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수해지원에 라면·과자 등 '간식'이라니

남측, 북측의 식량·중장비 등 지원 요청 묵살...50억 원 '생색내기'

등록 2011.08.11 15:27수정 2011.08.1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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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과자, 초코파이, 영유아용 영양식..."

남측이 결정한 대북 수해지원 품목이다. 남측은 10일 이 같은 내용의 지원품목을 담은 통지문을 북측에 전달했다. 대부분 '간식거리'로, 남측에서는 몸에 해로운 첨가물이 함유됐다는 이유 등으로 대게 꺼리는 식품들이다. 약 50억 원 규모란다.

북측은 지난 달 말 집중 폭우로 전국에서 ▲사망자 30여명 ▲주택과 건물 파괴 각각 6480여동과 350여동 ▲이재민 1만 5800여명 ▲농경지 침수와 유실 4만 8000여정보 ▲다리와 도로 파괴 6900여미터 ▲철로와 해안방조제 파괴 등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번 태풍 '무이파'로 인해 황경남북도를 중심으로 ▲농경지 피해 2만4000여정보 등이 발생했다.

이 같은 피해는 그렇잖아도 어려운 식량사정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프에이오)는 지난 8일 발표한 북측 식량상황 평가 국가보고서를 통해 지난겨울 한파와 올여름 수해, 국제곡물가격 상승 등으로 북측의 식량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곡창지대가 몰려 있는 황해도와 평안남도 등에서 많은 농지가 침수되면서 올 가을 수확에 빨간 불이 켜졌다.

북측은 지난 4일, 남측의 수해지원 제의에 따라 식량과 시멘트, 중장비 등의 '통 큰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남측은 규모에서 '통 큰' 지원도 아닌 '찔끔'이요, 품목도 전혀 거론치 않은 '간식거리'로 한정, '돕자'고 제안해 놓고 결국 '생색내기'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50억 원은 역대 대북 수해지원 규모에서 최소액이다.

북측에 대한 긴급구호식량 지원과 수해지원은 국제사회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의 호소에 유럽연합과 러시아, 호주, 아시아 등 각국에서 지원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유럽연합은 지난 달 155억 원 규모의 지원을 결정했다. 또한, 이번 수해와 관련해서도 유럽연합에서 약 6억 원 이상을, 러시아는 밀가루 5만 톤을 긴급하게 지원키로 하는 등 인도적 지원 발걸음이 분주하다.

이 같은 국제사회 움직임과 달리 남측의 대북 수해지원 품목과 규모는 인도적 지원이라는 관행에 비춰 상식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남측 역대 정부는 그 동안 대북 수해지원으로 식량과 중장비, 생필품 등을 포함, 최소 몇 백억 원 이상을 지원해 왔다.


정일용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 공동상임대표는 "인도적 지원이라는 것은 상대방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을 돕는 것이지, 어찌 상대 요구를 묵살하고 일방적으로 지원할 수 있나"라며 "이는 '잔소리 말고 주는 대로 받아라'고 하는, 상식에 반하고 인도적 지원의 명분과 실리에도 어긋나는 행태로 결국 '생색내기'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민주노동당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이 참여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실현을 위한 통일쌀 보내기 국민운동본부'는 4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북 수해지원에 쌀 등 식량이 포함돼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번 이명박 정부의 '생색내기' 대북 수해지원 결정은 그동안 일관되게 펼쳐온 대북 강경정책의 또 다른 표출인 셈이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의 전공과 비전공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건설사 출신답게 전공인 국토의 젖줄을 파헤치는 4대강 사업에는 수십조 원을 '통 크게' 퍼붓는 반면, 비전공인 복지와 분배, 민족문제에는 자린고비, 문외한으로 '찔끔거리는' 모습을 이해할 만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사람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사람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쌀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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