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 인형 상여를 장식하는 꼭두 인형
유경
사람이 살고 있는 주택을 그대로 개조해서 만든 박물관 답게 화장실이었던 곳에도, 드레스룸이었던 곳에도 각각의 전시 주제를 가진 작품들과 수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2층에는 주로 용과 봉황, 학 같은 '날 것'들이 전시되어 있다.
쉼박물관의 또다른 특징은 우리 옛 것만을 전시하고 있지 않다는 점. 현대미술 작품들이 옛 것과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조화를 이루고 있고, 다른 나라 작가의 작품들 또한 본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우리 것들과 사이좋게 자리하고 있다.
관람을 마치고 우연히 박물관의 설립자, 쉼박물관 박기옥 고문과 마주쳤다. 넓은 잔디 마당에 널어 말리고 있는 고추 꼭지를 따러 나가던 길이었다면서, 귀찮은 기색 없이 마당 한 켠 기념품 가게를 겸함 자그마한 찻집으로 안내한다.
"남편 사별 전에는 아이들 기르느라 바쁘기도 했고 양가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죽음에 대해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었다"며, "남편 사별로 인해 비로소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는 고백(?)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그는 고요하고 고운 모습으로 떠난 남편을 보면서 "죽음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기 좋은 산자락에 눕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76년 살아온 인생, 상여박물관이라 일컬어지는 쉼박물관 설립자로서 죽음에 대해 한 마디로 표현해 달라고 하니, 즉답을 내놓는다.
"죽음이란 진정 쉬는 것!"그러면서 덧붙인다. "죽음이란 피할 수 없는 삶의 과정이고 순리이기에, 삶의 마지막에 나 또한 억지로 생명을 연장하는 일 없이 자연스럽게 순응하게 되기를 바란다."
45년을 해로한 남편, 사남매를 기르며 더없이 가정적이었던 남편,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으로 삶 전체가 휘청였지만 박기옥 고문은 주저앉아 있지 않았다. 함께 살아온 집을 박물관으로 만들어 여러 사람들이 쉬었다 가고,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나눌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자신은 그 공간에서 남편과 함께했던 시간을 이어 일상을 살아간다. 쉼박물관이 삶과 동떨어져있는 박물관이 아닌 살아 숨쉬는 박물관인 이유이다.
맑은 가을 햇볕 아래 마당에 널어놓은 고추가 유난히 빨갛다. 갑작스런 만남이었기에 긴 시간을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박기옥 고문의 말은 박물관을 나선 다음에도 오래 귓가에 머물렀다.
"삶은 지나가는 여정, 인생은 풀잎 위의 이슬 같은 것, 그러니 겸허히 받아들일 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