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집으로 돌아오는 길, 강이 깨어나고 있다. 그 강, 그렇게 몇 천년의 세월을 흘렀건만 이젠 그 긴 세월의 일상이 깨어질지도 모르겠다.
김민수
이른 새벽, 뒤척이다 잠에서 깨었다.
집을 나서니 사방은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고, 거리의 가로등은 직립한 수도승처럼 어둠을 사르고 있다.
새벽공기가 싸늘하다.
두물머리, 물안개가 피어오르지 않을까?
4대강 공사가 마무리되었다는 지금도 여전히 두물머리의 물안개는 피어오를까?
가로등이 하나둘 꺼져갈 즈음, 물안개가 무리지어 피어오른다.
두물머리는 화선지가 되고, 옅은 묵을 붙힌 붓이 천천히 움직이며 수묵화를 그리듯 두물머리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다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간의 손길로 난도질 당한 두물머리는 물안개가 내내 껴안고 있으면 좋겠다.
어디서 왔을까?
무얼 찾아 여기까지 왔을까?
나도 여기에 왜 왔는지 모르면서, 이내 이른 새벽부터 그곳에 서있는 이들의 마음이 궁금하다.
그래, 이 시간 여기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두물머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들모두 합장,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그런 심정으로 서 있지는 않을까 싶은 날이다.
덧붙이는 글 | 이 사진은 2011년 10월 19일 아침, 출근전 촬영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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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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