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에어컨 힘으로 대상 탄 '재비'

[인터뷰] '재비몰이' 작곡한 홍민웅씨

등록 2011.09.25 15:15수정 2011.09.2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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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1C 한국음악 프로젝트'의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이종구 한양대학교 교수는 "다양성이 무대 전체에 돋보였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젊은이다운 기백이 보기 좋았다"며 "내년에도 완성도 높은 국악 창작곡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이번  대회를 총평했다. 

한국음악의 다양성과 대중화를 선도하기 위해 국악방송이 주관했던 '21C 한국음악 프로젝트'에 젊은 국악인 52개 팀이 참가해, 예선을 통과한 15개팀이 최종 본선무대(16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 올라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한국음악을 빛내고 이끌어 나갈 유망한 젊은 신인들을 발굴하는 등용의 장인 이번 대회에서 '재비'가 그 대상을 차지했다.


a 대상팀 '재비'의 공연모습 국악방송이 주관한 ‘21C 한국음악 프로젝트’에서 젊은 국악인 10명으로 구성된 '재비'가 국악가요 '재비몰이'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상팀 '재비'의 공연모습 국악방송이 주관한 ‘21C 한국음악 프로젝트’에서 젊은 국악인 10명으로 구성된 '재비'가 국악가요 '재비몰이'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 국악방송


대상을 수상한 '재비'는 남자단원 10명으로 구성된 연주그룹이다. 23일 늦은 저녁에 연주단원이자 대상 수상작인 국악가요 '재비몰이'를 작곡한 홍민웅(남, 26)씨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재비'가 작년 대회에서는 1차 예선도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들도 아픈 경험을 갖고 있었다.

"작년에 나갔던 곡은 '물속에 잠긴 달'로 연주곡이에요. 그때도 10명이 힘을 합쳐 곡을 만들었는데, 1차 예선에서 탈락했어요. 1차 예선에서는 심사위원들이 오디오로 곡의 평가를 하는데 어필이 안 됐던 것 같아요. 결국 본선에도 못 가보고 탈락했어요."

팀을 만든지 얼마되지 않아 대회가 시작되는 바람에 준비가 부족했다. 경비가 부족해 좋은 장비로 녹음마저 제대로 못했다. 

"떨어진 후에 크게 상심은 안 했어요. 녹음상태도 별로 안 좋았고. 급하게 준비를 하는 통에 연습도 열심히 못 했어요. 한 2주 정도 한 것 같아요. 처음엔  대회에 별 관심이 없다가 누가 대회에 한 번 나가보는게 어떻겠느냐 이야기가 나와서 급하게 준비를 했거든요."


a 대상을 받으며 환호하는 '재비' 단원들  대상팀은 상금 천오백만원과 뉴욕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대상을 받으며 환호하는 '재비' 단원들 대상팀은 상금 천오백만원과 뉴욕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 국악방송


올해, 대회준비를 하면서 작년의 1차 예선 탈락의 원인에 대해 토론했다. 시간부족, 준비부족, 녹음불량 등등. 갑자기 어떤 인간이 '에어컨'이 탈락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대회예선이 여름철에 시작되요. 저희들 연습실이 지하라 습기도 많고 되게 더워요. 덥고 습하면 짜증나서 연습도 제대로 할 수 없잖아요. 누가 에어컨이 탈락의 원인 중 하나라고 이야기 하는데 곰곰이 생각을 해봤어요. 근데, 그게 맞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공연을 하기 위해 모아 둔 돈으로 올 여름에  과감히 에어컨을 사 버렸어요. 에어컨의 시원한 힘으로 이번 대회를 잘 치렀죠. 에어컨 없어 떨어졌는데 에어컨 힘으로 대상 탄거죠. 에어컨 힘이 되게 컸어요. 하하"


대회를 앞둔 시점, 단독 콘서트도 일단 저질러버렸다.

"일단은 일을 저질러보자고 해서 올해 3월에 코우스(한국문화의집)에서 단독콘서트를 했어요. 작곡자가 저랑 장태평인데, 노래곡 2곡이랑 연주곡 5곡을 만들어 공연했죠. 코우스가 그렇게 큰 곳이 아니라 관객들 숫자는 세어보지 않았어요. 일단은 저희들이 알려진 팀이 아니라서 선·후배들, 가족들 위주로 불렀죠. 돈요? 그럴 때는 10명이 장점이죠."

팀명이 날아다니는 '제비'가 아니고 '재비'란다. 무슨 뜻인지 궁금했다.

"날아다니는 제비는 어이 '제비'고 저희가 쓰는 재비는 아이 '재비'인데, 흔히 알고 있는 '잽이' 있잖아요. 꽹과리를 치는 사람을 '쇠잽이'라 부르고, 전문예능인을 무슨 '잽이'라고 하잖아요. 근데 저희도 몰랐는데 사전을 찾아보니까 '잽이'가 아니라 비읖을 뺀 '재비'가 맞는 거더라고요."

a 대상 받은 후 '재비', 국악방송 관계자들과  한컷 재비는 남자단원 10명으로 짜여져 있다. 시원한 에어컨 힘으로 이번 대회 대상을 거머쥐었다.

