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항쟁도 했는데 야권통합 못해?
진보정당 명망가 중심 사고 버려야"

[인터뷰] '백만민란' 1년 맞은 '국민의 명령' 문성근 대표

등록 2011.08.23 11:56수정 2011.08.2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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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통합운동을 벌이고 있는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잠시 여유를 즐기고 있다. ⓒ 남소연


"우리 이제 민란이라는 말 안 쓰기로 했어요. 민란은 성공했어! ㅋㅋ 이제 시민정치혁명 할 거야. (웃음) 시민군에 정규군까지 합세했으니 이젠 뭐 정치혁명으로 가야지. 하하하."

정말 낭만적으로 껄껄 웃었다. 1년 전 "걱정마, 이 운동은 되는 운동이야, 된다니까!" 했던 그다. 1년 내내 거리에서 쏟아지는 햇볕을 등에 지고 쏘다녔다. 야권통합을 위해서라면 전국 어디든 갔다. 1년 사이 125회 전국을 돌았다. 때로는 지치고 힘겨워 당장 그만두고 싶었겠지만 단 한 번도 그는 불쾌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괴로워도 늘 웃었다. 그는 영화배우이므로.

정치권은 그의 진정성을 믿었지만 실천에 옮기지 않았다. 광야에서 무려 16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모아 "야! 합쳐!" 주장했건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좋은 일 하신다" 죄다 덕담만 읊어댔다. 저력 있는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백만 민란? 저게 되겠어? 결국 친노의 재결합이겠지" 폄훼했다.

그러나 그는 만들어냈다. 불과 1년 만에 야권통합을 정치권 최대 화두로 끌어냈다. '혁신과 통합'이라는 새로운 통합운동기구도 만들었다. 여기엔 전국의 시민단체 사무처장급 활동가들이 힘을 보탰다. 하나하나 세력을 긁어모아 큰 물결을 만들고 진보의 쓰나미로 민족사의 운명을 새로 쓸 작정으로 뛴다. 영화배우보다는 조직운동가의 심정으로.

야권통합운동을 벌였던 국민의 명령이 오는 27일 1주년을 맞이한다. 오는 25일 오후 7시 서울 종로 YMCA 회관에서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세계적 수준의 특별 게스트와 함께 토크쇼도 연다.

<오마이뉴스>는 문성근 대표의 야권통합운동 1년을 기념하며 지난 18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그와 만났다. 얼굴은 숯처럼 타 검게 탔지만 그래도 눈빛은 맑았다. 영화배우의 상상력으로 여전히 야권통합운동은 된다! 믿고 있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전국 125회 순회... 박지원은 정말 귀신"


"통합은 됐어!"
25일 '국민의 명령' 1주년 기념 토크콘서트
"문성근의 발칙한 상상력이 세상을 바꾸다."

야권통합운동 1주년을 맞은 국민의 명령의 헤드카피다. 핑크빛 손팻말에 "통합은 됐어!"를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것 같은 문성근 대표의 사진은 흡사 문익환 목사의 "통일은 됐어!"를 떠올리게 한다.

국민의 명령은 오는 25일 오후 7시 서울YMCA 2층 대강당에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의 사회로 토크콘서트를 연다. 이 자리에는 공개되지 않은 '세계적 수준의 특별 게스트'가 참여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들은 정확히 1주년이 되는 27일(토) 오후 2시에는 간단한 기념식과 함께 대한문 주변에서 그간 민란활동을 전시할 예정이다.
- 야권통합운동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을 어떻게 보냈나.
"지금까지 125회 전국을 다녔다. 지난 겨울 정말 끔찍했다. 볼펜이 안 나올 정도로 추웠고, 테이블이 차가워 손을 대지 못할 정도였다. 회원가입서에 서명하는 시민들을 위해 담요를 깔았던 기억도 난다. 우리 회원중 어떤 분은 4시간 동안 서서 회원가입서 달랑 3장 받은 적도 있었다. 힘들 때는 내가 이거 뭐하는 짓인가 한숨 쉴 때도 있었다. 1만 명, 3만 명, 5만 명, 10만 명, 15만 명, 숫자를 넘길 때마다 정말 원시적인 삼보일배를 하고 있구나, 오체투지가 이런 것이겠지 했다. 그래도 이제 '혁신과 통합'이라는 통합운동기구도 새로 만들어졌고, 이제 민란을 일으킨 시민군에 평소 시민운동 해오던 정규군까지 결합했으니 이젠 정말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하하."

