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를 잃은 이집트정부

등록 2011.10.12 13:46수정 2011.10.1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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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주간 이집트인들은, 콥틱교도들이 올초에 알렉산드리아에서 발생했던 교회 폭파사건 및 지난달 아스완시에서 있었던 교회테러 사건 등에 대하여 관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으면서도 사태가 이처럼 커지리라고는 아무도 예기치 못했다.

20여 명의 사상자와 수백 명의 부상자를 낸 10월 9일 밤 이집트의 심장부 마스페로가에서 발생했던 군경과 시민들 간의 유혈 충돌은 모든 이집트인들의 가슴에 쉬이 씻겨질 수 없을 깊은 상처를 남겼다.

애초에 타흐리르광장과 마스페로가에서 있었던 시위는 콥트교도들이 주도한 평화적인 성격이었다. 그러던 것이 경찰의 과도한 무력 진압이 시작되면서 예민해진 시위 참여자들의 격렬한 저항을 불러일으켰고 기어이 경찰 2인을 비롯하여 혁명 이래 최다수의 사상자를 낳고야 말았다.

당시 상황이 얼마나 다급했는지는 시위에 참여한 시민이 전 이집트에 보내고자 발 빠르게 올렸던 트위터 메시지와, 이날의 사태를 목격한 국제인권감시단의 증언에 의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혹자는 "내 눈앞에서 군경이 시위대 사망자들을 나일강에 던져버리고 있다"고 했고, 또 혹자는 "군인들이 차량으로 시위대를 깔아뭉갰다"고도 했다. 또 혹자는 그렇게 희생당한 시민 중에 열일곱 살 소년이 포함되었다고 했다. 어린 소년까지 희생되었다는 소식에 카이로 시민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갔다.

"이것은 절대로 종교전쟁이 아니다"

시민들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마음을 뭉치지 않고서는 절대로 이끌어낼 수 없었던 혁명을 스스로 이뤄낸 장본인들이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내 친구는 오늘밤(10월 9일 밤) 자신의 목숨을 두 번이나 구해준 이들이 모두 무슬림이었다고 했다"는 한 트위터리안의 증언에 단 한 톨의 의심도 가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누가 콥트교가 적이래? 우리는 하나야." 수많은 시민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동안에도 군경이 한 번 꺼내든 무기는 만 하루가 다 지나도록 쉬지 않았다. 최루탄과 최루가스,물 세례는 기본적인 진압 동원 수단에 불과했다. 군대는 차량으로 시위대를 향해 돌진하는 과감한 공격도 주저하지 않았다.


날이 밝자 "마스페로가에서 일어났던 유혈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군대에 있다"는 전국민적 비난이 쏟아졌다.

이날의 사건의 발생과 시민들의 희생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재무부장관인 하젬 벨브라위는 사임의사를 밝혔다. 물론 이 사직서는 군 최고위원회의 탄타위 의장에 의해 반려되었지만 올초 카이로의 봄을 이끌어 내었을 당시 '콥트교도 무슬림도 모두가 이집트인'임을 외치었던 모습을 상기하면 이번 사태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고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만 희생자들에게 위로가 될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바바크 전 대통령이 여전히 이집트 정계를 막후 조종하고 있다는 의심이 팽배한 이 마당에 '국내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던 정부의 그간의 호소들이 국민들의 이해를 사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때문에 '씨알도 먹히지 않을' 종교 충돌이 – 그것도 가장 모던한 지식인들로 가득차 있는 이 카이로에서- 야기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세계적으로 그 유래가 없을 습관적 법정 침상출두의 종결자'무바락을 비롯하여 '별 수 없는그의 사람들'이라는 오명을 좀체로 벗지 못하는 현 이집트 군최고위원회는 싸잡아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집트 정부가 과연 무엇을 얼마나 해낼수 있을지 불신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사태 발생 당일한 차례 긴급회동을 가졌던 군최고위원회는 10월12일 오전 다시 한번 전내각을 소집하여 당면한 시국과제에 대해 폭넓은 대책회의를 갖기로 하였다.

덧붙이는 글 | 이 원고는 네이버의 <마담 아미라의 이집트여행>에도 동시에 올려집니다.


덧붙이는 글 이 원고는 네이버의 <마담 아미라의 이집트여행>에도 동시에 올려집니다.
#카이로의봄 #마스페로소요 #이집트유혈진압 #콥트교 #서주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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