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색된 벽, 그래도 아름답지 않나요?

[사진노트] 벽화(壁畵)가 아니라 벽화(壁花)

등록 2011.08.09 16:32수정 2011.08.0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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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과 의자 사람이 살던 흔적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마당, 그 누군가 앉아 쉬었을 의자도 뼈대만 남고, 그 의자가 가만히 벽에 기대어 쉬고 있다. ⓒ 김민수

▲ 벽과 의자 사람이 살던 흔적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마당, 그 누군가 앉아 쉬었을 의자도 뼈대만 남고, 그 의자가 가만히 벽에 기대어 쉬고 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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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 거미줄에 잡힌 담벼락과 창문, 벽이 마냥 막혀있기만 하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벽은 그 너머가 있으니 벽은 밀면 문이 되는 것이다. ⓒ 김민수

▲ 거미줄 거미줄에 잡힌 담벼락과 창문, 벽이 마냥 막혀있기만 하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벽은 그 너머가 있으니 벽은 밀면 문이 되는 것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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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과 초록 생명 벽에 기대어 피어나는 초록 생명들, 불편함도 있을 터이고 때론 그 불편함으로 인해 덕을 보는 일도 있을 터이다. 모든 것이 좋기만 하거나 나쁘기만 한 것은 없을 터이다. ⓒ 김민수

▲ 벽과 초록 생명 벽에 기대어 피어나는 초록 생명들, 불편함도 있을 터이고 때론 그 불편함으로 인해 덕을 보는 일도 있을 터이다. 모든 것이 좋기만 하거나 나쁘기만 한 것은 없을 터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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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몇가지 꽃들과 사초과의 꽃들, 모두가 그저 그런 것들이지만 그런 것들이 만나 서로 의지하며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신비요, 상징이 아닐까? ⓒ 김민수

▲ 벽화 몇가지 꽃들과 사초과의 꽃들, 모두가 그저 그런 것들이지만 그런 것들이 만나 서로 의지하며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신비요, 상징이 아닐까?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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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 이른 아침이기도 했지만 며칠째 내리는 비로 개망초조차도 활짝 피어나질 못했다. 그들인들 정갈한 아침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을까? 그래도 피어난다. 그것이 그들이다. ⓒ 김민수

▲ 개망초 이른 아침이기도 했지만 며칠째 내리는 비로 개망초조차도 활짝 피어나질 못했다. 그들인들 정갈한 아침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을까? 그래도 피어난다. 그것이 그들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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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그림 이 사진의 주인공은? 거미다. 그때도 보았느냐고? 물론. 그러나 그때는 그를 주인공으로 담으려하지는 않았다. 담고보니 의도와 다르게 그가 주인공이 되어버렸다. 잘 보이지 않음으로. ⓒ 김민수

▲ 숨은그림 이 사진의 주인공은? 거미다. 그때도 보았느냐고? 물론. 그러나 그때는 그를 주인공으로 담으려하지는 않았다. 담고보니 의도와 다르게 그가 주인공이 되어버렸다. 잘 보이지 않음으로.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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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꽃 저 창고 아래 뿌리를 두고, 어두운 창고에 비치는 빛을 따라 처마밑까지 올라와 기어이 꽃을 피웠다. 조금 다른 꽃들보다 늦게 피어났지만, 그도 꽃이다. 꽃도 그렇게 살아가는데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은 말할 필요도 없을 터이다. ⓒ 김민수

▲ 메꽃 저 창고 아래 뿌리를 두고, 어두운 창고에 비치는 빛을 따라 처마밑까지 올라와 기어이 꽃을 피웠다. 조금 다른 꽃들보다 늦게 피어났지만, 그도 꽃이다. 꽃도 그렇게 살아가는데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은 말할 필요도 없을 터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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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그야말로 벽과 꽃이다. 그림이 아니라 꽃, 갈라진 틈들은 미쳐 지우지 못한 스케치의 굵은 선들이다. ⓒ 김민수

▲ 벽화 그야말로 벽과 꽃이다. 그림이 아니라 꽃, 갈라진 틈들은 미쳐 지우지 못한 스케치의 굵은 선들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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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나물 그 어딘가에 흙이 있을 터이다. 벽 아래만 흙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벽 위로 하늘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모든 것이 하늘만 향하는 것도 아니었다. ⓒ 김민수

▲ 돌나물 그 어딘가에 흙이 있을 터이다. 벽 아래만 흙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벽 위로 하늘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모든 것이 하늘만 향하는 것도 아니었다. ⓒ 김민수

태안, 그곳은 서서히 회복되어가고 있었다.

아직 어두운 그림자는 남아있어, 외지인들의 발걸음을 반기면서도 태안의 흔적을 담는 모습에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얼마전 태풍이 왔을 때 언론사에서는 떠내려온 쓰레기만 보도했단다.

그래서 손님이 가득차야할 방이 텅 비어있다고 하소연을 했다.

 

"제발, 우리도 먹고 살게 해주소."

 

조금은 을씨년 스러워보이기도 했지만, 도심의 깔끔한 벽보다 시골스러움 가득한 투박한 벽이 훨씬 정감있게 보였다. 더군다나 그 곁에 기대어 피어나는 초록생명들이 있으니 더 아름다웠다.

 

어찌어찌 피어난 메꽃사진을 아는 형님에게 메일로 보냈더니 답장이 왔다.

 

"많이 울었어."

 

감수성이 풍부한 형님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많이 힘들구나. 그래도 끝까지 꽃을 피우고자 하는 마음이 아직도 남아있구나.

 

"형, 꽃 필거야."

 

태안, 그곳도 완벽하게 피어나는 날이 있을 것이다. 그날은 좀 더 화사하게 담을 수 있으리라.

2011.08.09 16:32 ⓒ 2011 OhmyNews
#태안 #사진노트 #희망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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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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