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이 고운 봉숭아꽃과 이파리들. 꽃잎만이 아니라 이파리도 가득 섞어주어야 한다.
전은옥
서른두 살이나 먹은 과년한 딸은 엄마라면 반드시 봉숭아꽃 피어있는 곳을 알 것 같아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엄마는 노동하는 여성이다. 평생 그러했다. 한참 일하고 계실 엄마에게 "엄마, 그 동네에는 봉숭아꽃 피어 있어요? 이 동네는 없네요. 봉숭아물 들이고 싶은데"라고 찍어 보냈다. 네다섯 시간은 지나서야 답장이 왔다.
"봉송아 땃다."귀여운 오타를 적절하게 버무려서 말이다. 엄마는 웃을 일 없을 때, 이렇게 웃겨주시는구나. 역시 엄마구나. 엄마는 해결사다. 봉숭아꽃과 잎 더미를 한 웅큼 가지고 집에 돌아올 어머니의 모습에 앞서, 딸에게 줄 봉숭아꽃잎을 따겠다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다 발견한 그 꽃잎들을 욕심껏 한가득 따고는 본인 손톱에 물들일 것도 아닌데 기뻐했을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미안했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아차 싶었다. 마침 몸에 안 좋은 곳이 있어 병원을 찾았다가 의사에게 강력한 수술 권고를 받고서, 망설임 끝에 우선은 약물 처방만 해달라 하고 좀 더 생각해보겠다고 한 뒤, 사방으로 알아보고 수술을 고려하는 상황이었다. 엄마의 사랑스러운 문자메시지를 받고 나서야, "다음 주에 마취하고 수술할지도 모르는데." 하필!
인터넷을 통해 의학정보를 꼼꼼히 살펴보니 봉숭아 꽃물을 손톱에 물들인다고 해서 마취가 안 듣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병원에도 전화를 해보았다. 전화를 한 것은 한참 뒤였지만. 어쨌든 병원 측에서도 괜찮다고 했다.
그럼 왜 봉숭아 물을 들이면 마취가 안 들어 수술 못한다는 괴소문이 떠돌았을까. 그 비밀은 손톱에 있다. 마취와 봉숭아물은 관계가 없다. 다만, 마취를 하고 수술을 실시하는 경우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살피려면 아무 것도 바르지 않은 천연상태의 손톱 색깔이나 변화를 통해 파악해야 할 경우가 있는데, 손톱에 무엇이든 방해물이 있으면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술 전에는 손톱에 매니큐어나 봉숭아물 등의 방해물은 금한다는 에티켓이 생겼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