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시장님, 심사숙고 하셔야 합니다

삼성 투자 영리병원, 전국적 영리병원 허용 신호탄 되나

등록 2011.08.10 18:14수정 2011.08.1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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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국회에서 영리병원이 허용될 것인가?

국민적 반대에 부딪혀 추진력을 잃었던 영리병원 허용 문제가 8월 국회에서 다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리병원 도입 주장의 포문은 <중앙일보>가 열었다. <중앙일보>는 7월 11일부터 연속해서 영리병원 도입과 의료민영화를 주장하는 기사를 내보냈고, 이에 화답하듯 정부는 당·정·청이 합의하여 8월 국회에서 추진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7월 21일부터 방송 3사가 3일 연속으로 영리병원 허용 여부를 주제로 심야토론을 진행했다.

이후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8월 5일 여야는 8월 국회 의사일정을 합의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등 상임위원회에서 관련 법안을 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리병원 허용이라는 의료민영화정책이 이렇게 급속히 되살아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만 국한하면, 영리병원이 도입되더라도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이 도입된다면 의료민영화의 출발점이 된다는 우려는 과장된 것일까?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삼성 총출동

삼성의 의료민영화 추진 보고서 비판 기자회견. ⓒ 조경애


올해 송영길 인천시장은 취임 1주년 인터뷰에서 '인천의 성장 동력은 인천국제공항과 인천경제자유구역'이라고 강조하고 '삼성의 투자 결정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이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부상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됐다고 평가했다.(관련기사: "숭의운동장 내 SSM, 송도 영리병원 추진하는 이유는...")

그동안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외국영리병원 유치가 지지부진하다가 2011년 3월에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등이 외국자본과 공동으로 송도 영리병원 설립에 투자하기로 함으로써 인천시의 투자우선협상대상으로 확정된 것이다.

이러한 삼성의 투자 결정은 이미 예고된 것이다. 2010년 5월 이건희 삼성그룹 총수가 삼성전자 회장으로 경영에 복귀하면서, 내놓은 계획이 2020년까지 23조 3000억 원을 투자해 친환경 및 건강증진사업을 신수종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었다. 삼성은 계획대로 다양한 바이오 R&D센터가 입주해 있고 글로벌 제약회사 등 바이오 클러스터 형성이 가능한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 설립 투자를 추진했다.


삼성의 이러한 투자 계획은 2010년 10월 시민단체들이 공개한 삼성경제연구소의 '미래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산업 선진화방안'이라는 보고서에 잘 나타나 있다. 보고서는 HT(Health Technology)산업 활성화를 추진하는 청사진을 담고 있다. HT는 '건강증진 또는 질병의 예방치료를 위한 제반 기술'로써 기존의 바이오산업뿐 아니라 건강보험·의료정보시스템·원격의료를 포함하고 있다. 보고서는 '세계최고수준의 국내 의료비 지출 증가를 성장동력화의 기회'로 보고 한국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의료수요가 폭증할 상황을 이용해 자본투자와 이윤 창출의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한 HT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급증을 대비해 공공의료를 확대하고 건강보험을 강화하는 정부 역할에 대한 언급은 없고, 오로지 의료를 시장에 맡겨달라고 제안하며 이를 위해 정부가 삼성을 지원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삼성은 거대 IT기업과 보험사와 그리고 병원을 갖고 있다. 삼성이 영리병원에 투자하게 된다면, 삼성의 HT산업이 완결될 뿐 아니라, 이명박표 의료민영화의 최종판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송도에 투자하는 영리병원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삼성 투자 영리병원의 목표는 내국인 진료

이종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지난 7월 23일 KBS 심야토론에 이어 8월 8일 손숙미 의원(한나라당 소속)의원 주최 토론회에서도 "국내 영리병원이 국내 의료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며 "현재도 영리병원 설립에 관한 것은 전부 마련돼 있지만 경제자유구역에서의 병원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유치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를 위한 법 개정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종철 청장은 8월 국회에서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 기준의 위임 근거를 명시할 것과 외국인 전용약국에서 내국인에 대한 조제·판매 허용, 외국면허소지자의 간호사·의료기사 확대 등이 법률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행 법 규정만으로는 수익성이 적으니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대로 규제 완화와 특혜 조항을 더 열어달라는 것이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2002년 12월 30일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시작됐다. 2003년에 인천, 부산 진해, 광양만권 3개 구역을 지정하고 2008년에 황해, 대구 경북, 새만금 군산 지역 3개를 지정하였다. 이 법안에는 '외국인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고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하여' '외국인 전용 병원'을 설립하는 것으로 확정되었다. 시민단체들이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전용 병원이 들어서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서 제외될 것이고, 영리병원 도입의 출발이 될 것이라고 반대했지만 '외국인 전용일 뿐'이라며 무시되었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에 상주외국인이나 해외환자 유치를 위한 외국인 영리병원 투자 유치는 수 년 동안 성공하지 못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봤을 때 상주외국인이나 해외환자 유치만으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자 정부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대폭적인 특혜를 부여하기 시작하였다.

