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철 "검찰, 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지 말라"

현 정부 고위인사에게 건너갔다는 1억 차용증 공개

등록 2011.10.12 20:32수정 2011.10.1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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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철 SLS그룹 회장. ⓒ 구영식

이국철 SLS그룹 회장. ⓒ 구영식

'MB 정부 실세 스폰서' 의혹을 폭로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12일 지검장 출신 현 정부 고위인사에게 건너갔다는 1억 원의 차용증을 공개했다.

 

이 회장이 차용증을 공개한 이유는 현 정부 고위인사에게 건너갔다는 1억 원이 사업자금으로 빌려준 것이라는 검찰 쪽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이 회장이 '1억 원은 사업자금으로 김아무개씨에게 빌려준 돈'이라고 진술했다"며 '검찰 로비자금'이라는 이 회장의 주장을 반박해왔다.     

 

이 회장이 이날 오후 공개한 차용증은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이 회장에게 소개한 김아무개씨가 작성한 것이다. 창원지검 특수부에서 SLS그룹 계열사들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던 지난 2009년 9월 29일에 작성된 이 차용증에는 이렇게 적시돼 있다.  

 

"2억 원 중 1억 로비자금, 나머지 1억은 사업자금으로 건네"

 

"위 본인 김○○은 현금 2억 원을 이국철 회장님으로부터 차용하여 2009년 10월 30일까지 상환하겠습니다.(자금용도 사업용도)"

 

이 회장은 "모 재벌 조카사위라고 소개받은 김씨에게 로비자금으로 1억 원을 준 뒤 2억 원짜리 차용증을 받았다"며 "이후 사업자금 명목으로 두 차례에 걸쳐 총 1억원을 김씨에게 더 건넸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이렇게 김씨에게 건너간 2억 원 중 1억 원만 지난 2010년 2월에 돌려받았다"며 "검찰이 주장하는 대로 사업자금으로 빌려준 돈이라면 나머지 1억 원을 왜 안 돌려받았겠나?"라고 반박했다.

 

즉 김아무개씨에게 총 2억 원이 건너갔는데 그 가운데 1억 원은 검찰 쪽 고위인사(현 정부 고위인사)에게 건너갔고, 나머지 1억 원은 김씨가 자신의 사업자금으로 쓴 뒤 몇 개월 뒤 돌려줬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지금까지 법정 이자기준으로 약 3000만 원의 이자를 한 번도 받지 않았다"며 "만약 차용이라면 내가 차용금을 갚으라고 독촉했겠지만 지금까지 1년 반 이상 김씨와 연락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당시 검찰이 모든 계좌를 추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차용증은 1억 원이 로비자금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형식에 불과했다"며 "1억 원이 로비자금이었기 때문에 갚으라고 얘기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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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철 회장이 검찰 주장을 반박하며 제시한 차용증. ⓒ 구영식

이국철 회장이 검찰 주장을 반박하며 제시한 차용증. ⓒ 구영식

이 회장은 "그런데도 검찰은 왜 자꾸 사업자금으로 빌려준 돈이라고 주장하는지 모르겠다"며 "검찰은 더 이상 저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지 말라"고 최근 검찰 대응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회장은 "이러한 내용은 검찰의 진술조서와 영상녹화물에 다 남아 있다"며 "그 내용을 확인해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로비자금과 사업자금으로 2억 원을 가져갔다는 김아무개씨는 지난 11일 검찰조사에서 "신 전 차관의 소개로 이 회장을 만났고 그에게 사업자금 명목으로 돈을 빌린 적은 있지만 검찰 인사에게 로비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로비자금 1억 원, 현 정부 고위인사에게 건너갔다?

 

초점은 로비자금으로 가져갔다는 1억 원이 어디에 사용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 회장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김씨가 '1억 원을 현직 검사장급 인사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언론은 이를 현재 검찰에 있는 고위간부에게 건너갔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지난 7일과 8일 두차례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김씨가 '1억 원을 B지역 지검장을 지낸 A씨에게 전달했다'고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B지역 지검장을 지낸 뒤 유명 로펌을 거쳐 현재 정부의 고위인사로 재직중이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이 '이 친구가 검찰 스폰서를 20년간 해서 검찰을 많이 안다, 그를 통하면 검찰과 관련된 일은 풀 수 있다'고 김씨를 소개했다"며 "김씨는 '내가 A씨를 20년간 스폰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검찰 고위층 1억 원 전달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는 과정에서 1억 원이 1명에게 전달됐는지, 아니면 2~3명에게 전달됐는지를 놓고 혼선이 벌어졌다. 이 회장은 이날 '1억 원은 몇 명에게 전달되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내가 이미 검찰에서 진술했으니까) 그것은 검찰에서 확인해 보라"고 짧게 답했다.    

#이국철 #SLS그룹 #검찰 #신재민 #1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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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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