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투트가르트 해적당이 베를린 선거 자축연 겸 정기 모임을 열고 있다. 독일 TV에서 영상 취재를 나왔다.
한귀용
19일(현지 시각) 저녁 급히 해적당 슈투트가르트 선거 자축연 및 정기 회의에 다녀왔다. 그 전날인 18일 치러진 베를린 지방선거에서 해적당이 드디어 의석을 차지했다(득표율 8.9%로 지방의회 진출)고 독일 TV와 신문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했기 때문이다. 이름부터 해적당? '뭐야 이거, 장난 아니야?' 싶은 생각이 드는 정당이 독일 정치 1번지라는 베를린 지방의회에 진출했다는 것은 뭔가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것임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소문하던 중, 마침 19일 저녁 8시 슈투트가르트에서 해적당 모임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해적당 모임이 열린 작은 레스토랑에는 SWR TV, 슈투트가르트 신문 등 여러 언론의 취재진이 진을 치고 있었다.
정당 모임치곤 아주 젊은 층이 많이 눈에 띄었다. 해적당 당원 평균 연령은 29세. 정치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젊은 층을 이렇게 많이 모이게 한 해적당의 매력은 무엇일까?
기성정당에 대한 불만이 해적당 탄생의 모태해적당 평당원 클로츠 스테판(24세, 전기기술자)은 "다른 정당에 비해 해적당은 당원의 직접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자신과 같은 젊은 층이 겪는 현실적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을 제안하고 결정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기존 사민당이나 녹색당, 기민당에서도 당원으로서 정책을 제안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클로츠 스테판은 "기성정당의 관료들은 벌써 이해력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그들이 인터넷과 관련해 만들어 놓은 정책들을 보면 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현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기성정당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표출했다.
이러한 평당원의 견해와 관련해 아이첸베르거 마틴(28세, 학생) 슈투트가르트 지역 홍보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해적당의 목적에 '투명한 정치과정(transparenz politische Prozess)'이 들어 있다. 즉 정책이 제안되고 토론되고 결정되는 과정이 모두 인터넷으로 공개되며, 모든 정보는 공개된다. 당비 역시 마찬가지다. 해적당은 밀실회합이나 야합이 있을 수 없는 구조다. 이런 구조가 평당원의 생각을 당 정책에 훨씬 민주적이고 개방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한다." 젊은 당원들 사이에서 조금 지긋해 보이는 사람을 발견했다. 52세의 연구소 직원인 헤르만 하랄드였다. 헤르만 하랄드는 해적당에 참여한 동기에 대해 "기대를 걸었던 사민당과 녹색당이 무엇을 했나? 영세민 지원 긴축 법안, 아프가니스탄 참전은 다 사민당과 녹색당에서 결정했다. 기성정당은 이념 논쟁에 치우친다. 해적당의 토론과 정책은 좌파와 우파라는 이데올로기를 떠나 실용적"이라고 밝혔다. 헤르만 하랄드는 기성정당의 '관념적 이념 대립'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대다수가 직장인인 해적당의 실용주의 노선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