대상 받은 후 '재비', 국악방송 관계자들과 한컷 재비는 남자단원 10명으로 짜여져 있다. 시원한 에어컨 힘으로 이번 대회 대상을 거머쥐었다. ⓒ 국악방송


진짜 그런가 사전을 찾아 보았다. 국어사전에 이렇게 나와 있었다. 재비:국악에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거나 하는 기능자를 이르는 말. '재비'는 작년 여름경에 결성됐다. 한 명이 노래하고 9명은 연주한다.

"국악을 전공하고 있지만 아직은 못 배운 부분들이 더 많으니 공부를 하면서 공연도 해보자는 취지로 '재비'를 만들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친구들 서너 명이 모였는데, 취지가 좋으니까 이것을 동료들에게 이야기 하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모였어요. 출신들이 중앙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추계예술대학 세군데인데, 선후배가 있긴 하지만 나이차가 1년 밖에 안나서 다들 친구 먹었죠."

'재비'는 모두 남자로 구성되어 있다. 노래는 여자가 하면 홍일점 포인트가 있어 더 좋지 않을까 의견을 물어보았다.

"일단 여자단원을 영입할 생각은 없고요, 여자 매니저는 찾고 있어요. 하하. 전부 남자라는게 장점도 될 수 있고 단점도 될 수 있지만 '재비'는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데도 이상하게 단합이 그렇게 잘 되요. 여름이나 겨울 때 합숙도 하고 엠티도 가고, 뭉쳐서 잘 놀러 다녀요. 이야기도 많이 하고, 마음이 서로 잘 통해요."

이번대회 금상은 '절대歌인'의 '떡 먹고 엿 먹고', 은상은 '타니모션'의 '야단가',  동상은 '필인(人)'의 '그 마음 흘러라'. 모두 소리곡이다. '재비'도 신나고 경쾌한 장단으로 구성된 국악가요 '재비몰이'로 대상을 차지했다.

"노래가 되게 신나고 에너지가 넘쳐요. 퍼포먼스도 재미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과정을 밟고 있는 오단해가 소리를 했어요. 판소리 전공인데 목소리가 시원시원해요. 목소리가 박력있고 씩씩하면서도 서정적인 음색도 있어요. 리듬은 엇모리와 올림체 등 다양한 장단을 조합해 사용했어요."

'한국음악 프로젝트'는 2달 정도 준비 했다. 1차 예선까지는 1주일에 2, 3번 정도 모이다가 본선을 앞두고는 추석도 반납한 채 매일 연습했다.

"음악은 비교적 빨리 하모니를 맞추었는데 퍼포먼스가 힘들었어요. 공연이니까 재미있게 만들자고 해서 여러 가지 재미있는 요소를 집어 넣었죠. 안무는 다 같이 아이디어를 냈는데, 계속 연습하면서 안무를 추가했어요. 타악재비들이 공연할 때 앉았다 일어섰다 하는 것을 오금이라 말하는데, 음악이 풀어지는 부분에서 그런 것도 집어 넣었고. 중간에 개그맨 박명수씨가 했던 동작을 흉내낸 것도 있는데 다들 그 부분에서 웃더라고요."

a 금상을 받은 '절대가인' ‘절대歌인’은 여성으로만 구성된 노래단으로 ‘떡 먹고 엿 먹고’를 불러 금상을 차지했다. 모두 전통 성악(판소리, 가야금병창, 경기민요 등)을 전공한다. 2010년 가을 ‘전통의 재해석을 통한 현대와의 호흡’이라는 목적으로 결성되었으며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다양한 색깔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금상을 받은 '절대가인' ‘절대歌인’은 여성으로만 구성된 노래단으로 ‘떡 먹고 엿 먹고’를 불러 금상을 차지했다. 모두 전통 성악(판소리, 가야금병창, 경기민요 등)을 전공한다. 2010년 가을 ‘전통의 재해석을 통한 현대와의 호흡’이라는 목적으로 결성되었으며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다양한 색깔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국악방송


a 은상을 수사한 '타니모션' ‘타니모션’은 ‘야단가’로 은상을 수상했다. 가야금이나 거문고를 탄다는 뜻의 ‘탄금(彈琴)’과 감동, 강렬한 감정을 뜻하는 ‘emotion’의 합성어로,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며 타고 놀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은상을 수사한 '타니모션' ‘타니모션’은 ‘야단가’로 은상을 수상했다. 가야금이나 거문고를 탄다는 뜻의 ‘탄금(彈琴)’과 감동, 강렬한 감정을 뜻하는 ‘emotion’의 합성어로,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며 타고 놀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 국악방송


a 동상을 수상한 '필인' ‘필인(人)’은 ‘그 마음 흘러라’로 동상을 수상했다. 서울대학교 국악과 재학생들로 이루어진 그룹으로 국악을 통한 ‘젊은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며 함께 성장하고자 만든 팀이다.

