분과회가 작성한 내용을 종합한 것으로 향후의 자민당의 정책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보고서는 외교안보정책의 기본입장으로서 다섯 가지를 들면서 영토주권의 수호(일본어로는 護持), 방위력 강화와 위기관리능력의 강화를 두 번째와 세 번째로 들었다.

후자와 관련해 보고서는 지난 12월 민주당 정부가 결정한 방위계획의 대강과 차기중기방위력정비계획(2011-2015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새로운 안보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1995년의 방위계획의 대강 이후 감축되고 있는 방위력을 '질', '양' 모두 필요한 수준을 재검토해 적절한 인원과 예산 강화를 위해 방위계획의 대강과 중기방위력정비계획을 새롭게 책정하고, 센카쿠열도를 비롯한 남서제도의 방위가 취약하다면서 자위대를 주둔시켜 방위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견지해왔던 '비핵 3원칙'(핵무기를 보유하지도 만들지도 반입하지도 않겠다는 것)을 포기하고 핵무기 탑재 함선의 기항 등을 용인하는 '비핵 2.5 원칙'으로 전환하고, 무기수출 3원칙(공산국가, 유엔 결의로 무기 수출이 금지된 국가, 국제분쟁 당사국 또는 당사국이 될 우려가 있는 국가에 무기를 수출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견지하지만 무기의 국제공동개발 추세에 맞춰 미국을 비롯한 특정 선진 민주주의국가와 공동으로 무기를 개발하고 생산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모두 예전의 자민당이나 민주당 정권의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으로 일본 내 보수적인 논객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 것이다. 일본의 유엔차석대사를 역임한 기타오카 신이치 도쿄대학 교수는 최첨단기술에의 억세스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미일방위협력과 방위력 저하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일본 국내의 방위산업의 발전을 제약한다는 이유로 무기수출 3원칙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北岡伸一, 『グローバル・プレイヤーとしての日本』, NTT出版, 2010). 부분적으로 시대적 상황에 맞지 않거나 비현실적인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의 방위력 증강과 맞물려 추진될 경우 자칫하면 국제적인 군비경쟁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한국과의 실질적인 동맹관계의 구축'을 표명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보고서는 역사문제와 영토문제를 둘러싸고 마찰도 발생하고 있지만 한국은 민주주의, 자유, 법의 통치 등 다양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가장 가까운 나라이며, 한국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한일 경제연계협정(EPA)을 체결해 상호이익을 확대하고 방위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렇지만 동시에 보고서는 독도는 일본의 고유영토이며, 이 점에 대해서 국제사회의 이해를 심화시켜가는 동시에 이 문제를 적절하게 관리하고 한국에게도 그렇게 요구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본의 국익이라고도 지적했다. 요컨대 자민당도 한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모색해 갈 것이지만 역사문제나 독도문제에 있어서는 조금도 양보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5개 공항에서 일본의 29개 공항으로 가는 직항편이 운행되면서 지난해 540만 명이 넘은 사람들이 양국을 왕래할 정도다. 한일 양국은 바야흐로 1일 생활권 안에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역사문제와 독도문제의 질곡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문제는 독도를 실효지배하고 있는 우리보다 일본이 할 수 있는 도발 카드가 더 많다는 점이다.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일본 의원들의 방한을 묵인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에서 장관까지 나서는 것도 결코 바람직한 대처방법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가급적 이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일본 신문들이 자국 의원들의 울릉도 방문 계획을 외면하는 가운데 한국 신문들은 연일 대서특필했으며, 한 라디오 방송은 당일 아침 인터뷰까지 했다. 자민당 수뇌부의 (소극적인)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민당 의원들이 방한을 강행했던 뒤에는 이런 한국 언론의 보도도 한몫 했을 것이다.

민주당 정권이 하야하고 영토주권의 수호를 외교안보정책의 기본 방침으로 정한 자민당 정권이 다시 들어서면 일본의 독도 도발은 한층 강화될 것이다. 어쩌면 이번 자민당 의원들의 방한 강행도 그런 문맥에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할지도 모른다.
#독도문제 #한일관계 #자민당 의원의 방한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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