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가 아닌 시어머니?

명절 음식 혼자서만 하려는 아내...며느리랑 같이 준비하면 안될까?

등록 2011.09.13 17:21수정 2011.09.1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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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날  금년 추석에도 여섯 곳의 동네 약국들은 문을 곡꼭 닫았다. 
한 곳만이라도 문을 열었으면 했는데...
추석날 금년 추석에도 여섯 곳의 동네 약국들은 문을 곡꼭 닫았다. 한 곳만이라도 문을 열었으면 했는데...김학섭

추석 명절을 쉰 후 아들 내외를 집으로 보내고 아내가 감기 몸살이 났으니 어서 약국에 가서 약을 지어 오란다. 추석 음식 준비하느라 몸에 무리가 간 모양이었다. 단골 약국에 갔더니 문이 꼭꼭 닫혀 있다. 주변 약국 여섯 곳 모두 문을 열지 않았다. 그들도 최대명절인 추석을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야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걸어서 삼 십 여분 헤맨 끝에 겨우 문이 열려 있는 약국을 발견했다. 명절 때문에 거리는 텅텅 비어 있어 물어 볼 곳도 없었다. 약국에 들어갔더니 예쁜 젊은 약사가 컴퓨터를 뒤지고 있다가 반색을 한다. 추석 때 쉬지 못하고 수고한다고 인사를 건넸더니 무척 반가워한다. 약을 지어가지고 나오면서 잠시 약국을 원망했던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다. 

얼마 전 마트에서도 감기 몸살 약을 구할 수 있을 거라는 소식에 좋아한 적이 있었다. 아내도 나도 감기 몸살을 몸에 달고 사는 처지라 그러지 않으면 병원에서 살아야 할 형편이다. 웬만한 병원에는 환자들이 많아 기다리는 시간이 불편하여 우리 내외는 감기 몸살 정도는 약국에서 약을 지어 먹고 지내는 형편이다.

평소 동네 마트에서도 감기약 정도는 구입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법이 만들어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금년 추석에도 예외 없이 아내에게 감기 몸살이 찾아와 기대를 하고 마트에 갔더니 소화제뿐이란다. 언제쯤 가정상비약 정도는 동네 마트에서 살 수 있을지 궁금하다.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며느리와 함께 음식을 장만 하라고 사정해도 아내는 말을 듣지 않았다. 해마다 그런 문제로 아내와 자주 다투는 편이다. 아내는 명절 때면 힘든 일은 혼자서 다 하고 며느리 할 일은 전을 붙이는 정도만 남겨 둔다. 아들 내외는 명절 전 날 와서 아내가 남긴 전을 겨우 붙이는 것이 고작이었다. 아내는 그 일마저 안쓰럽다는 듯 가로 채고 만다.  

추석날  아내는 전 만드는 일만 며느리에게 시키고 본인은 힘든 일만 
골라서 한다. 며느리 사랑 때문인가 보다. 그러고는 며칠 동안 
감기 몸살로 힘이 들어한다.
추석날 아내는 전 만드는 일만 며느리에게 시키고 본인은 힘든 일만 골라서 한다. 며느리 사랑 때문인가 보다. 그러고는 며칠 동안 감기 몸살로 힘이 들어한다. 김학섭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가 한다는데 요즘은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더 사랑하는 모양이다. 외아들이니 며느리도 귀하게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올바른 가문의 전통 음식을 며느리에게 전수하기 위해서라도 음식 장만은 며느리와 함께 하라고 간청해도 죽으면 저희들이 다 알아서 할 일인데 뭐가 걱정이냐며 끝끝내 혼자서 한다. 


아들 내외는 할 일이 없으니 티브이나 보고 시간을 보내다가 다음날 아침 차례만 지내고 먹을 것만 가지고 돌아가 버린다. 아들 내외가 떠나간 후에는 고스란히 그 후환이 남편에게 돌아온다. 아내는 감기 몸살이 걸렸다며 어서 약국에 가서 약을 지어오라며 성화를 부린다. 나는 해마다 왜 생고생을 사서 하느냐고 나무라지만 소용이 없다.  

명절 후에는 부부 싸움이 잦아 이혼 건수가 많이 늘어난다고 한다. 왜 시어머니들이 며느리들을 소중하게 대접하는지 짐작이 갔다. 하지만 시어머니가 한가정의 법도를 가르치는 것을 소홀하게 한다면 앞으로 가족 간에 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된다. 하기야 인터넷으로 제사상을 차리는 세상이니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아내에게 내년 추석에는 며느리와 함께 제사상을 준비하라고 당부하지만 그래야지요. 하고 아내는 얼굴에 비죽 웃음을 담는다. 나는 안다. 내년에도 금년과 똑같이 힘든 음식은 아내가 다 준비하고 힘들지 않는 것만 남겨 두었다가 며느리에게 시키리라는 것을, 내년에도 아들 내외가 돌아간 후 감기 몸살 약을 지어오라고 내게 성화를 부릴 할 것을 알고 있다.

제발 내년에는 힘든 일을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함께 했으면 좋겠고 하루빨리 감기 몸살 약 정도는 거리를 헤매지 않고 동네 마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추석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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