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뺏길라'... 한나라당, 복지노선 싸움 '빅뱅'

남경필 "복지 포퓰리즘 프레임으로는 안돼"... 당내 논쟁 예고

등록 2011.08.28 18:42수정 2011.08.2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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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과 오세훈 사퇴라는 충격파 속에 한나라당이 복지 정책 기조를 둘러싼 주도권 싸움에 빠져들고 있다.

이번 주민투표에서 '선택적 복지'를 내세운 한나라당이 '보편적 복지'를 내세운 민주당 등 야당에 무릎을 꿇게 되면서 당내 복지 기조에 대한 방향 전환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남경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남 최고위원은 28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세훈 전 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대한 평가와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략에 대한 당내 토론을 공식 제안했다.

"주민투표 무산은 대형사고"... 홍준표와 대립각

a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자료사진)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자료사진) ⓒ 남소연


이날 간담회에서 남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이 제기하는 '복지 포퓰리즘' 프레임의 적절성 여부와 복지 확대 방향, 이번 주민투표 결과에 대한 해석 등 많은 부분에서 홍준표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다.

남 최고위원은 먼저 투표율 25.7%를 놓고 "사실상 승리"라고 했던 홍 대표의 인식에 대해 "한나라당이 이번 주민투표 결과를 승리라고 자평한다면 오세훈 전 시장이 시작한 주민투표를 그대로 이어받아 보궐선거를 주민투표 2라운드로 치러야 한다, 그렇게 해서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번 주민투표 무산에 대해서도 "오 전 시장이 주민투표를 발의하고 또 시장직을 걸고 사퇴하는 과정에서 당은 무기력하게 지켜봐야만 했다"며 "굳이 이야기하자면 대형사고가 난 것인데 그 결과에 대한 평가와 원인 규명, 재발 방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택적 복지', '단계적 복지'를 기조로 하고 있는 당내 복지 확대 방향에 대한 논쟁도 예고했다. 남 최고위원은 "복지 확대가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각론으로 들어가 우리의 정책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단순히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프레임 싸움으로 갈 경우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무상급식에 대해서도 "무상급식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냐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며 "무상급식과 관련된 논쟁을 시작해 당론을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홍준표 대표는 27일 경남사천 당원연수회에서 "보편적 복지는 보육비를 부자에게 30만 원 주면 가난한 사람에게도 30만 원 준다, 사회주의적인 복지, 좌파 복지"라며 "한나라당에서 말하는 선택적 복지는 부자한테는 돈을 안 주고 가난한 사람에게는 더 많이 주자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복지 확대는 시대적 흐름, 복지 포퓰리즘 프레임은 안돼"

남 최고위원은 "사회양극화가 심화되고 복지 확대에 대한 국가의 역할이 커지기를 원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복지를 확대하되 국가 장래에 가장 시급한 것은 보편적으로 하고 우선순위에서 뒤에 있는 것은 선택적으로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는 물론 홍준표 대표가 복지로 인한 재정건정성 악화의 사례로 들고 있는 그리스 등 유럽 일부 국가에 대해서도 "복지 때문이 아니라 우파가 집권하면 복지를 대폭 축소하고 좌파가 집권하면 대폭 늘리는 등 냉온탕을 오가다 엄청난 낭비를 한 게 문제였다"며 "어느 쪽이 집권하든 여야가 합의한 큰 틀을 그대로 유지하는 나라들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출산 문제를 사회안전망 확보가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 대거 유입을 통해 해결하려고 했던 나라들은 현재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며 "복지를 늘리면 재정 파탄 부메랑이 돌아온다고 하는데 우리가 저출산 문제 등을 복지를 확충하지 않고 해결하려고 하면 그 부메랑은 다음 세대에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소장 쇄신파 의원들도 당의 유연한 자세를 주문하고 있다.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복지 문제는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를 혼합해야 한다"며 "주택, 의료와 같이 예측불가능하거나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는 분야는 선택적으로, 저출산 고령화 대책에 해당하는 보육, 교육, 노인 대책은 보편적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소득의 누진성을 강화하는 조세개혁과 불요불급예산을 줄이고 복지예산을 늘리는 예산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고 현재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계층인 영세자영업자들과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수 결집하면 이긴다? 그런 선거공학적 주장 설득력 없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략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남 최고위원은 홍준표 대표의 "보수의 상징이 되는 인물을 후보로 내세우겠다"는 구상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 대해서 "대표 생각대로 (선거) 프레임이 짜이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전날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일부 중도층을 끌어들이면 보궐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며 "보수의 상징이 되는 인물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기현 대변인도 "이번 보궐선거는 퍼주기식 무상 포퓰리즘을 배격하고 서민복지, 중산층 복지를 더욱 강화하는 인물을 뽑는 선거"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남 최고위원은 "인물 중심의 선거공학적 접근을 하게 되면 당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며 "주민투표 투표율 25.7%를 모두 한나라당 지지층이라고 상정해 '보수가 결집하면 이긴다'는, 근거 없이 주관적인 선거공학적인 주장은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선을 방불케 하는 중요한 선거에서 중도층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승리한 경우는 역사적으로 찾아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남 최고위원은 또 "복지 포퓰리즘에 대한 심판으로 보궐선거를 치르자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것도 옳지 않은 방향"이라며 "중도성향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당의 노선과 철학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최고위원은 29일 최고위원회의와 30일로 예정된 쇄신파 모임 '새로운 한나라' 회의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적극 개진한다는 계획이다. 남 최고위원은 "이제 논쟁은 피할 수 없다"며 "당장 내일 최고위원회의에서부터 논쟁을 시작해 의원 연찬회 등을 통해 당론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 1박2일간 열리는 의원 연찬회에서도 당내 복지 정책 노선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남경필 #한나라당 #정두언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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