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위키리크스의 내용이 아니다

[서평] '사림'의 실체를 집중적으로 조명한 <조선 지식인의 위선>

등록 2011.09.17 13:49수정 2011.09.1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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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는 중국의 황제를 자신의 임금이라고 높이고 자신을 신하로 칭함으로써, 조선의 자주성을 스스로 포기했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 주자학의 세계에서는 천명을 받은 황제에게 복종하는 것이 도리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조선을 스스로 온전한 나라이기를 포기했다. 그런 나라가 백성에게 충성심을 바라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 조선 지식인의 위선 298쪽

 

위키리크스에서 공개한 내용이 아닙니다. 김연수 지음, 도서출판 앨피에서 펴낸 <조선 지식인의 위선> 내용 중 일부입니다. 조선왕국 14대 임금인 선조와 시대의 주류였던 사림들이야 말로 뼛속까지 친중을 넘어선 중국의 신하임을 자처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뼛속까지 친미인 이명박 대통령

 

그로부터 400여 년의 세월이 흐름 작금에 "이명박 대통령은 뼛속까지 친미·친일이니 그의 시각에 대해선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발언이 위키리크스를 통하여 공개되었다는 것은 시대적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도서출판 앨피
ⓒ 도서출판 앨피

농담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의 소는 미국산 사료를 먹기 때문에 한국 쇠고기는 진짜 한국산이 아니며, 따라서 한국 쇠고기를 살리자고 주장하는 것은 이미 물 건너간 것"이라고 했다는 내용도 공개되었습니다.

 

미국사료를 먹기 때문에 진짜 한국소가 아니라는 사관과 가치의 소유자라면 미국에서 생산되는 뭔가를 섭치하고, 미국을 바탕으로 한 학문이나 기술의 결과 등을 접하며 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니 뼛속까지 친미나 친일이 되는 건 어쩜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충과 의를 가장한 지식인들의 위선

 

<조선 지식인의 위선>은 조선 왕국의 주류였으며 정치권력의 한 축이었던 사림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해부한 우리 역사의 자화상입니다. 조선 왕국의 창업에서부터 선조시대까지 사림들의 역할, 지식을 가장한 권력투쟁과 음흉한 이합집산을 <실록> 등을 전거로 하여 조명하고 확인한 내용입니다.

 

시대의 지식인이었었고, 시대의 주류세력이었던 사림들을 주제로 한 장편의 실록이며 사극입니다. '정치'라는 단어에 수반될 수 있는 권모술수와 작태, 이전투구와 이합집산이야 말로 지식을 가장한 사림들의 위선이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충과 의를 가장한 지식인들의 처절한 위선이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신진 사림은 스스로 중국의 화이론華夷論을 받아들여서 조선의 문화적·사상적·자주성·주체성을 부정해 버렸다. 그들의 사상은 조선을 중국에 종속시키는 퇴영적 사대주의로 변화해 갔다. - 조선 지식인의 위선 296쪽-

 

조선을 이끌던 왕과 선비들은 자신들이 불러들인 처절한 참사에 대하여 끝내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나라를 무너뜨린 선조의 치세를 목릉성세라 하여 미화했다. -조선 지식인의 위선 318-

 

400여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흘렀지만 선조시대의 상황을 설명한 내용의 위 글에서  글자 몇 개와 시제만 바꾸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 됩니다.

 

작금의 정치 세력들은 스스로 미국의 세계화론을 받아들여서 한국의 문화적·사상적·자주성·주체성을 부정해 버릴 것입니다. 그들의 사상은 한국을 미국에 종속시키는 퇴영적 사대주의로 변화해 가고 있습니다. 한국을 이끌던 대통령과 정치지도자들은 자신들이 불러들인 처절한 참사에 대하여 끝내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나라를 무너뜨린 정치지도자들의 치세를 목릉성세라 하여 미화할 것입니다.

 

작금의 정치·사회적 지도자들을 향한 일침

 

저자는 조선시대 사림들의 역할과 기만적인 정치행태에 빗대어 작금의 정치상황과 정치지도자들의 사관을 꾸짖기라도 하려는 듯 정곡을 찌르듯 지적하고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시대의 정치행태를 직관 할 수 있는 역사적 거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역사는 일대의 장전이요 만세의 귀감으로서 천서天叙와 천질天秩의 의거하는 바요 민심과 사론이 관계되는 것이니, 나라가 있어도 역사가 없으면 나라가 아니요 역사가 있어도 공정치 못하면 역사가 아닙니다. -조선 지식인의 위선 318-

 

행간에서 읽을 수 있는 저자는 지나간 시대 정치·사회적 지도자들의 위선만을 파헤치고자 지적한 것이 아닙니다. 현실정치에 몸담고 있는 유력정치인들과 사회지도층들이 역사적 우를 범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시하는 시대적 거울이며 타산지석에 소요 될 하나의 부싯돌입니다.

 

위키리스가 아니더라도 먼 후일 이렇게 노출되고 기록될 수도 있음을 경고하는 반면교사의 솔선입니다. 저 위, 최고의 통치권자를 위시한 모든 정치·사회적 지도자들이 스스로의 위선을 가늠해 보는 평형의 저울추가 <조선 지식이의 위선>에 들어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조선 지식인의 위선> / 지은이 김연수 / 펴낸곳 도서출판 앨피 / 2011년 9월 2일 / 1만5000원

조선지식인의 위선

김연수 지음,
앨피, 2011


#사림 #김연수 #앨피 #조선 지식인의 위선 #조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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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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