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책 나눔 캠페인'에 기증할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동환
"어떤 책이 쉬우면서도 재밌을까요?"지난 9월 30일 오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연구실. 공부방 청소년들에게 어떤 책을 추천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한참 자신의 서가를 눈으로 훑던 조국 교수가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도리어 기자에게 반문했다. 책을 고르기 위해 한참을 앉았다 섰다 하는 그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서가는 다양한 종류의 책이 섞인 '잡곡밥'스러운 구성이었다. 이날 조 교수는 법학 전공서적과 각종 교양서적, 소설, 시집 등이 섞여있는 그의 서가에서 '쉽고 재미있는 책' 8권을 추천하고, 그 중 소장하고 있던 5권에 서명한 후 '책 나눔 캠페인'에 기부했다.
<일어나라 인권 OTL>, <강한 아줌마 약한 대한민국>, <발트해를 건너며 혁신교육을 꿈꾸다>, <@좌절+열공>, <안희정과 이광재>. 조 교수는 한국의 사회의 현실을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읽기 쉬운 책들 위주로 추천도서를 정했다. 그는 "누구나 책 소유욕이 있지만 그래도 내가 소화한 책은 다른 사람과 나눌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1년에 한 번, 동네의 작은 도서관에 모은 책을 기증하고 있다"며 "공부방 청소년들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에 대한 관심을 더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소년들 책 읽고 사회에 관심 가져줬으면..."- 기증하는 책이 다섯 권이나 되네요."<일어나라 인권 OTL>은 우리사회의 인권 문제를 이론적인 측면이 아니라 현실적인 측면에서 가장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책입니다. <발트해를 건너며 혁신교육을 꿈꾸다>는 요즘 핀란드, 스웨덴 교육 얘기를 많이 하는데 실제 어떻게 굴러가는지,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다루고 있는 책이에요. 그곳은 경쟁도, 야간 자율학습도, 과외도 없고 대신 우리 아이들의 교실과는 다른 삶이 있지만 학력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혁신교육의 궁극적인 방향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강한 아줌마 약한 대한민국>은 김현미 전 의원이 쓴 인터뷰집입니다. 한국에서 비정규직 아줌마들은 신자유주의의 가장 약한 연결고리이자 우리 사회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에 있는 약자들이지요. 이 책에서는 그러한 측면에서 김 전 의원이 취재한 한국 아줌마들의 삶을 생생하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좌절+열공>은 제가 공저자로 참여한 책인데, 사회 명사들이 그들의 인생을 살면서 어떤 좌절을 겪었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공부가 어떤 의미였는지를 솔직하고 담백하게 풀어놓은 책입니다. <안희정과 이광재>는 대한민국에서 정치인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커가는지를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책이에요. 정치인이 되고 싶으신 분이라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 이런 책들을 어떻게 접하게 됐나요."저는 법학을 전공했고 법학은 이론적인 측면이 강한 학문입니다. 사람이 이론 공부만 하게 되면 현실을 모르거나 경시하는 경향이 생겨요. 그래서 일부러 현실에 대한 르포나 기사를 많이 봅니다. 제가 추천한 책들도 그런 연장선에 있는 책들이지요. 제가 오늘 기증하는 책들은 모두 편하게 화장실에서도 읽을 수 있는 쉬운 책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