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버전의 둘레길 '비렁길', 이 정도입니다

산과 바다 길동무, 여수 금오도

등록 2011.08.11 15:56수정 2011.08.12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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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금오도 비렁길. 드넓은 바다와 산이 양쪽으로 길동무가 돼 동행한다. ⓒ 이돈삼


금오도가 뜨고 있다. 전라남도 여수시 남면에 속한 섬 금오도는 풍광이 참 예쁘다. 고즈넉한 멋도 있다. 요즘 여행의 대세인 걷는 길도 있다.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해수욕장도 있다.

금오도는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남도 섬의 속살을 만끽할 수 있다. 근심걱정 내려놓고 쉬면서 활력으로 재충전하기에 제격이다.


금오도로 가는 뱃길도 불편하지 않다. 여수항 여객선터미널에서 배가 하루 다섯 차례 출발한다. 금오도까지는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뱃길여행의 묘미를 즐기기에 적당한 시간이다.

20분 만에 닿을 수 있는 뱃길도 있다. 여수에서 자동차로 건널 수 있는 돌산도에서도 배가 있다. 돌산 신기항에서 배를 타면 금방 금오도에 데려다 준다. 신기항에선 배가 하루 일곱 차례 출발한다. 두 갈래 뱃길이 있는 것도 금오도 여행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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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도로 가는 길. 금오도행 배는 여수항과 돌산 신기항에서 떠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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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도 비렁길. 한쪽은 산비탈이, 한쪽은 망망대해가 펼쳐지는 벼랑길이다. ⓒ 이돈삼


금오도에 가면 비렁길이 있다. 여수 버전의 둘레길이다. '비렁'은 '벼랑'의 여수지역 사투리. 들쭉날쭉한 금오도의 해안절벽 벼랑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길은 금오도 여천선착장에서 멀지 않는 함구미마을에서 시작된다. 마을 뒤 산길에서 해안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오래전 주민들이 땔감을 구하고 낚시를 하러 다니면서 자연스레 다져진 길이다.

비렁길은 함구미에서 여천, 함구미에서 두포, 함구미에서 직포 등 3개 코스가 개설돼 있다. 1코스(함구미∼여천, 6.5㎞)는 다도해를 조망할 수 있는 대부산(382m) 정상을 거친다. 등산과 걷기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2코스(함구미∼두포, 6㎞)는 해안 벼랑길을 따라 이어진 원시림에서 다양한 식생을 살필 수 있다. 3코스(함구미∼직포, 8.5㎞)는 다양한 식생에다 황홀한 석양을 만날 수 있는 길이다. 3개 코스 가운데 가장 길고 멋있다.

길은 대부분 흙길이다. 험하다 싶은 벼랑에는 나무데크가 단아하게 놓여 있다. 가파르지 않고 오르내리는 폭도 적다. 체력에 맞는 코스를 골라 싸목싸목 걸을 수 있다. 아이들도 걷는데 불편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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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도 비렁길. 산과 바다가 동행하는 아름다운 길이다. 발걸음도 편안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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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렁길에서 만난 목이버섯. 비렁길에서는 다양한 식생을 만날 수 있다. ⓒ 이돈삼


비렁길은 산과 바다가 길동무가 돼 준다. 한편은 짙은 녹음이 우거진 산속 풍경이 동행한다. 다른 한쪽은 탁 트인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풍광이 빼어나 마음속까지 후련하다. 지루하게 느껴질 틈이 없다.

길섶의 고란초, 생강나무, 잰피 등 남쪽 섬에서만 만날 수 있는 식생들도 눈길을 끈다. 산딸기와 목이버섯도 손길을 유혹한다.

가을철 길손을 반겨줄 꾸지뽕, 머루, 다래나무도 지천이다. 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도 있어 시원한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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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도 미역널방. 옛날 주민들이 미역을 채취해 널었다는 바위다. 비렁길에서 만난 다양한 경관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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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신선이 노닐었다는 신선대. 금오도 비렁길에서 만난 경관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 이돈삼


경관 포인트도 군데군데 있다. 고흥 나로우주센터가 보이는 용두바위를 비롯 주민들이 바다에서 채취한 미역을 말렸다는 미역널방과 굴등전망대, 촛대바위가 카메라 렌즈를 유혹한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수달피벼랑도 있다. 넓은 바위에 수달이 자주 모여 놀았다는 곳이다. 차분히 바다를 감상할 수 있도록 벤치도 놓여 있다. 숲의 향기가 코를 간질인다. 취나물과 방풍나물 등 산약초가 자라는 밭두렁도 평화롭다.

소박하면서도 거칠어 보이는 비렁길이지만, 막상 걸어보면 고급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선사한다. 명품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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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도 비렁길. 이름에서 풍기는 거친 느낌과 달리 편안함을 선사하는 명품길이다. ⓒ 이돈삼


풍광도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이미 스크린을 통해 소개됐다. 외딴섬에서 일어나는 연쇄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차승원·윤세아 주연의 영화 '혈의누'가 이곳에서 촬영됐다. 장나라·유아인 주연의 영화 '하늘과바다'도 비렁길 주변 원시림에서 촬영됐다. '인어공주',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도 여기서 찍었다.

대부산(382m)과 망산(344m)이 있어 등산을 즐길 수도 있다. 물 맑고 모래 고운 직포해수욕장이 있어 물놀이도 가능하다.

갯바위낚시를 즐길 수 있는 포인트도 지천이다. 아무데나 낚싯대 걸쳐두고 붉게 물들어가는 낙조를 바라보는 것도 가슴 진한 감동으로 남는다.

함구미, 송고, 초포, 직포마을에 하룻밤 묵을 민박집이 있다. 장지마을엔 깔끔한 펜션도 있다. 금오도에서 건진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식당도 몇 군데 있다. 하룻밤 묵으면서 섬의 속살을 느껴볼 만하다.

비렁길만 찾는다면 당일치기 여행코스로도 무리가 없다. 근심이나 걱정일랑 내려놓고 푹 쉬면서 여름휴가를 보내기에도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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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도 비렁길. 산과 바다가 길동무로 동행하는 명품 해안 벼랑길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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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렁길에서 만난 풍경. 금오도는 남도 섬의 속살을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 배편 문의 - 한림해운 061-666-8092, 한려해운 061-665-0011


덧붙이는 글 배편 문의 - 한림해운 061-666-8092, 한려해운 061-665-0011
#비렁길 #미역널방 #금오도 #신선대 #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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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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