- 지난 1년간 정치권에서 받은 반응 중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무엇인가.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정말 귀신이다. 얼마 전 박 전 대표도 우리 회원이 됐는데, 우리 얘기를 쭉 듣다가, 진보정당들에게 비례대표를 보정해 주는 방법이 있다고 안을 제시하니 눈을 반짝이면서 받아들였다. 본인이 연설할 때 가장 좋은 반응이 나올 때는 야권통합 얘기할 때라면서, 문 대표 올 여름 덥다는데 고생해주쇼, 열매는 우리가 따먹겠지만. 이렇게 말했다. 문 대표가 거리에서 사람들에게 전단 나눠주고 얘기하는 걸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겠거니 하겠지만, 그것이 사람들에게는 잔상으로 다 남는다고... 하여간 귀신이다, 귀신."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없나.
"경기도 파주 심악산엔 뱅그그르 돌아 제자리로 오는 코스가 있다. 등산하는 사람들은 평소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걷다가 한 번은 쉬게 돼 있는데, 지난해 어느 날 우리 회원들이 거길 갔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에게 커피와 차를 나눠드리면서 국민의 명령 제안서를 동시에 드렸다. 쓰레기는 안 버려야 하고 중간에 한 번 쉬니까 모두 읽은 것이다. 내려오는 등산객들이 전부 회원가입을 해주셨다. 이게 모범사례가 돼서 우리 회원들이 전부 산으로 올라가 회원가입을 받은 적이 있다. 그렇게 적극적인 분들이 함께 했다. 하하."

- 1년째 야권통합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치권은 요원한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나.   
"지난해 4·27 김해 보궐선거를 보면서 협상으로 하나가 된다는 것은 아주 어렵겠구나 절감했다. 여론조사(경남 김해)와 지분나누기(전남 순천) 방식을 통한 후보단일화를 해본 것인데, 결국 순천에선 민주당 후보들이 모두 탈당해 출마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물론 순천이야 한나라당 후보가 없기 때문에 최악은 피할 수 있었지만, 내년 총선에서 이렇게 되면 수도권에서는 100%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다고 생각한다. 걱정이다."

"답답해서 나선 게 1년 전... 이제 판 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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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통합운동을 벌이고 있는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잠시 더위를 식히고 있다. ⓒ 남소연


- 최근 '혁신과 통합'이라는 새로운 통합운동기구 제안자모임이 발족했다. 어떻게 전망하나.
"1년 내내 뛰어 이제야 본격 가동될 수 있는 틀을 만든 건가? 하하. 이번에 함께 한 김두관 경남지사,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등 모두 대통합 지지자였다. 사적으로는 지지한다고도 했었다. 문 이사장도 스스로 통합운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가 4·27 재보선 이후 확실히 나섰다. 이해찬 전 총리도 계속 지켜보다가 지난 1월 16일 국민의 명령 토론회에서 '정체성 보장제도(정파등록제)'가 나오자 그때부터 적극 지지했다. 전국의 개미들이 맨땅에 헤딩하고 다니면서 3만, 5만, 10만 이렇게 모아가니 이건 되는 운동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 통합운동에 적극 나서는 일반회원들은 대개 전직 노사모 출신인가.
"노사모는 지쳤다. 지난 10년간 여러모로 적극 참여했던 시민들은 지금 다 조각 나 있다. 열린 우리당 창당 과정, 2007년 대선, 문국현 신당 등등을 겪으면서 많이 조각나 있다. 가만 보면 우리 회원들은 제 정파가 다 모인 구조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시민정치운동의 정착 같다. 시민들은 통합되면 찍겠다고 마음먹고 있는데 정작 정당이 분열을 강요하는 분위기다. 이걸 좀 바꿔야 한다."

