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7일 오전 8시]
"한나라당 모 당직자가 우리 사법기관이 아닌 미 대사관 고위관료에게 정보를 줘, 미 사법기관으로 하여금 우리 국민을 체포하도록 하려 했다."
6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도 어김없이 남북관계 개선 방안, 탈북자 대책 강화, 개성공단 문제 등의 단골 이슈들이 다뤄졌으나 하이라이트는 오후에 출석한 참고인 신문 차례였다.
이날 참고인으로 나온 박선원 전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은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할 당시 외교기밀 유출의 심각성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증언했다.
그는 송민순 민주당 의원이 위키리크스를 언급하며 '한국도 안보와 외교정보 누출을 처벌하는 기밀누설죄, 간첩죄 등을 신설해야 한다'고 말하자 "청와대에서 근무하다 보면 유리벽에서 근무한다는 느낌이 든다"며 "형법 113조에 외교상 기밀 누설에 대한 조항이 있지만 (상대가) 적성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처벌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송 의원이 실제 사례를 제시할 수 있냐고 하자 그는 위의 사건을 예로 든 것이다. 그는 "북한 위폐상 관련 정보를 입수한 한나라당 모 당직자가 우리 정보, 사법기관으로 가지 않고 미 대사관 고위관료를 만났으며, 미 재무부 사법당국을 불법적으로 들어오게 해서 대한민국 국민을 체포하려는 작전을 우리 정보기관이 막은 적 있다"고 증언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주요 정당의 당직자가 자국인의 범죄 사실을 습득한 뒤 우리 사법당국에 먼저 신고하지 않고 외국 대사관에 알려, 자국인을 외국 사법기관이 불법적으로 체포하도록 도와준 셈이 된다.
그는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는 송 의원의 질의에 "당시 우리 사법기관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하여 미 대사관과 미 재무부 사법기관에 항의하고, 해당 달러위폐상을 잡은 뒤 대만, 중국까지 연결돼있는 조직책을 일망타진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인물을 알고 있는지, 다른 자리에서 다시 증언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방위비 분담금 기지 이전비 전용 발언은 국방부가 한 일"
박 전 비서관은 또 '참여정부 때 주둔비용을 기지 이전에 사용하는 것을 허락해준 적 있냐'는 송 의원의 질문에 "청와대는 없는데 주한미군을 날마다 상대하는 국방부 실무자가 '그럴 수도 있지 않나' 해서 김장수 국방장관이 국회출두해 몸소 그런 발언을 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SMA(주한미군방위비분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총액을 지급해 왔으며, 미국 측이 '그 돈을 시설 짓는데 써도 되냐'고 계속 물어와 '우리가 동의하거나 허가해줄 사안이 아니'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박 전 비서관은 또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추진 당시 외교 통일 국방부 장관이 발표 당일까지 전혀 몰랐다며 위키리크스 내용을 시인하고 "보안 유지 차원에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었던 송민순 의원은 사실이 아니라며 "알고만 있고 (평소대로) 업무를 추진했을 뿐"이라고 부인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을 미측에 상세히 설명한 이유에 대해서도 "애초 남북정상회담이 8월 25일부터 27일까지 열려다가 북한의 수해로 10월로 연기됐다"는 사실을 새로 밝히며 "그해 9월 7일 호주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정상회담 추진 결과를 상세하게 설명하는 게 좋겠다 싶어 내가 미 대사관 정무담당 조셉 윤을 만나 설명했고, 그 다음에 백종천 안보실장이 버시바우 대사를 만났고 그 자리에 나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박 전 비서관이 출석하게 된 주요 이유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참여정부 말 그의 '일심회 간첩단' 연루 의혹을 캐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선지 한나라당 의원들이 그 부분에 대한 질의를 하지 않자, 민주당 의원들이 대신 질의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박 전 비서관은 "일심회 사건은 언론 보도를 보고 알뿐 조사를 받은 적도 없다"며, "(당시 언론 보도는) 민간인으로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신을 어떻게든 흠집내기 위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 일심회 사건으로) 구속된 손아무개씨는 당시 정태근 서울시 정무부시장(현 한나라당 의원)의 취임 축하모임에 가서 한번 만났을 뿐이며 이후 한 번도 만난 적 없다"고 연루설을 부인했다.
