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마를 놓고 고심을 거듭 해왔는데 출마를 결심한 계기는 뭔가.
"당이 변화하라는 민심을 수용하지 못한 채로 한마디로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러는 와중에 갑자기 토네이도처럼 '안철수 바람'이 터지고 박원순 변호사가 등장하니까 당 지도부가 당황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서울 시민들이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 한나라당의 반복지를 심판했으면 민주당은 과감하게 민심이 요구하는 후보를 내보내면 되는데 멈칫하다가 당의 존재감 상실 위기가 왔다.
사실 저는 민주당이 아니었으면 판사직 버리고 정치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 인생을 바꾸면서까지 선택했던 민주당이고 시작했던 정치인데 그런 상황이 도저히 용납되지 않았다. 또 국회의원 임기 첫 6년 동안 서울시정에 대해 따끔하게 질책하는 당시 내무위원회, 행정자치위원회를 했기 때문에 서울시정을 맡을 기회가 온다면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서울시의회에서 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서울시정은 중앙 정치 중심의 당리당략을 벗어나서 실제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중앙정치에 대한 혐오감, 불신감을 넘어서서 서울시민들의 마음에 가장 깊숙히 다가가는 상징적 장소가 민의를 수렴하는 서울시의회라고 생각했다."
- 18일 첫 합동연설회에서 '그동안 벌판에 혼자 서있는 줄 알았다, 많이 외로웠다'고 했는데.
"작년 1월 노조법이 통과된 후 당에서도 징계당하고 당내 오해도 불식시키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고 노조법의 성과가 나타나면 이해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기다렸다. 그래서 외로웠다. 당과 충분히 상의하지 못한 것은 송구하지만 그렇지만 눈치보느라고 (당시 환경노동위원장으로서) 의사봉을 놔버리면 노조 전임자들 월급 못 받는 일 생기고 근로자들이 다쳤을 것이다. 중재안 내서 노조 전임자도 살려내고 복수노조도 하게 했다. 50년 동안 박정희 대통령이 노조 설립을 함부로 못하게 금지시켜 놓았던 것을 '추미애 노조법'으로 삼성에도 복수노조가 가능하게 됐다.
그리고 열린우리당에 따라가지 않고 민주당에 남은 것을 두고 지역주의자로 몰리거나,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 잘했다고 주장한 것처럼 여겨졌는데 변명하지 않았다. 어차피 분열의 상처였고 서로가 상처를 주고 받았다. 그런 마음속 이야기를 한 번도 풀어내지 못 해서 외로웠다."
"맏며느리 민주당이 그릇 깨뜨린 것만 봐서는 안돼"
-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박원순 변호사와 민주당 후보들간 지지율 격차가 크다.
"비유하자면 맏며느리와 방금 시집 온 막내며느리의 역할 차이 때문이다. 맏며느리는 집안 제사도 지내고 식구들 밥도 챙겨줘야한다. 큰 일을 많이 하다보면 그릇도 깨질 수 있고 바가지가 좀 샐 수도 있다. 그래서 야단을 맞는 경우도 생긴다. 그런데 금방 시집 온 막내 며느리는 예쁘게 화장하고 가끔 시부모께 용돈까지 드리면 칭찬만 받는다. 책임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박 변호사 지지율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맏며느리가 그릇 깨뜨린 것만 봐서는 안된다. 막내 며느리도 똑같은 책임을 맡겨 놓으면 그릇 깨뜨릴 수 있다. 박 변호사가 정당 안으로 들어오지 않겠다는 건 이런 상황을 알기 때문 아닌가.
- 첫 합동연설회에서 '박원순 변호사가 떠나면 희망제작소의 소는 누가 키우나'라고 했다. 박 변호사의 정치참여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정당은 민주주의와 정치의 기본이다. 선거라는 정치를 탐하면서 정당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당을 통해 비전을 제시하고 약속하고 책임져야 한다. 못하면 심판받는 것이다. 외곽에서 정당을 때리기만 하고 반짝 인기로 공직자가 선출된다면 차라리 정당을 없애고 여론조사로 뽑는 게 낫다. 박 변호사를 지지하는 여론이 높은 것은 기존의 정당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지 정당을 뿌리 채 와해시키자는 의미는 아니다."
- 하지만 여론조사대로라면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못할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민주당의 위기 원인은 뭐라고 보나.