- 지난 1년간의 활동 속에서 성과와 한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 상태로 어떻게 총선을 이길 것인가 난망한 상태였다. 견딜 수 없는 상황인데 막연히 보고 있어야만 하는 상황. 정치권의 선처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 마치 87년의 양김 분열처럼 그랬다. 그래서 나섰다. 답답한데 우리 이렇게라도 해봅시다! 제안을 하니까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시민들이 동병상련으로 많이들 참여해주셨다.

시민사회쪽에선 김기식 '내꿈나라' 공동준비위원장이 '빅텐트론'을, 지식사회에선 백낙청 교수가 '2013년 체제'를, 또 정치권에선 통합적 수권정당, 야권단일정당 등등 범주와 용어는 달랐지만 그래도 큰 틀에서 변화가 많이 생겼다. '혁신과 통합'이라는 단체까지 만들어지지 않았나.

정치권도 많이 변화했다. 4·27 재보선처럼은 더 이상 못하겠다는 게 협상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245개 지역을 어떻게 다 협상으로 쪼개느냐, 그건 불가능하다는 거였다. 시민사회가 판을 깔아달라고 늘 주장했고, 우린 이제 판을 깔았다."

- 야권통합운동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시민들은 금방 알아듣고 통합운동을 적극 지지하는데, 정작 정치인들은 계속 안 된다고만 하는 점이다. (웃음) 선거는 감동인데 우리 정치권은 그런 감각이 없는 건가 답답한 점이 있다. 가만 생각해보면,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은 삶이 감동이었다. 정치에서 감동은 희생할 때 나온다. 그런데, 내년 4월 총선까지 민주진보진영이 국민에게 드릴 수 있는 감동이 뭔가. 지금 당장 부산에 출마해 떨어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가택연금 당하고 감옥 갈 수도 없다. 유일한 방법은 대통합의 역사를 쓰는 것이다."

- 민주당 원외지구당 위원장들이 이런 대통합 흐름에 부정적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가만히 있으면 자기들이 민주당 후보가 돼서 국회의원 배지 달 수 있는데, 왜 자꾸 복잡하게 딴 당들과 통합하라고 요구하느냐, 왜 복잡하게 판을 흔드는 것이냐, 일부 그런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그런 문제는 대통합이 대세로 잡히면 다 동의하고 따라올 수밖에 없다. 역행하는 순간 다 날아가기 때문이다. 어쨌든 '혁신과 통합'에서는 내달 6일 대통합안을 제안할 것이기 때문에 이조차도 아주 마이너한 문제가 됐다. 민주당의 큰 흐름은 대통합으로 잡혔다고 본다."

"진보정당 명망가 중심 사고 버려야... 중간활동가 등원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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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통합운동을 벌이고 있는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잠시 여유를 즐기고 있다. ⓒ 남소연

- 진보정당들은 대통합에 부정적인데, 이 문제는 어떻게 풀 수 있겠나.
"민주당과 함께 하면 흡수 소멸한다, 정책 공조를 쉽게 깨는 민주당을 믿을 수 없다, 당원구조가 다르다 등등 문제를 지적한다. 그러나 우리가 제안하는 방법으로 하면 문제될 게 없다. 통합민주진보정당은 당 대 당 통합이 아니라 정치권 밖에 있는 다수의 시민들과 정치세력이 함께 새로운 당을 만들고 그 안에 제 정당이 함께 하는 방식이다. 제3지대 백지신당론이 그것이다.

