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금년 추석에도 여섯 곳의 동네 약국들은 문을 곡꼭 닫았다.
한 곳만이라도 문을 열었으면 했는데...
김학섭
추석 명절을 쉰 후 아들 내외를 집으로 보내고 아내가 감기 몸살이 났으니 어서 약국에 가서 약을 지어 오란다. 추석 음식 준비하느라 몸에 무리가 간 모양이었다. 단골 약국에 갔더니 문이 꼭꼭 닫혀 있다. 주변 약국 여섯 곳 모두 문을 열지 않았다. 그들도 최대명절인 추석을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야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걸어서 삼 십 여분 헤맨 끝에 겨우 문이 열려 있는 약국을 발견했다. 명절 때문에 거리는 텅텅 비어 있어 물어 볼 곳도 없었다. 약국에 들어갔더니 예쁜 젊은 약사가 컴퓨터를 뒤지고 있다가 반색을 한다. 추석 때 쉬지 못하고 수고한다고 인사를 건넸더니 무척 반가워한다. 약을 지어가지고 나오면서 잠시 약국을 원망했던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다.
얼마 전 마트에서도 감기 몸살 약을 구할 수 있을 거라는 소식에 좋아한 적이 있었다. 아내도 나도 감기 몸살을 몸에 달고 사는 처지라 그러지 않으면 병원에서 살아야 할 형편이다. 웬만한 병원에는 환자들이 많아 기다리는 시간이 불편하여 우리 내외는 감기 몸살 정도는 약국에서 약을 지어 먹고 지내는 형편이다.
평소 동네 마트에서도 감기약 정도는 구입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법이 만들어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금년 추석에도 예외 없이 아내에게 감기 몸살이 찾아와 기대를 하고 마트에 갔더니 소화제뿐이란다. 언제쯤 가정상비약 정도는 동네 마트에서 살 수 있을지 궁금하다.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며느리와 함께 음식을 장만 하라고 사정해도 아내는 말을 듣지 않았다. 해마다 그런 문제로 아내와 자주 다투는 편이다. 아내는 명절 때면 힘든 일은 혼자서 다 하고 며느리 할 일은 전을 붙이는 정도만 남겨 둔다. 아들 내외는 명절 전 날 와서 아내가 남긴 전을 겨우 붙이는 것이 고작이었다. 아내는 그 일마저 안쓰럽다는 듯 가로 채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