즉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도록 법을 개정하였고 이어 영리병원 설립 주체를 '외국인 또는 외국인이 설립한 국내법인'으로 개정하였다. 즉 국내 자본이 외국인 자본 지분 50%를 포함하여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자본 투자가 가능하도록 특혜를 열어준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오는 '송도 영리병원 유치를 위해 경제자유구역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제 투자자가 나섰으니 투자자의 구미에 맞게 특혜를 더 달라는 것과 같다. 그 중에서도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경제자유구역 관련 법안의 핵심 쟁점은 내국인 진료 범위이다.

작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심사과정에서 정부는 설립된 지 5년 후에 내국인 진료 범위를 50%로 제한하자고 했다. 설립 초기 5년간은 내국인 환자 진료만으로 수익을 확보하도록 보장해 주겠다는 것이다. 국내 환자 진료를 통해 외국영리병원 사업성을 확보하겠다는 투자 자본의 의도를 명확히 드러낸 것이다.

시민단체들이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 설립을 반대하는 이유는 바로 내국인 진료 허용 때문이다.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는 순간, 삼성투자 영리병원은 전국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할 것이고 삼성의 투자는 송도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인천을 포함한 6개 경제자유구역과 제주특별자치도가 투자 지역이 될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올해 경제자유구역 추가 지정을 진행 중이다. 강원도, 경기도, 전라남도, 충청북도가 경제자유구역 추가 지정 요청을 하였고 7월 13일 검토 결과를 통해 10월까지 보완 제출하도록 하였다. 따라서 삼성 투자 영리병원은 전국적인 영리병원 허용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찬성론자들은 영리병원이 경제자유구역에 국한될 것이기 때문에 전국적인 확산이 안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경제자유구역에 설립될 영리병원은 그 지역 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고 법으로 명시해 놓은 것도 아니고, 지금도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원정 진료를 오는 상황에서 이런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 필요한 것은? 외국인 전용 비영리병원

의료민영화에 대한 국민정서는 수차례 확인되었다. 2008년 6월 촛불 저항 때 이명박 대통령은 건강보험 민영화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2009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은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를 놓고 영리병원은 논란이 많으니 급히 추진하지 말라고 했다. 영리병원을 허용하려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먼저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송영길 시장은 5월 11일 인터뷰에서 '영리병원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반대하지만, 송도병원은 내국인이 아니라, 의료관광 유치로 고민해 보아야 한다'며 영리병원이 건강보험 민영화를 위한 첫 단추로 추진된다면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야권단일후보로 시장이 된 송영길 시장의 의료민영화 반대 입장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송도병원이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일반 수가로 내국인을 진료하는 병원임이 분명하고 그로 인해 의료민영화의 신호탄이 될 상황에서, 계속해서 같은 말만 되풀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천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국민 경제를 위해서도 송도 영리병원은 대안이 아니다. 영리병원은 자본을 투자하여 한국 환자를 진료하고 그 수익을 외국으로 가져가는 병원이다. 외국인 의료진을 들여오면 일자리 확대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결국 인천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가?

영리병원 대안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위한 전문병원을 인천 소재 대학병원들이 비영리병원으로 설립할 것을 제안한다. 외국인 전용 전문병원을 설립하면 경제 효과는 고스란히 인천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고 순환될 것이다. 질 좋은 한국 의료서비스를 외국 기업에 알릴 수 있어 장기적으로 해외환자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상주 외국인 회사들은 직원들의 의료비용이 절감돼서 좋을 것이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들어설 의료기관에 대해 심사 숙고해야 한다. 삼성 투자 유치라는 작은 성과인가? 아니면 외국인을 위한 비영리 인천병원인가? 한국에 영리병원을 처음 허용한 시장인가?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의 지지를 얻은 시장인가?
#영리병원 #삼성 #경제자유구역 #인천 #조경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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