솔직히 한-EU FTA나 KBS 수신료 등에서 보여준 민주당의 태도, 불신할 만하다. 그러나 민주당을 믿지 말고, 제3지대에서 연합정당으로 모이자는 이 세력(혁신과 통합 그룹)을 믿으면 된다. 민주당을 믿으라는 게 아니라, 이 세력을 믿으라는 거다. 제3세력과 힘을 합치면 민주당을 얼마든지 강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진보정당들이 대통합에 부정적인 것은 비단 신뢰의 문제 때문만은 아닌 것 같은데.
"결국 남는 문제는 3자 정립구도에서 독자적으로 원내교섭단체를 이루고 싶다는 염원이다. 그래서 진보정당은 빛과 소금의 운동정당이 될 것인지 대중정당으로서 집권을 목표로 뛸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합진보정당이 독자적으로 원내교섭단체를 이루겠다고 하지만 지역구별로 나눠보면 정말 쉽지 않다. 이 방법은 결국 명망가 중심적 사고다."

- 명망가 중심적 사고라는 게 무슨 말인가.
"민주노동당은 통합진보정당을 만들어 민주당과 벼랑 끝 전술로 선거연대를 하겠다는 건데, 우리는 이런 방식을 제안한다. 우선 정체성 보장제도(정파등록제)로 각각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출마문제와 관련해서는 지역구 출마자들의 경우 내부경선을 하고, 그걸로 부족하면 비례대표 출마자로 보정해 주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진보정당 명망가 말고도 중간활동가그룹까지 대거 등원할 수 있다.

진보정당엔 훌륭한 인재들이 많다. 다만 얼굴이 안 알려졌다. 이런 분들은 지구당으로 출마하면 100% 떨어진다. 내년에 비례로 등원했다가 2016년이 되면 얼마든지 지역구 찾아갈 수 있다. 노회찬, 심상정, 이정희, 강기갑 등등 스타 진보정치인은 모두 비례대표로 첫 등원했다. 이십대 때부터 진보정당에서 성직자처럼 활동해온 40대 중견활동가들, 내공이 좀 깊은가. 이러면 노무현 같은 초선 의원이 동시에 열 몇 명 배출되는 것이다.

한국정치의 엄청난 발전 아닌가. 진보정당이 이런 점을 잘 헤아려야 한다. 명망가 중심이냐, 중간 활동가까지 같이 갈 길을 모색하느냐 판단하자."

- 새로 생긴 통합운동체인 '혁신과 통합'이 중간에서 이를 매개할 것인가.
"혁신과 통합이 하나의 세력이 돼서 민주당의 필요와 진보정당의 믿음을 확보해서 하나로 합치는 노력을 할 것이다. 추동과 접합, 중재하는 기능을 할 것이다. 우선 지난 1년간 국민의 명령은 백만 시민들과 함께 제3지대 백지신당으로 만나자고 했고, 여기에 이제 정당권 밖의 정치인, 정당권 안의 정파, 정당까지 함께 해서 신설합당을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여기에 접점이 생길 때쯤에는 통합정당추진위원회를 구성할 것이고, 세력화가 빠르게 진행되면 정당권 안에서도 호응하게 될 것이다. 광야에서 시민들이 계속 함성을 질렀고, 이제 성(정당) 안에서 닫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함께 모이면 된다."

- 국민들 사이에 워낙 반MB 정서가 강해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독자 돌파론이 나온다고 하는데, 통합담론이 민주당 안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겠나.
"정치권이 도토리 키 재기를 하는 와중에 '국민참여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 이렇게 셋이 합치려고 노력한다니까 국민들이 박수 쳐주는 격이다. 그나마 기특해서. 그런데, 이건 선거 국면이 되면 전혀 다른 얘기가 된다. 진보정당들이 낙관할 때가 아니다. 지금 진보정당들이 독자적으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겠다고 나서는 순간! 통합을 원치 않는 민주당 원외지구당위원장들은 박수 칠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 후보와 진보정당 후보가 같이 출마하면 더 좋아할 데가 어디일까. 한나라당이다. 이걸 좀 절절히 알아줘야 한다."

