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캐나다 양국 대표 트레일의 자매결연을 축하하는 간단한 공연.
문창균
삼삼오오 짝을 지어 점심을 먹는 와중에, 천막 아래에서 기타와 북 소리가 들려온다. 양국 대표 트레일의 자매결연을 축하하는 간단한 공연이다. 수염을 기른 늙은 기타리스트가 연주하며 노래를 부른다. 제주올레 스카프를 목에 두른 건장한 중년 남자가 북을 두드린다. 서명숙 이사장이 음악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춘다.
돌아오는 길. 반환점 가까운 곳에 걷기 힘겨워 하는 이들을 위해 출발 지점까지 가는 자동차가 준비되어 있다. 돌아가는 과정 또한 출발할 때와 똑같다. 모든 것이 번잡스럽지 않게, 조용 조용 진행된다. 사다리를 통해 담장을 넘어야 하는 등 어린이나 노약자에게는 다소 어려운 코스였으나, 주최 측은 섬세하게 고려하고 배려했다. 단 한 명의 낙오자나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브루스트레일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걷게 되었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키작은 백인 여성이었다. 그녀는 내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멤버십을 가지고 있니?" 나는 "없다"고 했다. 브루스트레일에서 걷기 시작한 지 두 달째인 나는 멤버십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다. 그 여성은 간단하지만 단호하게 설명했다. ▲브루스트레일은 1만 명에 육박하는 회원들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1년에 50달러씩 내는 회비가 트레일을 운영하고 보존하는 데 큰 보탬이 된다 ▲회원의 숫자와 관심은 브루스트레일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등등.
나는 브루스트레일을 온타리오 주정부나 캐나다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줄 알았다. 듣고 보니, 순전히 민간 차원에서 운영하는 길이다. 처음 만난 사람이, 함께 걷는 옆 사람에게 멤버십 운운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실례가 되는 말일 수 있겠다. 그러나 내가 회원이자 자원봉사 활동가로서 트레일을 운영·보존하는 데 관여하고 있다면 나도 그녀처럼 적극적으로 권유했을 것이다. 다름아닌 내가 주인이니까. "길 좋지요? 아름다운 길 계속 즐기시려면 멤버십 사세요"라면서….
나는 그 여성에게 오늘 집에 가서 가입하겠다고 말했고, 그날 밤 약속을 지켰다. 알고 보니 브루스트레일을 아무 생각없이 걸으며 즐긴 것이 이상하고 미안할 지경이다. 브루스트레일에 제주올레까지 생겨났는데 회원 가입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