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 풀어놓은 49가지 이야기 보따리

[서평] 이야기꾼 스님의 유쾌 발랄한 영혼치유서 <스님의 흰죽가게>

등록 2011.09.10 14:54수정 2011.09.1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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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으로 가는 길에 이야기보따리 하나를 더 챙겨 갑니다. 챙겨 가는 이야기보따리는 <스님의 흰죽 가게>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중국최고의 이야기꾼 스제천 스님의 유쾌 발랄한 영혼치유서입니다.

<스님의 흰죽가게>는 12살에 천명사라고 하는 절로 출가를 한 1985년생 스제천 스님이 2007년 7월부터 불로그 '스제천의 흰죽 가게'에 올린 글을 이경민이 옮기고 <모벤스>에서 출간한 책입니다.


'흰죽가게'라는 간판이 달려있지만 막상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별의 별 죽이 다 진열되어 있는 '죽 백화점'처럼 <스님의 흰죽 가게>도 흰죽처럼 밋밋한 이야기만 실려 있는 게 아니라 무려 49가지나 되는 이야기가 골고루 실려 있습니다.

49가지 재료로 49가지 맛을 내는 49가지 이야기

a  <스님의 흰죽가게> / 스제천 지음·이경민 옮긴 / 펴낸곳· 모벤스 / 2011. 08. 16 / 13,000원

<스님의 흰죽가게> / 스제천 지음·이경민 옮긴 / 펴낸곳· 모벤스 / 2011. 08. 16 / 13,000원 ⓒ 모벤스

흰죽처럼 담백한 이야기, 깨죽처럼 고소한 이야기, 호박죽이나 팥죽처럼 달콤한 이야기, 닭죽이나 전복죽처럼 영양가가 듬뿍한 이야기, 강냉이 죽처럼 조금은 껄끄러운 이야기….

입에 넣기만 하면 목구멍으로 술술 넘어가는 죽들처럼 술술 넘길 수 있는 깨우침의 글이며 지혜의 내용입니다.

<스님의 흰죽 가게>에서 맛 볼 수 있는 이야기 죽은 '관용, 후회, 충동, 좌절, 거짓, 본질, 운명, 행복, 고결, 비움, 공포, 소유, 끈기, 혜안, 탐욕, 경계, 가치, 득실, 지혜, 욕망, 시간, 믿음, 본성, 묘오, 기억, 수확, 효행, 희망, 경고, 헛됨, 유혹, 신뢰, 재앙, 평범, 총명, 시기, 무상, 마음, 결단, 사기, 구원, 노력, 잘못, 조화, 선택, 분별, 소유, 굴욕, 인과' 등 무려 49가지 재료로 하여 조리한 이야기 죽입니다.


49가지의 맛과 49가지의 깨우침, 49가지의 지혜가 죽 그릇 마다 수북하게 담겨 있습니다.  

a  <스님의 흰죽 가게>에는 49가지 재료로 조리 해 49가지 맛을 내는 49가지 이야기 죽이 실렸습니다.

<스님의 흰죽 가게>에는 49가지 재료로 조리 해 49가지 맛을 내는 49가지 이야기 죽이 실렸습니다. ⓒ 모벤스

사람은 누구나 혼자입니다.
태어나는 것도, 죽는 것도
누구와 함께 살더라도
결국은 혼자입니다.
아무도 끝까지 나를 따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부모도 어릴 때뿐이고,
자식 역시 어릴 때뿐입니다.
연인을 떠나보내도 외롭지만
부부로 함께 살아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외로움이 싫어, 무서워,
친구를 찾아 헤매고,
연인을 찾아 헤매고
우리의 전 생애를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칩니다.
그래서 지금, 외롭지 않은가요?
이제 더는 외롭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나요?

사람은 누구나 외롭습니다.
외로움에서 벗어나려 하기보다는
외로움을 견디는 법,
외로움을 즐기는 법,
나를 외로움의 한가운데에 던져놓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스님의 흰죽 가게 311쪽-

<스님이 흰죽 가게>에서 주인장이 열일곱 번째 '주인장 특제 레시피' 식후 박하사탕으로  내놓은 '외로움'입니다.

<스님의 흰죽 가게>에서는 죽만 내놓는 게 아니라 간을 맞출 수 있는 간장처럼 짭조름하고, 깨소금처럼 고소한 덧말이 밑반찬처럼 들어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죽 맛을 더 깊고, 더 풍부하게 음미 할 수 있도록 식후 박하사탕 같은 '주인장의 특제 레시피'도 18 그릇(가지)나 들어가 있습니다.

연민이 있어 회색빛 승복을 서럽다고 했을까?

'손님의 말', 죽 가게의 안대문처럼 자리하고 있는 '나는 오늘도 흰죽 먹으러 간다'에서 Writing 디자이너인 박경민은 '서러운 회색빛 승복'이라고 했습니다. 회색빛 승복을 왜 서럽다고 했는지 궁금해집니다.

막연하게나마 회색빛 승복에 어떤 연민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런 연민 없이 디자인하고 먹으러 간 흰죽이었다면 좀 더 깊고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생깁니다.

눈과 입으로 맛볼 수 있는 49가지 죽, 마음으로 새기면 깨달음과 지혜의 자양분이 될 49가지의 이야기가 담긴 이야기보따리, <스님의 흰죽 가게>를 챙겨 귀성길에 오르렵니다.  

덧붙이는 글 | <스님의 흰죽 가게> / 스제천 지음·이경민 옮긴 / 펴낸곳· 모벤스 / 2011. 08. 16 / 13,000원


덧붙이는 글 <스님의 흰죽 가게> / 스제천 지음·이경민 옮긴 / 펴낸곳· 모벤스 / 2011. 08. 16 / 13,000원

스님의 흰죽 가게 - 중국 최고의 이야기꾼 스제천 스님의 유쾌발랄한 영혼 치유서

스제천 지음, 이경민 옮김,
모벤스, 2011


#스님의 흰죽 가게 #스제천 #이경민 #모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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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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