"변화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보수당은 변화를 하지 않아도 일정한 핵심 지지층이 있다. 오히려 변화하려고 하면 표가 빠져나간다. 그런데 민주당을 포함해 범개혁진영은 늘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고 변화에 둔감하면 매를 세게 맞는다. 팔자가 그렇다. 자전거처럼 변화를 멈추면 넘어지게 돼있다. 그래서 안철수·박원순 효과에 민주당이 받는 타격이 더 크다. 민주당이 변화하라는 요구를 수용하고 그 변화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 중요하다. 저는 그동안 그런 변화에 한 번도 몸을 사려본 적이 없다."
- 합동연설회에서 '60년 역사를 지닌 뿌리깊은 정통 민주정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바깥에서 꿔온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당 내에서도 '민주당 후보를 내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듯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우선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로 민주당 후보를 선출하고 이후 정책 토론회 등을 통해 '민주당의 약속'이 뭔지 서울시민들에게 알릴 기회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했는데도 우리 힘이 부족하다, 단일 후보를 내야한다고 당원들이 요구하고 동의하면 단일화해야 한다. 하지만 박원순 변호사가 제3지대 후보를 고수하고 민주당을 흔든다면 당원들이 가만 있겠나. 당원들이 서울시장 후보자리를 갖다 바치라고 우리당 후보를 뽑는 게 아니다. 후보단일화가 무조건 전제된 것은 아니다. 박 변호사가 민주당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 '진짜 복지' 시험대 올랐다"
- 이명박·오세훈 시장으로 이어졌던 서울시정 9년을 평가해 본다면?
"한마디로 빈수레가 요란했다. 부채만 4.2배가 늘었다. 16개 광역시도 중 부채 규모로도 1위 증가율도 1위다. 전체 예산 중 43%가 사업비인데 대부분 계속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이다. 오세훈 시장 때 사업 예산이 크게 늘었다. 이명박 시장의 청계천을 보고 오세훈 시장도 대권 놀음에 치중하면서 전시, 낭비성 사업에 예산을 다 넣은 것이다. 사람을 중시하지 않는 '가짜 서울'을 만드는데 예산을 낭비했다. 민주당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면 치적 쌓기 위한 예산을 전면 검토해서 다시 짜야한다."
- 경선 캐치프레이즈인 '진짜 서울'을 만들 대표적 공약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달라.
"주거 문제를 보자. 용산참사로 상징되는 '뉴타운'은 정말 잘못됐다. 그런데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뉴타운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은 3~4인 가구를 상정한 아파트를 대거 지었다는 데 있다. 이미 서울시에서 부부에 아이가 있는 3~4인 가구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 현재 2인 가구가 가장 많고 앞으로 5년 안에 1인 가구 비율이 가장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가정은 해체되고 청년실업으로 결혼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3~4인 가구용이 대부분인 아파트를 지어본들 겉은 반듯하게 보이겠지만 실제 주거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 이게 겉치레에 치중한 가짜 서울의 모습이다. 결국 뉴타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청년실업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양질의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과 공공부분 비정규직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 천정배 의원이 다른 경쟁후보들에게 한미FTA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했는데.
"천 의원이 저한테 그런 요구를 하시면 안된다.(웃음) 저는 여당일 때 찬성하다가 야당일 때 반대하지 않았다. 2008년 국회에 돌아와서 첫 대정부질문에서 투자자국가제소권 등이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했다. 한미FTA는 독소조항 뿐 아니라 지적재산권 부분에서도 완전 무방비라는 점에서 이익의 불균형 문제가 있다."
-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의미를 어떻게 보나.
"민주당이 시험대에 올랐다. 한나라당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비정규직보호법을 강화하자고 이야기했을 때 비정규직을 쓰지 않으면 기업이 망한다고 저를 굉장히 압박했다. 영국은 전시 상황에서도 15세까지 아동수당을 줬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가장 기초적인 아동 복지인 아이들 밥 한끼 주자는 것도 세금폭탄론으로 반대했다. 그런 한나라당이 말하는 복지는 말로만하는 가짜 복지다. 이번 선거는 민주당이 그런 진짜 복지를 해낼 수 있는 정당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신뢰를 얻어야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 당헌 당규상 규정된 여성후보 20% 가산점 규정에 대해 천정배, 신계륜 후보가 이번 경선에서는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정치 시작할 때부터 프리미엄이나 혜택을 거절했다.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라는 야당에 가면서 전국구(비례대표)공천 이야기가 나왔지만 안 받는다고 했다. 당시 서울 전지역에서 새정치국민회의 지지율이 17% 정도였는데 과감히 지역구에 도전했다. 저에게 가산점에 대해 물어보는 것은 실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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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며느리' 박원순 지지율 높은 건 당연 당원들이 후보 자리 갖다 바치라고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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