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득 글, 정유정 그림 <강마을 아기너구리> 겉 표지
이윤기
이영득 선생님이 쓴 <강마을 아기너구리>(이영득 저, 보림출판사 펴냄)라는 동화를 읽었는데,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가끔 불러주었던 동요가 생각났니다. '섬집 아기'라는 동요 아시지요?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가고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이 동요는 굴 따러간 엄마와 혼자 집을 보다 잠든 아기가 주인공입니다. 엄마는 아기 걱정에 다 채우지 못한 굴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모래길을 달려옵니다.
왜 이 동요가 떠올랐을까요? 강으로 고기 잡으러 나간 아빠 너구리와 고기잡이 나간 아빠를 배웅하고 기다리는 아기너구리의 모습에 섬집아기와 엄마가 겹쳐졌기 때문입니다.
엄마너구리의 제삿날이라 물고기를 많이 잡아와야 하는데, 요즘 들어 아빠가 허탕 치는 일이 많아 아기너구리도 걱정입니다. 강가에서 동무들을 기다리던 아기너구리는 아빠너구리에게 고기를 잘 잡는다고 들었던 '물총새'를 만납니다.
"와아 물총새다. 고기를 잘 잡는다고 아빠너구리가 엄청 부러워하는 새야. 아기너구리는 고기 잡는 걸 구경하려고 물총새를 따라갔어."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물총새는 고기를 잡는 것이 아니라 강가 모래밭에 내려앉아 부리를 땅에 대고 그림을 그리는 겁니다. 고기는 잡을 생각을 않고 그림을 그려놓고 둘레를 콩콩 뛰어다니자 갑자기 잠잠하던 강물에서 고기가 튀어 오르는 겁니다.
이때 물총새는 쏜살같이 날아가서 물 위로 슝, 슝 튀어 오르는 고기를 낚아챕니다. 물총새가 모래밭에 그린 그림에 뭔가 비밀이 숨어있었던 모양입니다. 아기너구리는 물총새가 그린 그림을 보려고 기다리고 있었지만 물총새는 물고기를 다 먹어치운 후에 그림을 모두 지우고 포르르 날아가 버립니다. 아기너구리는 온종일 물총새를 찾아다닙니다.
"물총새는 버드나무 가지에 앉았다가, 물을 튀기며 강 건너로 날아갔다가, 못가 연꽃 그늘에서 쉬나 했더니, 어느새 숲으로 포르르 날아갔어. 물총새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지."
어린 시절 참새나 잠자리를 쫓아 다녀본 경험만 있어도 아기너구리의 심정을 충분히 알 수 있지요. 땅에서 사는 사람이나 동물이 하늘을 나는 재주를 가진 새와 곤충들을 쫓아다니는 것은 무척 힘들고 지루한 일이지요.
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아기너구리는 다시 물총새를 찾아냅니다. 마침 물총새가 그림을 막 끝내는 무렵인 것을 보고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달려갑니다. 아기너구리가 갑자기 달려들자 물총새는 꽁지가 빠지게 달아납니다.
마침내 물총새가 그린 요술그림을 찾아냈습니다. 아기너구리는 물총새가 그린 그림을 똑같이 따라 그리고 한 발을 들고 그림 둘레를 콩콩 돌았지만 물고기는 튀어오르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