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고예나작가 고예나가 세 번째 장편소설 <클릭 미>(은행나무)를 펴냈다.
고예나
"그날 옷을 100만 원어치는 샀어. 뭐, 백화점 옷이 비싸니까 몇 벌 안 되긴 하지만. 백도 선물하겠다는 거 내가 다음에 사달라고 했어. 나 양심 있지 않냐?""야,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 하지 마. 니가 뭐가 양심이 있는 거냐?"성아가 계란으로 머리를 치며 말했다."난 된장녀하고는 달라. 사달라고 해서 사준 게 아니라 우연히 구경하다가 사준 거란 말이야." -책 속에서전자책이 클릭 한 번으로 종이책 옆구리를 포옥 찔러 마구 비틀거리게 만들고 있는 이 시대. '디지털'로 불리는 온라인 세상과 '아날로그'라 불리는 오프라인 세상이 눈을 치켜뜨고 서로 뿌리를 뻗고 있는 사회가 요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다. 이러한 세상에서 소위 인터넷 세대라 불리는 젊은이들 몸과 마음에는 무엇이 꿈틀거리며 자라고 있을까.
이들은 돈에 대해, 상품에 대해, 직업에 대해, 우정에 대해, 사랑에 대해, 섹스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온라인 세상에서는 아이들을 족집게처럼 잘 가르치는 논술 선생님이지만 오프라인 세상에서는 키스방에서 일하고 있는 여자, 온라인 세상에서는 채팅으로 멋들어진 남자들과 많이 사귀지만 오프라인 세상에서는 남자 한 명조차 만나지 못하는 못생긴 뚱녀···.
가상(꿈)과 현실, 그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벽은 무엇일까. 가상을 가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는 그 어떤 것들을 가상세계에서라도 이루고 싶은 인터넷 세대들. 이들은 왜 가상세계에 그토록 매달리는 것일까.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꿈을 현실에서는 도저히 이루지 못 하기 때문일까.
'클릭시대' 살아가는 인터넷 세대들 사랑 이야기"인간의 이중성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인간의 이중성을 들여다볼 때, 나는 판도라 상자를 열었을 때처럼 가슴이 뛴다... 진실이란 알면 알수록 아픈 것이어서 좀 외면하고 싶었다. 남들이 '노'라고 해도 나만은 '예스'라고 할 수 있는 허위의 세계를 갖는 순간, 나는 상처로부터 치유되어 한껏 상상의 날개를 펼 수 있었다."-작가의 말 2008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작가 고예나가 세 번째 장편소설 <클릭 미>(은행나무)를 펴냈다. 이 책은 <클릭 미>(작품 속 랜덤 채팅 사이트 이름)라는 제목에서 얼른 떠올릴 수 있듯이 클릭 한 번이면 내가 바라는 모든 정보를 쉬이 찾을 수 있고, 나아가 사랑과 섹스조차도 검색을 통해 찾는, 그야말로 '클릭시대'를 살아가는 인터넷 세대들 세상살이다.
이 책은 모두 11꼭지에 인터넷 세대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느끼는 희망과 절망, 기쁨과 슬픔, 웃음과 눈물 등이 얼룩져 있다. 한지현 편-남성 편력, 정연희(나) 편-이중생활, 배유리 편-너는 내 운명, 박성아 편-팜므파탈, 정연희(나) 편-애인이 되어 줄래?, 정연희(나) 편-나이롱 환자, 배유리 편-스마트남, 박성아 편-변태남, 정연희(나) 편-복수혈전, 한지현 편-오프라인 만남, 정연희(나) 편-사랑의 클릭이 그것.
이 소설에 좀 더 쉽게 다가서기 위해서는 작가 고예나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 속내를 살짝 더듬을 필요가 있다. 스프링처럼 톡톡 튀는 작가 고예나 미니 홈피에 들어 있는 '내 소개'란 글을 간추려보자. 그는 "자기의 개성과 취미와 의지대로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행복이고 사람은 오직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만 잘 할 수 있다는 말을 신봉한다"고 적고 있다.
그는 "글 외에 다른 것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잘하지 못할 거면 손대지 말자는 주의"이며 "그냥 즐길 수 있는 취미 같은 건 없고, 굳이 꼽자면 독서"란다. 그가 "독서보다 더 오래 할 수 있는 건 글쓰기"이며 "글만이 내 존재 증명의 유일한 길"이어서 "글에게 내 인생의 팔 할을 빚지고 있"다고 여긴다. 재미난 것은 톡톡 튀는 인터넷 세대답지 않게 "핸드폰은 몇 년째 같은 기종을 사용한다 이제 정들어서 바꿀 수 없다"고 쓴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