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빨간불' 경고, KBS는 정부대책 단순 전달

- 민언련, 9월 1일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브리핑

등록 2011.09.02 18:48수정 2011.09.0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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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가폭등·수출부진, 한국경제 총체적 위기… KBS는 정부대책 홍보

 

한국경제가 총체적 위기 상황이다. 물가는 거세게 치솟고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성장세마저 꺾이고 있다. 9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도 큰 부담이다. 한국경제가 본격적인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저성장)에 진입했다는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3% 상승해 2008년 8월 (5.6%)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월부터 7월까지 연속 4%대 고공행진을 이어오다가 급기야 5%대로 폭등했다. 정부는 물가폭등 원인으로 집중호우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 국제 금값 급등, 전월세값 폭등 등을 내세우며 "계절적, 일시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며 "추석이 지나면 4%대 안팎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부요인'을 탓하는 정부에 대해 '안이하다'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외부요인에 의한 물가변동이 심한 농산물과 석유류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도 계속 오름세로 8월에는 4.0%에 달했다. 추석 이후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정부 주장도 물가 폭등의 본질을 가리는 '통계 착시현상'일 뿐이다.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 대비 상승률로 따지는데 지난해 9월 이른바 '금배추 파동'으로 소비자 물가가 급등해 통계상으로는 정부 예측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실제 서민들의 물가부담까지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의 물가대책이 파국을 맞은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정부가 '고환율 저금리 정책'을 고집하고 여기에 한국은행이 '정부 눈치 보기'로 금리정책에서 실기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성장률에 집착하기보다는 경제 안정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고환율 정책기조 변화 등 실질적인 물가대책 보다는 개별기업들 찍어 누르기, '신MB물가지수' 같은 전시성 대책 내놓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한편 무역수지 흑자도 1년 반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식경제부는 8월 무역수지 흑자폭이 전달보다 55억달러나 급감했다고 밝혔다. 원인은 주력 수출품목인 IT의 부진이 크다. 정부는 무역수지 흑자폭이 줄어든 것이 여름휴가 등 '계절적 요인' 때문이라며 '일반적 경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 등으로 세계경제가 둔화된 상황이어서 향후 수출 전망도 밝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물가와 수출 등에서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경고음이 켜지고 있지만 방송에서 정부 정책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따지는 보도는 찾아볼 수 없다. 특히 KBS는 무역수지가 나빠지고 있다는 점은 보도하지 않고 물가 급등 소식만 전했는데, 그나마도 정부의 해명과 대책 등 정부대책 홍보에 치중했다.

 

MBC와 SBS는 물가와 무역수지 등의 문제를 전하며 한국경제에 대한 우려를 보도하긴 했지만, 상황 전달에 그쳤다. 

 

<5.3%↑ 3년 만에 '최고'>(KBS, 최대수)

<전통시장이 더 싸요>(KBS, 정정훈)

 

KBS는 물가 급등의 원인을 따지기보다는 정부의 해명과 대책을 전하는 데 앞장섰다. 무역수지가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은 보도하지 않았다.

 

<5.3%↑ 3년 만에 '최고'>(최대수 기자)는 "7달 연속 4%를 넘은 물가가 지난 달엔 5.3%나 올랐다. 3년 만에 최고치"라고 상황을 전한 뒤, "물가 불안에 경제수장도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며 "추석명절을 앞두고 서민 생계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는 발언을 전했다. 이어 "날씨가 좋아지고 유가 급등세가 주춤해지고 있어 이달부터 물가가 3%대로 안정될 것", "물가를 잡기 위해 추석 전 배추, 무의 계약재배 물량을 집중 공급하고 무관세로 운용하는 할당관세도 연장할 방침"이라는 정부 대책을 단순 전달했다. 물가 폭등의 원인과 정부 대책 등은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다.

 

바로 이어진 <전통시장이 더 싸요>(정정훈 기자)는 대형마트보다 전통시장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소개했다. 정부 물가대책은 따지지 않고 물가가 높으니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곳을 이용하라고 소개하는 데 그쳤다.

 

<뉴스플러스/ 경제지표 전반에 빨간불>(MBC, 서민수, 노경진, 고은상, 한동수)

 

MBC는 한국경제의 위기상황을 전반적으로 다뤘지만, 상황 나열에 그쳤다. 정부 정책 분석은 하지 않은 채, '위기는 곧 기회'라며 "기초체력을 다지라"는 주장을 폈다.

 

<뉴스플러스/경제지표 전반에 빨간불>(서민수, 노경진, 고은상, 한동수 기자)은 "국민의 생활 형편이 나아지려면 경제 성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물가가 안정되어야 한다"며 "보통 물가 상승률이 연간 4%를 넘으면, 불안하다고 보는데 올 들어 매달 4%를 넘다가 지난달엔 5% 벽마저 훌쩍 넘었다"며 최근 물가폭등 상황을 전했다. 이어 급속도로 늘고 있는 가계빚 상황을 전하고, 세계경기 침체로 수출 전망도 밝지 않다고 자세하게 보도했다.

 

하지만 보도는 물가와 가계빚, 수출 문제 등의 상황 나열에 그쳤다. 정작 이런 경제 전반의 위기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고 있는지, 이런 대책이 위기 타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등은 따지지 않았다. 대신 "선진국의 위기는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시장을 넓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현대기아차의 '공격적 마케팅'을 소개하며 "세계경제가 10년 이상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만큼, 정부와 기업, 가계 모두 장거리를 뛸 수 있는 기초체력을 다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했을 뿐이다. 

 

<물가 5.3%↑ 3년만에 최고치>(SBS, 하대석)

<무역수지 간신히 적자 모면>(SBS, 권애리)

 

SBS도 물가와 수출에서 적신호가 켜졌다고 보도하긴 했지만, 정부 대책이나 그동안의 정책적 문제 등을 면밀하게 따지지 않았다.

 

<물가 5.3%↑ 3년만에 최고치>(하대석 기자)는 "치솟던 물가가 결국 월간 상승률 5%대를 뚫었다", "무역수지에도 빨간불이 켜져서 향후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는 앵커멘트로 시작했다. 보도는 "보름 전 정부는 15개 추석 성수품 가격을 잡겠다고 공언했지만, 배추와 계란 등 주요 품목 대부분이 크게 올랐다"며 '정부가 말은 빠르지만 현실에 와 닿는 것은 느리다'고 비판하는 시민 인터뷰를 실었다. 이어 "정부는 올해 물가 억제목표 4%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다음 달부터 3%선에서 물가를 묶지 않는 한 목표치 달성은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무역수지 간신히 적자 모면>(권애리 기자)은 무역수지가 흑자였지만 47억달러 적자였다가 "막판에 가까스로 8억 달러 흑자로 돌아섰다"며 "무역수지마저도 이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앵커멘트로 시작했다. 이어 기자가 무역수지 상황 등을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2011.09.02 18:48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가계빚 #물가 #무역수지 #스테그플레이션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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