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밝힌 후보는 1명... 절반이 '친박' 표방

[10.26보궐선거] 명함으로 비교해 본 대구시의원 후보들의 차이점

등록 2011.10.11 16:39수정 2011.10.1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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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의원 보궐선거에 8명의 후보가 나섰다. 선거 지역은 수성구 상동, 중동, 두산동, 수성동 일대로, 한나라당 김덕란 시의원이 수십억 대의 부적절한 채무 관계로 물의를 빚다가 사퇴한 데 따른 보궐 선거다.

 

한나라당(주호영 국회의원 지역구)은 이번 보궐선거의 귀책 사유가 자기 당에 있다며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다. 그러나 처음부터 '무공천' 결정을 한 것이 아니라 4명의 신청을 받아 심사를 한 끝에 그렇게 결정하였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의 진정성은 줄곧 의심을 받아 왔다.

 

지역언론인 <매일신문>은 지난 9월 22일 "무공천에 대한 표면적인 이유는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지만 이면적으로는 유리하지 않은 국면에서 선거를 치르기 쉽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보궐선거의 귀책 사유가 자당에 있다는 이유로 무공천 결정을 한다면 서울시장 보궐선거 역시 한나라당은 후보를 내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수성구 시의원 보궐에 한나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데 대해서는 여전히 '뒷말'이 무성한 상태이다.

 

한나라당 무공천, 8명 모두 무소속 표방
 

우여곡절 끝에 시의원 보궐선거에는 다수의 후보가 등록했다. 당초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던 네 명 중 두 사람도 입후보 등록을 했고, 친박을 표방하는 사람들, 전직 대구시의회 의장 역임자, 전 수성구의회 의장 및 두 차례 의원 역임자, 처음 선거에 나온 신인 등 모두 여덟 명의 후보가 다양하게 출마하였다. 물론 '대구답게' 야당임을 내세우는 후보는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시의원 선거는 서구청장 보궐선거보다 좀 더 가속도가 붙은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 서구청장 선거의 두 후보는 10일 오전 현재까지도 선거사무소 외벽에 현수막을 걸지 못한  상태이다. 이에 비해 시의원 후보 여덟 명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커다란 현수막을 내걸었고, 일부 후보는 예비후보 홍보물 발송 준비도 완료했다고 밝히고 있다.  

 

여덟 명의 시의원 후보들이 출마하였지만 선거 구민들의 관심도는 아직 미미하다. 정가와 언론은 대체적으로 이번 보궐 선거의 투표율이 20%에 이르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따라서 '대표성'에 문제가 노출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시의원 후보들의 공식 홍보물은 명함이 유일하다. 각 후보들이 무엇을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지 명함을 통해 살펴보면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될 법하다. 

 

 '친박' 표현이 없는 4명의 후보들
'친박' 표현이 없는 4명의 후보들정만진
'친박' 표현이 없는 4명의 후보들 ⓒ 정만진

명함에 '친박'을 표방하지 않은 네 후보의 명함을 먼저 살펴보자. 다른 네 후보들은 '친박' 표방의 공통점이 있으므로, 그렇지 않은 후보들부터 살피는 것이 각자의 차별성을 알아보는 데에는 좀 더 합리적인 접근방식일 것이다.

 

10번 김영수 후보는 '대구시 행정경력 34년'과 '2011 세계육상선수촌 부장' 역임 경력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그러므로 '행정달인'이며 '당찬 일꾼'이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11번 이성수 후보는 '동네와 대구를 위해 일하고 싶습니다'라는 감성적 구호를 전면에 내세운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자신이 '대구광역시 의회 의장'을 역임했기 때문임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12번 정용 후보는 '깨끗함 전문성 지역개발전공 박사'이며 '이당 저당 단 한번도 입당한 적이 없는 정치꾼 아닌 순수 무소속 지역개발 일꾼전문가'라면서 정치인이 아님을 특별히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는 다시 '순수 무소속'임을 굵은 글씨로 강조한다.

 

15번 손중서 후보는 '검증된 3선 일꾼'이라는 사실을 큰 글자로 강하게 드러낸다. 그 외에는 아무런 내용도 담고 있지 않다. '검증된 (구의원) 3선 일꾼'을 크게 부각하는 것으로 충분히 자신을 인정받게 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친박'을 내세운 4명의 후보들
'친박'을 내세운 4명의 후보들정만진
'친박'을 내세운 4명의 후보들 ⓒ 정만진

다른 네 후보는 한결같이 '친박'을 강조하고 있다. 9번 김창은 후보, 13번 김영주 후보, 14번 김근식 후보는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을 명함 앞면에 싣고 있다. 또 8번 정종성 후보는 '친박' 두 글자를 붉고 크게 강조하면서 '미래연합' 후보라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으며, 9번 김창은 후보는 '친박연합' 후보, 14번 김근식 후보는 '전 박사모 대구회장'임을 잘 드러나게 표시하고 있다.

 

8번 정종성 후보는 '시의원 월급 전액을 지역구 어르신 복지에 기부하고, 무보수로 봉사하겠습니다', 9번 김창은 후보는 자신이 '희망 대구 명품 수성 복지전문가'이고 '늘 이웃과 함께 하는 사회복지사'이며 '현, 대구시 달구벌종합복지관 관장'임으로 명시하고 있다. 13번 김영주 후보는 '수성 행복시대'를 선거구호로 부각하는 한편, 14번 김근식 후보는 '신천도 수성못도 새물 김근식이라 카데예'라고 호소하고 있다.

 

'무상급식 공약' 눈에 띄고, 유권자는 무얼 보고 투표?

 

특이한 점은 대부분의 후보들이 명함에 정책을 표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호 11번 이성수 후보만 '친환경 무상급식' 등을 주요 공약으로 명시하고 있을 뿐 다른 모든 후보들은 한결같이 구호와 학력, 경력만 강조된 명함을 배포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통령 선거 같은 '큰 선거'도 아니고 이른바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에서 후보들이 명함에 정책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기이한 일이다. 신문이나 방송의 후보 토론회도 없고, 언론에서 후보간의 정책적 차이점을 애써 부각 보도해주는 것도 아닌 시의원 선거, 그것도 보궐선거에서 현재로서는 유일한 공식 홍보물인 명함에 정책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선거의 '맹점'에 대한 적나라한 상징일지도 모른다.

 

유권자들이 정책과 공약, 그리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후보의 능력과 의지를 '신성한 한 표'의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명함에 '친박'을 표방한 후보조차 전체 출마자의 절반인 4명이나 되는 상황에서 여전히 지역감정적 '묻지 마 투표'로 일관할 것인지를 놓고 지역 정치권은 그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2011.10.11 16:39ⓒ 2011 OhmyNews
#보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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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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