- 총선 없이 대선 없다고도 줄곧 강조했는데.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100% 박근혜 전 대표가 주도할 것이다. 민주진보진영이 후보단일화 문제로 싸우고 옥신각신하면 그새 박 전 대표는 국정안정을 위해 다수당을 만들어달라고 할 것이다. MB심판론은 사라지고 미래권력에 대한 선택으로 얘기가 넘어가면 민주진보진영의 과반 확보는 먼 나라 얘기가 된다. 민족사의 대회전을 앞두고 이런 도박을 할 수 있나. 연합정당으로 가서 경쟁을 하면 사람들은 인물을 보고 판단한다. 당 대 당이 여론조사로 단일화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 민주노동당이 참여당까지도 함께 하겠다고 결정하면서 민주당과는 선을 그었다. 왜 민주당은 배제한다고 생각하나.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한겨레> 인터뷰에서 민주당과의 통합은 없다, 연대의 대상이다, 이렇게 말했을 때 난감했다. 벽을 딱 닫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그 인터뷰를 꼼꼼히 읽어보니 이념은 없고 당원구조에 대해서만 지적했다. 아, 이건 발전이다 싶었다. 민주당의 당원구조가 민주노동당처럼 되면 이거 가능해지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

"필요하면 뭐든지 할 것... <야권통합영화> 출연기간 너무 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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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통합운동을 벌이고 있는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잠시 여유를 즐기고 있다. ⓒ 남소연


- 얼마 전 참여당 인터넷방송 '유시민의 따뜻한 라디오'에 출연했다. 다운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고 하던데, 주로 어떤 얘기를 했나.
"나는 이정희 대표와 유시민 대표의 밀월을 보면서 의아했다. 특히 유시민 대표가 왜 저럴까 무슨 생각으로 저러나 궁금했다. 유 대표는 무지 똑똑한 사람이니 뭔가 있지 않나 생각했다. 1시간 30분가량 얘기하는데 그는 줄곧 상처와 감정 얘기만 했고 정책과 이념 얘기는 안 했다. 자신은 돌팔매를 맞겠노라고 강조했다. 뭘까, 뭘까, 고민했는데, 결국 민주노동당의 대중정당화 전략과 맞닿아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진보정당들이 대중정당 형태로 당헌당규를 바꾸고 운동가 정당에서 대중정당으로 나오게 하는 데 뭔가 기여하려는 건가 싶었다. 진보정당들이 민주정부 10년간 당했던 분노와 앙금, 이런 걸 풀 씻김굿 같은 게 필요해서 그 감정의 골을 메우는 일을 하려는 건가. 그게 성공한다면 혁신과 통합, 민주당과도 통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사람들은 문 대표가 직접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인가 궁금해 한다. 입장을 정했나.
"나는 국민의 명령이 성공하는 데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이다. 신설합당을 하자고 해놓고 꽁무니 빼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필요하면 뭐든 할 것이다."

- 그런데 정말 정치인이 되고픈가.
"(고개를 절레절레) 나는 정말 자유인이다. 내가 해온 영화를 보시라. <경마장 가는 길> <너에게 나를 보낸다> <초록물고기> 온갖 악역부터 그 어떤 틀에 갇히지 않았다. 상업배우는 어때야 한다 등등을 무시하고 살았다. 1년간 내가 어떻게 이 일을 버텨냈을까 곰곰 생각해보면 내가 배우라 가능했던 것 같다.

배우나 감독은 체제의 무게를 느끼지 않는다. 남의 눈, 질서, 체제, 윤리, 도덕 이런 걸 뒤집어본다. 그게 예술가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니 우리가 6월 항쟁도 했는데 통합을 왜 못해! 그런 상상에서 시작했고 지금까지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나 지금 무지하게 지쳐 있다. <야권통합영화> 출연기간이 너무 길다. 영화 1년씩 찍으면 망하는데. 배우도 늙고 지치는데. 출연기간이 너무 길고 출연회수도 너무 많다. 하하하하. 고갈되는 게 느껴진다. 요즘 나는 밀가루를 세워놓은 듯한 느낌이다. 반죽해놓은 덩어리가 아니라 가루가 걸어다니는 느낌이다. 아우 너무 힘들다! 빨리 됐으면 좋겠다."
#문성근 #초록물고기 #경마장 가는 길 #너에게 나를 보낸다 #야권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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