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대, 이제는 노인 아닌 장년층

[인터뷰] 군산 노인취업지원센터 이무남 센터장 "노인 호주머니가 두둑해야 경제 살아납니다"

등록 2011.10.07 14:18수정 2011.10.0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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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노인)들 일자리가 있다면 언제든 달려가겠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대한노인회 군산지회 산하 군산 노인취업지원센터 이무남(67세) 센터장을 만났다. 노인취업지원센터는 노무현 정부(2004년) 때 발족했으며 노인 취업상담 및 알선을 무료로 해주고 있다.

 

  사무실에서 서류를 정리하는 이무남 센터장, 모든 일을 혼자 추진한다고..
사무실에서 서류를 정리하는 이무남 센터장, 모든 일을 혼자 추진한다고.. 조종안
사무실에서 서류를 정리하는 이무남 센터장, 모든 일을 혼자 추진한다고.. ⓒ 조종안

 

공무원을 정년퇴직하고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에 종사하시느라 고생하신다고 인사를 건네자 이 센터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매월 국가에서 급료를 받고 있으니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것.

 

단순 노무직에서 전문기능직까지 노인 인력이 필요한 개인이나 단체, 사업체 등에 취업을 알선하고 있다는 이 센터장은 취업연령은 유엔이 정한 65세 이상이지만, 60세 이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의 사회 참여가 외면당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센터장의 활동 영역은 넓고 다양하다. 그는 고창군 취업센터와 협약, 어르신 30명을 복분자 열매 수확에 참여시켰고, 농수산물 공급업체와 협약을 맺고 경로당에 작업장을 설치하여 과일 깎기 작업으로 소득을 올렸으며 노인 주유원, 운전사 등으로 50여 명을 경제활동 인구로 포함시킨 경험이 있다.

 

공직자 시절 경험을 살려 깨끗한 학교 만들기와 구인업체 방문 및 구직자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는 등 어르신 취업 알선을 활발하게 펼쳐온 이 센터장은 보건복지부가 추진한 올해(2008년)의 우수 취업지원센터로 선정되어 외국으로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60~65세 연령제한 폐지돼야"

 

 취업을 하려고 찾아온 여성 어르신과 면담하고 있는 이 센터장
취업을 하려고 찾아온 여성 어르신과 면담하고 있는 이 센터장 이무남
취업을 하려고 찾아온 여성 어르신과 면담하고 있는 이 센터장 ⓒ 이무남

 

이 센터장은 1971년 군산시청에서 공무원 발령장을 받고 2002년 12월에 30여 년의 공직 생활(7급)을 마감했다. 그는 전 직장 동료들(군산시 행정동우회)의 추천으로 취업센터 일을 맡아보기 시작, 지금까지 어르신들의 취업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취업센터 개관 후 지금까지 1100명 가까운 60대 이상 어르신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었고, 지난달(9월)에만 54명이 취업했다고 한다. 처음 일자리를 구하러 올 때는 환자처럼 보이지만, 취업이 되고 한두 달 지나면 젊은이 못잖게 생기가 돋고 활기가 넘친단다.

 

이 센터장은 "과거 경제발전의 주역인 노인들이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뒤편으로 물러나고 있다"며 "이는 곧 국가경쟁력으로 엄청난 손실이다"라고 주장했다. 노인이 건강하고 호주머니가 두둑해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것.    

 

이어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제는 60대~70대는 노인이 아닌 장년층에 속한다"며 "단순한 숫자에 의해 경제활동 뒤편으로 밀려나기보다는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참여해서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관심과 배려가 필요할 때"라고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어르신들의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기관은 물론 기업체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며 "어르신들의 실질적인 소득 보장과 보다 많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60~65세 연령제한이 폐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하는 노인은 아름답습니다" 

 

 이 센터장이 후배 공무원들에게도 조언하고 있습니다.
이 센터장이 후배 공무원들에게도 조언하고 있습니다. 조종안
이 센터장이 후배 공무원들에게도 조언하고 있습니다. ⓒ 조종안

노인이면서 노인들의 일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오늘도 동분서주하는 이무남 센터장은 항상 이웃을 배려하는 동네 아저씨처럼 푸근하고 넉넉했다. 말이 조금 느리면서도 빈틈이 보이지 않는 그는 대화가 무르익자 "일하는 노년은 아름답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센터장은 정년퇴직을 앞둔 50대 후반의 후배 공무원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노후대책에 대해 금전적인 준비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준비가 더 중요하다는 것. 그는 나이가 들수록 쉽게 포기하거나 실의에 빠지지 않는 의지와 용기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류를 혼자 정리하면서 취업을 원하는 어르신들을 면담하려면 생각지 않은 난제에 부딪히게 되고 스트레스가 쌓인단다. 그는 어려울 때마다 나폴레옹의 '나에게 불가능은 없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자신감을 얻는다고 했다.

 

"어르신들 취업을 알선하려면 어려움이 많습니다. 혼자 서류 정리하랴, 사람 만나러 다니랴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죠. 그래서 프랑스 혁명가 나폴레옹의 '나에겐 불가능은 없다!'란 말을 늘 가슴에 품고 살아갑니다. 난제에 부딪힐 때마다 그 말을 되새기면 힘이 솟고 위로가 되거든요."  

 

50대 요구하는 회사 간부 설득해서 60대 취업시켜

 

이 센터장은 60대 이상 취업을 받아주지 않던 향토기업 간부를 수차례 설득해서 허락을 받아냈던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어르신 취업을 성사시킨 배경에는 '나에게 불가능은 없다'는 명언이 포기하거나 흔들리지 않도록 마음의 중심을 잡아주었다는 것이다. 

 

"2011년 2월 10일이었어요. 군산에 있다가 장항으로 옮겨간 '해가 코퍼레이션'(가위 만드는 회사) 공장장에게서 50대 생산직 종사자 한 명을 추천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건강한 60대 초반 취업희망자(고현곤 63세)를 추천했다가 거절당했습니다.

 

몇 차례 설득하고 부탁해도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취업이 되지 않아도 좋으니 희망자 고현곤씨가 현장을 둘러보고 면접만이라도 하게 해달라고 사정한 끝에 허락을 받고 며칠 후 회사를 방문했죠. 

 

저와 함께 대면하는 자리에서 공장장은 이곳은 뜨겁고 분진이 심해서 젊은이들도 힘들어하는 3D업종인데 근무할 수 있겠느냐고 묻더군요.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고씨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보이자 그럼 함께 해보자며 그때야 취업을 허락하더군요.

 

3개월 수습 기간을 거쳐 건강이 허락되면 5년은 보장된다며 서류를 준비해달라는 말을 듣고 얼마나 뿌듯하던지···. 일반 중소기업과 비슷한 근무조건과 상여금(400%)까지 나온다는 설명을 듣고 오면서 본인은 물론 저도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이무남 센터장은 "많은 여성과 어르신들이 3D업종 현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라며 "나이가 가장 많은 과장이 76세인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입사원 연령을 50대로 제한하고 있어 취업희망자를 확보하고도 희망 사항에 그칠 뿐이라고 아쉬워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10.07 14:18ⓒ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군산노인취업지원센터 #노인 일자리 #이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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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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