그는 또 "당시 이 사건을 보도한 <동아일보>와의 명예훼손 소송에서 이겨 2000만 원의 손해배상이 확정됐으나 해당 기자가 용서해달라고 해 돈은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주평통'자문'회의, 12년간 대통령에 고작 1건 '자문'
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통일부 감사에서는 민주평통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의 저조한 자문기능과 수의계약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구상찬 한나라당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민주평통에 지시한 것은 총 4건이며, 그것도 '민주평통 통일관련 교육활동 활성화 방안' 1건 외에 나머지는 개회사 2건에 축하서한 1건이 전부"라며 민주평통의 자문 기능에 의문을 제기했다.
구 의원은 "지난 5월 청와대 통일비서관이 '우리 사회 통일담론 확산 방안' '통일 대비 역량 강화 대책' 등의 자문을 요청했으나, 그것도 민주평통이 먼저 자문해 달라고 건의한 것"이라며 "이것은 대통령이 12년 만에 요청한 자문이었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에 대해 "(민주평통이) 지금 정도라면 평통의 자문 기능이 없는 걸로 봐도 된다"며 "헌법에 규정된 자문기능을 못하고 조직관리만 하면 되냐"고 질타했다.
민주평통은 헌법기관으로 대통령의 통일정책 전반에 대한 자문과 건의를 주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전국에 1만 8000여 명의 자문위원을 두고 있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민주평통에서 진행하고 있는 '통일 골든벨'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맡은 J사 사장이 사실은 민주평통 정책자문위원 출신이며, 처음부터 사업에 참여한 뒤 계약서를 두 달 뒤에 소급해 작성하거나 이메일로 계약서를 주고받은 적 있다"며 담당실무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북여성 86%가 월 150만 원 이하 수입으로 살아"
이날 통일부 국감에서는 탈북자들이 국내 정착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지적하고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은 "중국 선양, 웨이하이, 옌지 등에서 붙잡힌 35명의 탈북자들이 오늘 오후 3시 북한으로 강제송환되는 사실을 아느냐"며 이들이 9일 전에 잡혔는데 그간 통일부 장관은 무얼 했느냐고 따졌다.
그는 이어 국내에 정착한 탈북 여성들은 86%가 식당이나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며 한달 150만 원도 안되는 월급으로 살고 있다며 티켓다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 탈북 여성을 인터뷰한 영상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한국에서 국적을 취득한 탈북자가 해외에 위장망명을 신청했다 다시 한국에 돌아오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이 조사한 결과, 해외에서 난민신청한 한국 국적 보유 탈북자, 즉 위장 망명자가 국내로 귀환할 때 필요한 여행증명서, 단수여권의 발급 건수가 최근 5년간 109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 의원은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자들이 사회보장, 교육, 의료 등 선진국이 모든 면에서 나을 것이라는 기대에 의해 선진국 행을 택하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제대로 정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이러한 상황을 모른 채 탈북자들이 위장망명을 선택하지 않도록 제대로 알리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우 한나라당 의원은 "탈북 청소년의 학교 중도 탈락률이 높은 이유"를 물었으며 같은 당 유기준 의원은 탈북자 가운데 결핵 환자가 많다며 탈북자 적응시설 하나원의 의료진을 보강하라고 주문했다. 송민순 민주당 의원은 "북한이탈주민기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류 장관 "이희호씨 방북, 신중하게 결정해야"
이회창 자유선진당 의원은 지난 20일 국감에서 류우익 장관이 '제2 개성공단 조성'을 언급한 데 대해 "제1공단의 1단계 입주율이 37%이고, 2, 3단계도 750만 평이나 남아 있는데 굳이 제2공단을 언급한 이유를 따졌고, 류 장관은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물러섰다.
고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의 방북을 허가하는 게 어떻냐는 김동철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는 "전직 대통령의 부인이고 정치적으로 상징성 있는 분이 남북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감사하지만 정치적 상징성이 있는 분의 방북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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