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보나 성당에서의 세례식
이상기
사르보나 성당은 세르비아 정교회를 대표하는 성당이다. 그래서 들어갈 때 복장을 챙겨야 한다. 반바지와 민소매는 안 되고, 남자는 모자를 벗고, 여자는 스카프를 써야 한다. 물론 내부촬영도 원칙적으로는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종교시설물에 들어갈 때는 조금 엄숙해지고 또 긴장이 된다. 사실 플래시만 터뜨리지 않는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은데, 까다롭게 구는 측면도 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샹들리에가 환하게 켜져 있고, 중앙 홀에서 무언가 행사가 열리고 있다. 빨간 카펫 위에 사람이 다섯 명 보이는데, 그중에 신부님도 한 분 계신다. 주변에도 가족과 친척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서서 이 행사를 참관하고 있다. 자세히 보니 아이가 세례를 받고 있다. 처음에는 성경을 읽고 기도문을 암송하는 등 아이를 축성한다. 그리고는 머리에 물을 흘려보내며 세례를 준다. 그러자 아이가 소리내며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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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르비아 정교 세례식 사르보나 성당에서 세르비아 정교식 세례가 열렸다. 가족들이 아이를 안고, 정교회 신부가 성수와 성유로 아이를 씻어준다. ⓒ 이상기
곧 이어 향로가 신부에게 전달되고, 신부의 인도로 성당 내부 홀을 몇 바퀴 돈다. 아이의 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할아버지가 그 뒤를 따른다. 세례가 끝나니 마음이 편한지 아이도 울음을 그친다. 마지막으로 신부와 가족이 홀의 가운데 빨간 원형 카펫에 모여 무언가 대화를 나눈다. 세례가 끝났으니 아이에게 복이 내릴 거라는 등 덕담을 나누는 것 같다. 가족 중 두 명이 행사 전 과정을 카메라와 비디오에 담는다.
그 덕에 나도 세례 과정을 카메라와 비디오에 담을 수 있었다. 성당에 오면 이렇게 세례식 장면을 만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기회가 자주 오지 않는다. 또 설사 온다고 해도 그 행사장면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사르보나 방문은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만약 세르비아 말을 알아들어 세례식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있었다면, 좀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