동상을 수상한 '필인' ‘필인(人)’은 ‘그 마음 흘러라’로 동상을 수상했다. 서울대학교 국악과 재학생들로 이루어진 그룹으로 국악을 통한 ‘젊은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며 함께 성장하고자 만든 팀이다. ⓒ 국악방송


대회에 출전하기 전에 친구들에게 음악을 들려줬는데 반응이 좋았다. 등수에 들겠다는, 상을 받겠다는 감격적인 칭찬도 들었다. 그러나 대상, 그것은 전혀 생각 못했다.

"등수에 들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정도였어요. 대상 받는 날은 하루가 훅 지나가 버렸어요. 대상 받고 다음날 일어났는데도 꿈 꾼 것 같았어요. 어안이 벙벙하다가 그동안 연습하면서 고생했던 것도 생각나고 그랬죠. 아직도 대상 탄 것 같지 않아요. 축하전화도 많이 받았어요. '지금 현재 상태에 만족하지 말고 더 좋은 모습을 꾸준히 보여라'고 말씀하신 대학교 은사님 말씀이 가슴에 많이 남아요." 

대상팀에게는 천오백만원 상금과 뉴욕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상금을 받으면 다들 나눌 거라고 생각을 하시는데 저희들은 그냥 팀을 위해서 쓰기로 했어요. 연습실이 저희 것이 아니고 월세로 있는데 거기에 좀 지출하고, 음악하는데 필요한 장비들을 구입하는데 사용하기로 했어요."

앞으로 모자란 공부를 계속하면서 곡들도 발표하고 연주회도 가질 생각이다.

"아직 저희가 1년밖에 안된 신생팀이기 때문에 정확히 어떻게 한다는 구체적인 계획같은 것은 잡혀있지 않아요. 하지만 일단 시작했으니까 끝까지 갈려고 해요. 국악공부를 하면서 공연단체로서 연주회도 많이 가질거예요. 처음 가졌던 열정 그대로 계속 활동을 하면서 가야죠."

그들은 국악이 재미있다는 것을 여러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한다. 국악이 지루하지 않고, 시시하지 않고 볼만하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어 한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라고. 사실 국악에는 되게 숨겨져 있는 무기가 많아요. 국악은 장단이 많은데, 굿장단이나 이런 걸 보면 되게 복잡한 형식도 많고 진행되는 것도 다양하거든요. 이런 것을 좀 더 개량하고 약간의 변화만 시켜준다면 되게 흥미있는 요소가 될 수 있거든요. 이런 것을 좀 더 공부해서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저희들 목적이죠."
a '재비몰이' 작곡가 홍민웅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창작음악과 출신으로  '재비'의 단원이며, 이번 대회 대상곡인 '재비몰이'를 작곡한 기대되는 젊은 국악인이다.

'재비몰이' 작곡가 홍민웅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창작음악과 출신으로 '재비'의 단원이며, 이번 대회 대상곡인 '재비몰이'를 작곡한 기대되는 젊은 국악인이다. ⓒ 홍민웅


간단하지만 정말 어려운 질문을 유망한 국악작곡가에게 던졌다. '국악이 뭐냐'고?

"국악은 보통 '한(恨)'이라고 말씀 하시는데 저는 '흥'이라고 생각해요. 국악이 '한'이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그 쪽 면만 부각시켜 그런 것 같아요. 이전에도 노동요 등 즐겁고 신난 음악이 더 많았고, 제 자신도 국악을 하면서 흥이 나고 즐겁기 때문에 저는 국악이 '흥'이라고 생각해요."

페이스북 친구먹자고 말하자 아직 스마트폰 없고 계정도 만들지 못했단다.  10월 경에 모바일 교체할 생각이란다. 아쉽지만 친구먹기를 10월로 미뤘다. 마지막으로 기대되는 젊은 작곡가 홍지웅이 미래의 국악계 슈퍼쥬니어 '재비' 친구들에게 던지는 한 소리.

"1년간 고생도 많았지만 별 사고 없이 여기까지 왔고, 대상도 타고 잘 되는 것 보면 앞으로도 잘 될 것 같다. 뭐 전부 남자라 좀 칙칙하지만 우리들끼리 재미있게 잘 지냈고 음악도 즐겁게 잘해 왔으니 앞으로도 마음 변치않고 같이 음악하면서 잘 놀았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위키트리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위키트리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재비몰이 #재비 #홍민웅 #한국음악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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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tracking photographer. 문화, 예술, 역사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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