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외통위 위원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하려 하자, 민주당 김동철 간사와 최재성 의원,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남 위원장을 둘러싸고 직권상정을 저지하고 있다.
유성호
[기사 보강 : 16일 오후 6시 50분] 16일 오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외통위)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한나라당에 의해 기습 상정됐다.
이날 오후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에도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외통위에 직권 상정했다. 상임위 상정은 의사봉이 없이 구두로 가능한 탓에 기습상정이 가능했다. 이 과정에서 남경필 위원장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과 야당 의원들 간에 설전이 이어졌다.
남경필 위원장의 기습 상정... 야당 의원들 "한미정상회담 탓 상정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에서는 지난 1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합의한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시기를 두고 논란이 거셌다.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미국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객관적으로 명확해지는 시점에 여야 간사 합의를 거쳐 상정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외통위 상정 시점이 됐다"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미국 의회에 한미FTA 이행법안이 제출된 후 우리도 상정하자"는 민주당 의원들의 설전이 이어졌다
.오후 4시 40분께 남경필 위원장이 "의원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었다, 정부 입장을 듣고 처리하겠다"고 밝힌 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에서는 한미FTA 이행법안 처리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답변하자, 야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김동철·최재성·김선동 의원 등 외통위원뿐만 아니라, 참관하고 있던 다른 상임위 소속의 유선호·김영록·이정희·강기갑·홍희덕·권영길·곽정숙 의원도 남경필 위원장에게 한미FTA 비준동의안 상정 중단을 요구했다.
남경필 위원장은 이들 의원에게 "회의 진행 방해하는 게 민주주의냐"라고 항의하자, 김영록 민주당 의원은 "숫자로 밀어붙이는 게 민주주의냐"고 맞받았다. 남경필 위원장은 국정감사 증인 채택의 건 등 다른 안건을 먼저 처리하겠다며 의원들을 자리로 돌려보낸 뒤, 갑작스럽게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한다"고 선언했다.
강기갑 의원이 "쌀 문제로 재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상정할 수 있느냐,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에 갈 때마다 선물 보따리를 가져가느냐"며 거세게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한나라당 의원은 웃으며 연신 "잘했어"를 외쳤다.
김동철 의원이 "미 의회에 한미FTA 이행법안이 제출되거나 (백악관과 민주당이 한미FTA 이행법안 제출 전제조건으로 내건) 무역조정지원제도(TAA)가 처리될 때까지 외통위에서 한미FTA 비준동의안에 대해 심의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 달라"고 했고, 남경필 위원장이 "그렇게 하겠다"고 답한 후 외통위는 마무리됐다.
이정희 의원은 한미FTA 비준동의안 상정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10월 13일 한미정상회담 전에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하고 처리 절차 밟아야겠다는 강박 관념 때문에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국회 임무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매국 행위에 대해 파헤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민주당의 상원 원내대표 말 한마디에 우왕좌왕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