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떠나는 르노 삼성사장 "F1 경주차 탄 기분"

[현장] '본사 영전' 위르띠제 전 사장 "한국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

등록 2011.09.01 21:52수정 2011.09.0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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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장 마리 위르띠제 전 르노삼성 사장(오른쪽)이 1일 오후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송별 기자회견에서 건배사를 하고 있다. 왼쪽에 앉은 이가 프랑수와 프로보 심임 사장.

장 마리 위르띠제 전 르노삼성 사장(오른쪽)이 1일 오후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송별 기자회견에서 건배사를 하고 있다. 왼쪽에 앉은 이가 프랑수와 프로보 심임 사장. ⓒ 김시연


"5년 6개월 내내 포뮬러(Formula) 1 경주차를 타는 기분이었다."

이달 말 프랑스 본사 '영전'을 앞둔 장 마리 위르띠제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이 숨 가빴던 재임 기간을 돌아보며 한 말이다.

'본사 영전' 축하장으로 변한 전임 사장 송별회

르노삼성은 1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프랑수와 프로보 신임 사장 취임 인사를 겸한 송별 기자회견을 열었다. 흔히 신임 사장이 더 부각되기 마련인 여느 이취임 행사와 달리 이날 주인공은 단연 위르띠제 전 사장이었다.

"사장님은 재임기간 르노삼성차의 눈부신 성장을 이끌어왔습니다."

허남식 부산시장 작별 인사를 시작으로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 신정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등 평소 위르띠제 사장과 인연을 맺은 유명 인사들의 영상 편지로 문을 연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2006년 2월 취임 이후 급성장한 르노삼성의 경영 성적표였다. 

"2000년 출범 당시 2천여 명에 불과했던 임직원은 7600명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났고 3천여 대에 머무르던 월 평균 판매대수는 7배 이상 늘어 지난해 월 평균 2만3천여 대를 판매하며 작년에는 27만1479대의 최대 판매 실적을 달성했다. 부산공장 생산능력은 2배 증가해 연간 30여 만 대를 생산할 수 있게 됐고 같은 기간 매출액은 1800억 원에서 5조 2000억 원으로 무려 30배 이상 늘어났다."


위르띠제 전 사장의 '자화자찬'이 아니더라도 한때 일본 닛산에서 수입한 부품을 조립해 국내에만 판매하던 르노삼성은 이제 거꾸로 닛산과 르노에 매달 1만 대 이상 수출하는 완성차 업체로 거듭났다. SM5 하나뿐이었던 완성차 라인업도 SM3, SM7 같은 세단뿐 아니라 SUV 차량인 QM5까지 늘렸다. 아울러 위르띠제 전 사장은 주한 EU상공회의소 회장까지 맡아 '한-EU FTA' 체결이라는 '부수입'도 거뒀다.

생산직 근로자들, 새 노조 결성... '무노조 경영'도 작별


'그림자'도 있다. 르노삼성은 전신인 삼성자동차의 '무노조 경영'을 이어받은 탓에 노조가 제구실을 못했다. 노조 대신 매년 사원대표위원회와 임금-단체협상을 해온 덕에 지난 11년간 '무분규 전통'을 지켜왔지만 지난달 21일 부산공장 생산직 근로자 100여 명이 새 노조를 결성하고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하면서 '위기'에 처했다. 새 노조는 그동안 '무노조 경영' 탓에 경쟁사 대비 열악한 근무 조건을 감수해야 했다며 심각한 노동 강도 개선과 아울러 '제2공장' 증설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위르띠제 전 사장은 "유럽 회사 관점에서 노조 자체가 문제될 건 없고 회사에 노조 있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르노삼성 직원 가운데 극히 일부만 새 노조에 가입해 대부분 직원을 대표한다고는 볼 수 없어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다"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a  1일 위르띠제 르노삼성자동차 사장 송별 행사장 바깥에서 재임 기간 활동 사진이 담긴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맨 오른쪽이 지난해 임단협 조인식 모습.

1일 위르띠제 르노삼성자동차 사장 송별 행사장 바깥에서 재임 기간 활동 사진이 담긴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맨 오른쪽이 지난해 임단협 조인식 모습. ⓒ 김시연


다만 제2공장 증설 요구에 대해서는 "제2공장 설립은 부산 쪽에서도 많이 바라고 있다"면서 "프로보 사장이 하겠지만 생산량이 늘고 라인업이 늘어난다면 시장에서 요구하는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 뭐가 필요한지, 자연스럽게 증산과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또 내년 전기자동차 런칭 계획에 대해서도 "한국시장은 전기차에 가장 훌륭한 시장"이라면서 "내년 전기차 론칭 계획을 갖고 있고 지금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어 아마 르노삼성 전기차를 시장에서 만날 날이 머지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EU FTA로 직원 수 늘어... 한국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

르노 본사에서 새로 맡게 될 역할에 대해 위르띠제 전 사장은 "내 거취는 다음주 금요일까지 엠바고(보도 제한) 상태"라면서 "본사의 큰 본부로 간다는 것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한 EU상의 회장으로서 한-EU FTA 체결 효과에 대해 "FTA 혜택은 명확해서 이미 (주한 EU 기업) 직원 수가 증가하고 있고 한국 기업도 의심할 여지없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르노삼성 기업 공개(IPO)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프로보 신임 사장은 "IPO는 절대 안한다"는 말로 일축했다. 위르띠제 전 사장 역시 "IPO 루머는 들었지만 르노삼성은 르노나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측면에서 중요한 기업"이라면서 "어떤 형태든 자산을 외부에 판매하는 아이디어 자체가 합리적이지 않고 가치가 있으면 회사 안에 가지고 있어야지 돈 받고 팔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7~8천억 원대에 이르는 사내 유보금 용도에 대해 위르띠제 전 사장은 "자동차 업계는 생산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부품 수급 등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 많다"면서 "부채 없이 현금을 충분히 확보해야 연구개발 투자나 신규 제품 론칭, 공장 증설 등을 타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외국계 기업으로서 한국에서 애로를 묻는 질문에는 "F1(포뮬러1) 머신을 모는 기분이었다"면서 "일단 페달을 밟기 시작하면 주위 반응을 보면서 운전하게 되는데 한국에서 일하는 방식은 한국 문화, 정서와 맞물려 굉장히 특수해 문화 차이를 줄이려 노력했다"고 회고했다. 다만 "한국은 기업하기에 좋은 인프라가 구축돼 있고 강한 법적 체제, 안정화된 체계를 갖춰 전반적으로 기업하기 좋은 조건"이라고 밝혔다.

유럽, 특히 프랑스와 달리 '무노조 경영'을 용인하는 한국적 문화 덕에 위르띠제 전 사장은  지난 5년 6개월간 비교적 순탄한 경영을 해왔다. 반면 프로보 신임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새 노조라는 무거운 도전 과제와 맞닥뜨리게 됐다.
#르노삼성 #위르띠제 #한EU FTA #무노조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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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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