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생존자, 아이린은 피해가지 못했다

미 북동부 강타한 허리케인 아이린... 13개주에서 43명 사망자, 피해복구비 70억 불 예상

등록 2011.09.01 17:55수정 2011.09.0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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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메사추세츠 쉴버른 허리케인 아이린의 영향으로 인한 살인적인 급류

메사추세츠 쉴버른 허리케인 아이린의 영향으로 인한 살인적인 급류 ⓒ CNN 캡쳐


지난 주말에 미 북동부 해안을 할퀴고 간 허리케인 아이린으로 인해 현재까지 12개의 주에서 4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여기에 285만의 시민들이 정전을 겪고 있으며 곳곳에 도로와 제반시설들이 파괴되는 등 그 여파가 큰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사망자는 뉴욕 8명, 뉴저지 7명, 노스캐롤라이나 6명, 펜실베이니아 5명, 버지니아 4명, 벌몬트 3명, 코네티컷 2명, 델라웨어 2명, 메릴랜드 2명, 플로리다 2명, 메사추세츠 1명, 그리고 뉴헴프셔 1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들 중에는 관공서 직원, 구조요원, 외국인 노동자, 나치 유대인 학살 생존자 등이 포함돼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뉴저지주 프린스턴에 사는 응급의료요원인 마이클 켄우드와 그가 속한 구조팀은 홍수에 잠겨 떠내려가는 차를 확인하러 접근했다. 하지만 급류가 위험수위에 달하자 회유 명령을 받고 돌아오던 중 두 명이 실족했으며 한 명은 구조됐으나 켄우드는 결국 구조되지 못했다.

뉴욕주의 스프링 벨리에 사는 50세 데이빗 레이첸버그는 바람에 끊어져 땅에 떨어진 전선으로부터 한 남자와 그의 6살난 아들을 구하다 숨졌다. 레이첸버그는 끊어진 전선 때문에 전기가 흐르게 된 집 울타리로부터 아들과 한 남자를 구할 수 있었으나 전선을 건드리는 바람에 감전으로 인한 화상으로 그자리에서 숨졌다.

마케도니아에서 온 20살 이바나 테세바는 벌몬트주 남부 디어필드 강에서 급류에 익사했다. 테세바는 벌몬트주 도버시의 북쪽에 위치한 스노우 마운틴 스키장 보수작업에 투입돼 시설관리 직원으로 일하는 노동자였다. 수위가 높게 불어난 강물이 그녀와 다른 세 남자들이 타고 있던 차를 덮치자 그 남자들은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테세바는 미처 탈출하지 못했다.

나치 유대인 학살 생존자도 아이린에 사망


러시아 태생이고 나치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 생존자로 알려진, 뉴욕 브룩클린에 사는 올해 82살의 로잘리아 스턴글럭 여사는 급작스럽게 범람한 6피트 이상의 하천 지류가 그녀의 켓스킬스 별장을 덮쳐 익사했다. 스턴글럭 여사와 그녀의 남편은 뉴욕 남부 켓스킬스 마운틴의 작은 마을에서 휴가중이었다. 일요일 아침에 갑작스럽게 불어난 호수에 갇혔고 곧 남편은 가까스로 빠져나올 수 있었으나 스턴글럭 여사는 구조요청에도 불구하고 별장에서 익사했다. 그녀가 살던 브룩클린 유대인사회 지도자인 아이작 에브라함은 "스턴글럭은 히틀러에는 생존했지만 아이린에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뉴욕주에 사는 68세 샤론 스테인씨는 클락스빌의 원스큐타우 강 급류에 휩쓸려 익사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것은 남편과 함께 불어나는 강물을 피해 대피하려고 차에 소지품들을 넣고 있을 때였다. 이웃에 사는 페티 피에트로는 "샤론이 내집에 찾아와 가구를 이층으로 옮기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했으나 내가 거절했다. 만약 그녀에게 도와 달라고 하고 내집에 있게 했다면, 그녀는 지금 살아서 여기 있었을 텐데"하고 눈물을 흘렸다.


벌몬트 루트랜드시 상수처리장 수퍼바이져인 마이클 조셉 가로페노(55)는 급류에 휩쓸려 익사하고 그의 아들 마이클 그레고리 가로페노(24)는 실종됬다. 가로페노 부자는 아이린이 벌몬트주를 강타한 일요일에 시(市) 저수장을 점검하러 갔다가 저수지 물이 갑자기 불어나 변을 당했다. 아버지의 시신은 벌몬트 강에서 발견되었고, 현재 구조대가 아들 시신을 찾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미키타 폭스(23)와 미 뉴욕주의 데닌 스웜프(24)는 그들이 타고 있던 차가 벌몬트주와 캐나다 국경 가까이에 있는 그레이트 체이지 강으로 급락해 모두 익사했다. 한 목격자는 "내가 떠내려가는 차를 보았을때, 후미등이 켜져 있었습니다. 소리를 지르려 했으나 강물 소리가 너무 커서 소용이 없었어요. 그게 내가 본 마지막입니다"라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에이든시에 사는 50살 팀 에이버리는 집 거실에서 TV를 보다가 떨어지는 나무에 깔려 숨졌다. 그의 여동생이 허리케인이 지나간 후 팀과 연락이 되지 않자 그의 집에 달려가 보니 나무에 깔려 숨져있는 팀을 발견했다. 이와 유사하게 버지니아주의 뉴포트 뉴스시의 11살 소년 제이어 로빈슨도 부러지는 나무에 깔려 숨졌다. 지난 토요일 나무 한 그루가 강풍에 부러져 그가 살던 아파트 침실을 덮쳤고 침대 위에 누워 있던 제이어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커넥티컷의 브리스톨시에 사는 46살 쉐인 시이버는 일요일에 그의 친구인 레이 클라이머의 집에서 리모델링 작업을 도와주고 있었다. 강한 태풍이 한풀 꺾이자 두 사람은 카누를 타고 이웃의 홍수 상황을 점검하다 페쿼벅 강의 급류에 휩쓸려 시이버는 숨지고 클라이머는 구조됬다. 클라이머는 "우리는 강으로 들어갈 의도가 전혀 없었어요. 정말 갑작스럽게 일이 일어났습니다. 일단 강물이 우리를 쓸어갔을 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강 급류가 다리 밑까지 카누를 끌고간 후 시이버는 사라졌고 다음날 일요일 밤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클라이머는 "그는 위대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누구를 위해서 어떠한 일이라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나에게는 너무 힘든 시간입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동부, 허리케인으로 바뀔 수 있는 '열대성 폭풍 케티아' 주목

a CNN의 허리케인 아이린 여파 보도 미 동북부 몇 개의 주에서는 아직도 홍수주의보가 발효중에 있다.

CNN의 허리케인 아이린 여파 보도 미 동북부 몇 개의 주에서는 아직도 홍수주의보가 발효중에 있다. ⓒ CNN 캡쳐


사망자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거나 다른 사람을 도우려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다가 변을 당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한편 사망자의 대부분은 당국의 대피 명령이나 비상대응요령에 안일하게 대응하다 변을 당했다.

집중 호우로 인한 급류 및 홍수가 났을 때 특히 강이나 하천 및 지류에서는 사람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물이 급속도로 불어나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당국의 지시에 따라야 하며 일찍 대피하거나 아예 가까이 접근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아이린이 상륙하기 전에 태풍과 홍수 영향권에 들어가는 주들은 충분한 시간을 두어 대피 명령과 대응 요령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이번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은 아무리 뛰고 나는 과학적 기상예보와 조직적인 당국통제가 있어도 개개인의 안전에 관한 의식과 준비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유사한 안전사고 사건이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현재 아이린의 여파로 인해 몇몇 주에서는 여전히 홍수주의보가 발효중이고 한편으론 피해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일요일 뉴저지주의 피해 현장을 방문해 피해 현황을 둘러보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어제 연방 재해구호기금을 풀기 위해 허리케인 아이린을 국가 주요 재난으로 선포했다. 영국의 언론들은 자국의 한 분석회사의 발표를 인용하면서 아이린으로 인한 피해복구에 약 70억 불 가량의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미 연방 재해구호기금은 약 8억 불 가량만이 남아있어 이에 대한 미 연방과 의회의 대책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열대성 폭풍 카티아(Katia)가 대서양에서 그 세력을 강화하며 북서쪽으로 이동 중이고 현지시간 수요일 오후께 허리케인으로 바뀔 수 있다고 미 기상청은 내다보고 있다. 미 기상청은 또 "케티아는 토요일 오후에는 115마일의 강풍을 동반한 3등급 허리케인으로 커질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하지만 케티아가 상륙할지는 아직 판단하기에 이르다"고 덧붙였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우리 속담대로 미 동부는 아직 허리케인으로 발전하지 않은 열대성 폭풍 케티아를 주시하고 있다.
#허리케인 아이린 #사망자 #피해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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